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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해정의 명(命) 이야기] 상대적 행복과 절대적 행복(2)
[노해정의 명(命) 이야기] 상대적 행복과 절대적 행복(2)
  • 노해정 휴먼멘토링 대표
  • 승인 2019.04.08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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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원을 그만둔 청년”

노해정 기고가
노해정 기고가

[뉴스퀘스트=휴먼멘토링 대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그는 영재과학고등학교에서의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S대에 진학하였다. 그의 대학교 생활은 모범적이었고 준수하였다. 시험을 보면 준비한 이상의 성적이 늘 나왔고, 영재고 출신답게 공대에서 다루는 어려운 개념의 수학 문제를 잘 풀어내곤 했다.

부모가 의사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성적은 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요건이 충분하게 충족될 만큼의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의전원 진학을 결정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그가 입학하게 된 의전원이 서울에 있는 명문대가 운영하는 의대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는 연애사로 부모 속을 썩인 적도 없었으며 그저 묵묵히 열심히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엘리트 과정을 착착 밟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것도 의사 면허 취득을 불과 1년 반 정도 앞둔 시점에서의 결정이었다. 그의 부모와 친척들 그리고 몇 안 되는 절친한 친구들 모두가 큰 충격을 받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청년의 부모님들이 아들의 의전원 자퇴와 관련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다양한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아드님이 의전원을 그만둔다고요? 설마요. 다 그럴 때가 있어요. 우리 애도 얼마 전 휴학 했는 걸요? 휴학하라고 하세요! 좀 쉬고 나면 자연스럽게 복학할 겁니다. 어떻게 들어간 의대인데 그걸 그만둘 수 있겠어요?”

“우선 아드님과 함께 심리상담소나 정신과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아드님이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있지 않았을까요? 헤어지거나 사랑에 실패한 상태일지도 모르잖아요?”

“교수님을 찾아가 보셨나요? 학교생활을 체크 해 보시고 학교 사람들과 의논해 보시죠! 학교 성적이 안 좋았거나 의사가 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고 미리 포기하려 할 수도 있잖아요!”

“하나님 맙소사! 정말로 큰일이네요! 어쩐대요?”

다음은 청년의 어머니와 필자가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지인이기도 한 그 청년의 엄마는 필자에게 말하는 내내 가끔은 한숨을 내쉬며 조금은 떨리는 높은 옥타브의 음성으로 침착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 아들의 의전원 성적이 비교적 괜찮았어요, 단순하게 외우기보다는 이해를 해서 풀어야 하는 성격이어서 의전원 붙었다고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었거든요, 의학은 거의 전부 다 원서를 외워야 하고, 늘상 테스트를 보니까요, 아들의 성향 하고는 근력이 많이 다른 공부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아드님은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시절 공부를 주로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나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이전에는 많이 재잘거리는 아이였어요, 유치원 시절 너무 엉뚱한 질문을 많이 해서 선생님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종종 학교 수업 분위기를 끊을 수 있는, 수업과는 관계없거나 배우는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질문을 많이 했데요, 저학년 시절에는 선생님들에게 가정에서 아이가 학교 수업에 집중하도록 지도해달라는 지적을 많이 받곤 했어요, 그런데 수학이나 국어만큼은 너무 집중력이 강해서 하나, 하나를 제대로 따져가면서 그야말로 재미있게 공부하는 아이였답니다.”

“아드님은 주로 어떻게 공부해 왔나요? 사교육은 많이 시키셨는지요?”

“많이 안 시켰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영재고나 과고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어요, 하나는 우리 ( 학부모 ) 들이 ‘자연산’이라고 부르는 그룹인데요, 수학-과학에 매우 특화된 재능을 갖춘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 타고나기를 수학, 과학에 재능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돼요, 다른 하나는 ‘양식’ 그룹인데요, 그야말로 독하게 공부시켜서 영재고, 과고에 들어오는 친구들을 말합니다. 우리 아이는 ‘자연산’에 가까운 편이었어요. 초등학교 2~3학년 시절부터 수학을 워낙 잘했고,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기 시작하더군요, 그 당시만 해도 사교육을 정말 많이 시키지 않았었답니다. 책 읽고, 즐겁게 보드게임하고, 수학을 엄마랑 즐겁게 도형과 퍼즐로 놀이 삼아서 접하곤 했죠.”

“아드님이 어릴 때부터 정말 똘똘했군요?”

“네, 감사합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사교육을 많이 시키게 됐어요. 계기가 있었답니다. 초등학교 4학년에 모 대학 과학영재원에 합격했어요. 학부모들 사이에서 최고로 쳐주는 교육대학의 영재원이었는데, 발표나 산출물 모두 좋은 성과를 내더군요. 그런데 영재원의 5학년 승급 시험에서 떨어진 거예요. 다른 활동을 아무리 잘했어도 수학시험으로 자르는 거예요. 그때 아이도 큰 충격을 받았어요. 영재원 활동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영재원에서 유급당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수학 선행학습을 미리 시키지 않았던 것, 즉 사교육을 많이 시키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었죠. 같이 다녔던 영재원 친구들은 강남 대치동의 유명 수학, 과학학원을 이미 저학년 시절부터 다니면서 이미 시험에 대비가 된 아이들이었던 거죠.”

“이 대목에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아드님이 독서나 수학, 그리고 국어를 모두 좋아하는 어린이였다고 하셨는데, 장래 커서 무엇을 하고 싶어 했었나요? 이 당시에도 의사가 되는 것을 동경했던 것은 아니었지요?”

“네, 화이트 해커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글로벌 IT 기업의 CEO가 돼서 돈을 많이 벌면 우주선을 제작해서 새로운 지구를 찾는 우주 탐험가가 될 거라 했다가, 로봇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요, 심지어 작가나 영화 제작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등, 매우 다양한 것을 상상하는 어린이였어요.”

“아드님에게는 영재원에서 유급탈락한 것을 계기로 많은 변화가 생겼겠네요?”

“우선 제게는 죄책감을 들게 했어요,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활동을 그런 줄도 모르고…, 사교육 뒷받침 안 해 줘서, 그야말로 엄마가 무식해서 탈락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아이를 태우고 대치동 학원을 실어나르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이 무렵이었어요. 아이도 느꼈던지 정말로 열심히 하더군요.”

“아드님이 하고 싶어 하는 분야나 희망에도 변화가 있었는지요?”

“네, 그 이야기를 하려면… 뭐랄까? 아! 아이가 이때부터 ‘ 나는 뭐 하고 싶어요! ’ ‘ 뭐가 될래요! ’ 라는 말이 쏙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처음에 수학학원 시험을 봤더니, 최고 반에 넣어주긴 하더군요. 하지만 학원의 최초 테스트에서 60점대를 받고 나서 다시 큰 충격을 받더군요, 학교나 다른 테스트에서는 받아본 적이 없는 점수였으니… 영재원 탈락에다 그 점수를 받았으니까요. 그때부터 아들이 참말로 독하게 공부하기 시작했죠. 결국, 그 반에서도 한, 두 명 안에 들게 될 때까지 여러 말 안 하고 그야말로 공부만 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아이는 영재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게 자신의 목표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 ( 3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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