집 나간 염치를 찾습니다

[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염치(廉恥) 실종 시대.

집 나간 염치 수배라도 해야 할 판이다.

염치란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염(廉)은 청렴하다 결백하다 곧다는 뜻이다.

치(恥)는 귀 이 변에 마음 심으로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다.

즉 내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스스로 반성하고 깨닫고 경계함을 이른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염치가 있고 없고 차이다.

짐승은 염치가 없다. 따라서 부끄러움을 모른다. 본능대로 움직이고 행동한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래야 사람이다.

짐승도 분노하고 불안해하거나 우울 할 때가 있다.

이런 감정들과 달리 부끄러움과 죄책감은 동물들에게는 없다.

염치는 인간에게 주어진 인간만의 감정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사 돌아가는 걸 보면 귀를 막았거나 듣고도 못들은 척 딴 청 부리며 사는 염치없이 사는 짐승 사람들이 많다.

정치판은 물론이고 세상 구석구석이 다 몰염치와 뻔뻔함으로 범벅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낯짝 없는 인간들 천지다.

당신들이 하면 불법이고 나는 해도 괜찮다는 지도층 인사들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최정호 전 전북 정무부지사가 내정됐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칼을 빼든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다주택 보유자는 투기꾼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최 후보자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잠실 분당 세종 등 그동안 부동산 가격 급등지역에서만 집을 산 다주택 보유자다.

분당에서 살면서 재건축이 예정된 잠실아파트를 구입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최고가액 15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세종시 아파트는 공무원 신분을 십분 활용, 공무원 특별공급이라는 혜택까지 받았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봐줄만 하다.

부동산 상식을 최대한 활용,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부동산 투자의 신묘한 재주를 발휘했으니까.

그런데 최 후보자는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탁월한 재테크 실력까지 보여줬다.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자신이 살던 분당 아파트를 증여, 집을 3채에서 2채로 줄였다.

다주택자 오명을 벗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신의 한수’로 치켜세운다.

매각 대신 딸과 사위에게 반반씩 증여함으로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다주택자 오명이라는 부담을 동시에 털어버렸기 때문이다.

국토부 장관이 되기보다는 부동산투자 전문가로 나서는데 훨씬 더 어울려 보이는 대목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아내 명의로 용산 땅을 사들였다가 2년 만에 시가 26억원대에 달하는 아파트 분양권 등을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일반 서민들은 쳐다보지도 못할 재테크의 귀재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아무리 권력이 꿀단지라지만 염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장관직 제의가 오더라도 고사하는 게 사람의 도리다.

염치가 없어도 이런 몰염치가 없다.

남들 보고는 아파트 투자는 끝났다고 겁을 주면서 자신들은 아파트 보유수를 늘렸다.

강남에 집 샀다가는 낭패를 볼거라면서 자신들은 죄다 강남에 주소지를 옮겼다.

후안무치도 이런 후안무치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출범과 함께 인사 5대 원칙을 천명했다.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병역면탈 관련 후보자는 원천 배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는 25일부터 예정된 인사 청문회에는 이 5대원칙과 관련된 인사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야당이 벼르고 있는 만큼 이번 청문회도 시끄러워도 한창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성숙한 의식의 국민들은 지도층 인사들의 완전무결한 도덕성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염치는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정권은 ‘떠들어도 나의 길을 간다’ 식이다.

나는 ‘바남 풍’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은 ‘바람 풍’이라고 말하란다.

내 이야기만 크게 하느라 남 이야기는 물론 자기 마음속 이야기도 안 듣는다.

귀가 잘 안 들리면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진다.

자기 이야기를 못 들으니 점점 내뱉는 소리도 커지게 마련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는 시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거 정부도 그랬고 지금도 부끄러움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 리더라고 나서니 곳곳에 악취가 장난이 아니다.

몰염치한 사람들은 대개 상대적으로 사회적 규범과 규칙을 깨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때문에 공동체의 규칙을 무시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범죄를 쉽게 저지르기도 한다.

정권은 유한하고 보복의 역사는 반복되는 게 우리 한국 정치의 뼈아픈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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