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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산기 ⑤] 붉은 노을빛, 홍도 깃대봉 (2)
[한국 유산기 ⑤] 붉은 노을빛, 홍도 깃대봉 (2)
  • 김재준 시인
  • 승인 2019.05.07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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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대봉 표지석. [사진=김재준 시인]
깃대봉 표지석. [사진=김재준 시인]

[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 홍도는 섬 주변을 다니던 배들이 바람을 피해 정박하였다가 뭍으로 돌아가려 동남풍을 기다리는 섬이라 하여 대풍도(待風島), 노을에 비친 섬이 붉은 옷을 입은 것 같다고 해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나주목(羅州牧)에 홍의도(紅衣島), 동백꽃이 빨갛게 섬을 덮고 있어서, 해질 때 섬이 붉고 바위가 붉은 빛을 띠어 홍도(紅島)라 붙여졌다. 목포에서 115킬로미터, 흑산도에서 서쪽으로 2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으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이다. 600헥타르 남짓한 크기, 해안선은 20킬로미터 정도. 250여 세대가 살고 있다. 조선 성종 때 고기 잡던 김해 김씨 김태선이 파도에 쓸려 정착했던 것으로 전한다. 숙종 때 제주 고씨가 들어와 마을을 이루었다.

과부를 근신시켰다는 구실잣밤나무 연리목

파수꾼처럼 서 있는 나무들을 두고 뒤돌아선다. 섬벚나무, 참회나무 깍지는 연록색으로 붉다. 전망대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호흡을 해 본다. 후련하다. 정오 무렵 쉼터에 앉아 목포막걸리 한 잔, 아버지 좋아하시던 단무지, 동백나무 아래 사과와 김밥 한 입으로 최고의 점심이다. 오래된 소나무 몇 그루가 이 산에서는 희귀종이다. 구실잣밤나무 연리목을 지나 12시 15분 흑산초등학교홍도분교. 햇살이 따갑다.

구실잣밤나무는 제주·거제·남해·홍도 등 바닷가 산기슭에 자라는 암수한 그루 난대 수종 밤나무 식구다. 새불잣밤·구슬잣밤으로도 부른다. 한국·일본·타이완·중국 원산, 상록활엽 큰키나무로 15미터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피침·타원형 표면은 윤이 난다. 6월에 피는 연노랑 꽃은 향기가 진하다 못해 강렬해서 부녀자들은 외출을 삼가고 과부는 근신했다고 한다. 나무 밑에도 잘 가지 않았다는데 아마 못 가게 했을 것이다. 냄새가 자극한다지만 꽃이 최음(催淫) 효과를 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해서 기겁할 수 있다. 바닷가사람들은 남자냄새라고 했다.

양향(陽香), 정체는 스퍼민(spermine)이라는 것. 약알칼리성으로 산성을 중화시킨다. 열매는 다음 해 가을부터 익는데 세 갈래로 벌어진다. 도토리처럼 날것으로, 구워서, 떡에 넣어 먹었다. 회색 나무껍질은 그물 염색제로, 목재는 건축·선박·가구·농기구·버섯재배용으로 쓴다. 비슷한 것으로 열매가 작고 가지가 엷은 메밀잣밤나무가 있다.

깃대봉 아래 홍도 전경. [사진=김재준 시인]
깃대봉 아래 홍도 전경. [사진=김재준 시인]

12시 30분경 유람선을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선다. 홍도의 제1경이라는 남문·병풍·물개바위는 규암질이라 붉다. 제비여·아랫제비여 바위마다 거북손들이 물이 나갈 때마다 훤히 드러난다. 이 밖에도 슬픈여·아랫여·상제비여·솔팍여·상두루여·큰미사리여·앞여·방구여…….

“여가 뭐야?”

일행이 묻는다.

“여는 여자들이 죽은 곳이다.”

“…….”

슬픈여는 바다에 나간 부모가 풍랑으로 돌아오지 않자 일곱 남매가 바다로 걸어가 돌이 되었다는 바위다. 몇 해 전 신안으로 여행 갔다가 궁금했던 것이었다. 대체 접미사로 끝나는 이 많은 “여”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 무렵 흑산면, 마을이장님, 학계 등에 수소문해 봐도 잘 아는 이 없어 오히려 궁금증만 더했다. 나중에 신안문화원에서 연락이 왔다.

“…….”

“바닷물 속에 잠겨있다 썰물 때 드러나는 바위를 섬사람들은 ‘여’라고 해요.”

“순우리말이네요.”

“…….”

낭랑하고 친절한 남도 사투리였다. 굳이 친절한 사투리라고 말한 이유는 지역문화 안내자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람선에서 요란스런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어딜 가나 뽕짝이다. 마이크를 든 사람은 한 술 더 떠서 저속한 말만 쏟아낸다. 역사·문화보다 말초적 관광 안내는 사람들을 수준 이하로 만들 것이다.

선상횟집, 앞쪽 작은 배. [사진=김재준 시인]
선상횟집, 앞쪽 작은 배. [사진=김재준 시인]

물안개 산으로 흩날리는 대핑이 마을

동굴 두 개를 지나서 홍도2구 대핑이 마을이다. 학창시절 최기철의 “홍도의 자연”에서 홍도2구 석촌마을 대풍리를 대핑이라 했던 그때를 되살려본다. 옆으로 바짝 배를 대니 부연 물안개가 산으로 흩날린다. 4시 반경 선상횟집이다. 돔·우럭 종류를 내놓는데 한 잔 맛이 섬 일주의 압권이다. 내연발전소 지나서 오후 3시경 원점으로 돌아온다. 해산물 파는 노점들이 죽 늘어섰지만 미역귀 한 봉지 샀다. 3시 45분, 목포 가는 배를 타고 흑산도에 이르니 오후 4시 15분, 어촌 정취는 사라졌고 모든 것이 현대적이다. 8할 정도의 승객들이 내렸는데 섬은 그야말로 도시가 됐다. 바위섬을 연결한 다리들, 당구장·탁구장·모텔·술집·여객터미널……. 이곳에서 하룻밤 지내며 잔을 기울이긴 좋은 곳이렷다.

“…….”

“이 섬에 다 내린 것이 수상하다.”

“여행사에 당한 것 아니야?”

드럼 치는 친구다.

“…….”

텅 빈 배, 여유 있게 다리 뻗고 간다. 파도는 더욱 잔잔하고 올 때보다 편안하게 항해한다. 그나마 비금도에 들러 몇 명 탄 것이 고작, 오후 6시 반경 목포에 도착하니 유달산이 반갑게 맞아준다. 부두의 해질녘은 누군가 구름을 흩어 환칠을 해 놓았다. 홍도의 낙조를 보는 듯 서해바다는 온통 불타는 것처럼 붉다. 바다는 해를 잘 놓아 주지 않지만 이내 엷어지는 노을빛이 아쉽다.

● 정상까지 2킬로미터, 1시간 10분정도

홍도 선착장 → (10분)홍도분교 → (20분)청어미륵 → (10분)동백숲 쉼터 → (20분)숯가마터 → (10분)정상 → (45분)홍도분교 → (15분)선착장

* 기상·인원수·현지여건 등에 따라 시간이 다름.

1) 정약전의 자산어보(경향신문 1995.2.22).

2) 신안군 마을 유래(흑산면 홍도리)

글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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