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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차 문화 ⑨] 김홍도의 선면 '죽리탄금도(竹里彈琴圖)'
[그림으로 보는 차 문화 ⑨] 김홍도의 선면 '죽리탄금도(竹里彈琴圖)'
  • 최혜인(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5.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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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선면 '죽리탄금도(竹裏彈琴圖)', 조선후기, 지본수묵, 22.4x54.6cm. 고려대박물관
김홍도, 선면 '죽리탄금도(竹裏彈琴圖)', 조선후기, 지본수묵, 22.4x54.6cm. 고려대박물관

[뉴스퀘스트=최혜인(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연구원)] 달빛이 내리는 대나무 숲 속에 고사(高士)가 홀로 앉아 있다. 고사는 거문고를 타고 있고, 뒤에서 다동은 찻물을 끓이고 있다. 부채에 그려져 운치를 더하고 있는 이 작품은 김홍도의 선면 <죽리탄금도>이다. 조선 후기, 특히 18세기 후반부터 은거하는 고사와 함께 차를 준비하는 다동(茶童)이 자주 그려지는데,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죽리탄금도>는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 699?~759)가 지은 『망천집(輞川集)』 중 17번째 작품인 「죽리관(竹里館)」 을 화제로 그린 작품이다. 『망천집』은 왕유 자신의 은거지인 망천장( 輞川莊)에서 뛰어난 경치 20곳을 선별하여 각각의 아름다움을 시로 지은 후 엮은 시집이다. 후대의 많은 문인들이 이 문집에 감동하였으며, 그림 주제로도 인기였다.

다시 그림을 살펴보자. 화폭 오른쪽에 「죽리관」이 적혀 있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요한 대숲 속에 홀로 앉아, 獨坐幽篁裏

거문고를 타고 다시 휘파람을 길게 불어보네. 彈琴復長嘯

깊은 숲 아무도 모르는데, 深林人不知

밝은 달만이 찾아와 비춰주네. 明月來相照

천천히 음미하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주변이 고요해지는 듯하다. 「죽리관」을 주제로 한 그림은 조선 후기에도 여럿 남아 있는데, 장면 묘사는 다 다르다. 예를 들어서 이방운(李昉運, 1761~?)의 그림은 높은 산봉우리와 대나무 숲을 강조하여 은거지 풍경에 초점을 맞춰서 그린 반면, 김홍도의 그림에서는 인물과 그 분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같은 주제도 작가 의도에 따라 다르게 시각화된 것이다. 선면 <죽리탄금도>는 탈속(脫俗)한 고사와 한적한 정취를 담아내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가 있는 부분은 여백(餘白)으로 처리하여 「죽리관」의 배경인 ‘어두운 밤’ 분위기를 잘 표현하였다. 전체를 검게 칠하지 않아도 여백으로 그윽한 분위기를 나타낸 것이다. 동아시아 회화에서 여백은 단순히 빈 공간이 아니라, ‘그리지 않고 그린’ 것을 의미한다. 예부터 문인들에게 회화는 도(道)에 이르고자 하는 뜻을 펼쳐내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화폭에 그 뜻을 잘 옮겨 놓고자[寫意] 하여, 여백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선면 <죽리탄금도>에서 여백의 운용이 잘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 하단 중앙에 놓인 커다란 바위도 화면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자칫 휑할 수 있었던 공간을 채워준다.

시선을 왼쪽으로 옮기면 「죽리관」의 핵심 내용이 그려져 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볼 것이 있다. 한밤중 대나무 숲에 앉아 거문고를 연주하고, 차를 마시는 일은 언제든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까? 관직에 몸담고 있는 문인들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이에 그들이 동경했던 삶을 산 왕유에 자신들을 투영시켜 유유자적 노닐고자 했다. 그림을 통해 그 마음이 이루어지길 바란 것이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고요한 밤, 거문고 연주를 하며 심폐가 시원해지는 차를 마시고자 하는 바람을 그림 속 인물에 투영하여 언제든지 감상하며 이상향에 이를 수 있게 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죽리관」을 보면 차를 마신다는 이야기가 없다. 그렇다면 차를 준비하는 다동을 왜 그려 넣었을까? 이는 당시 차에 대한 인식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이다. 차는 은일하는 삶을 더 강조하는 요소로 그려졌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은일하는 고사와 함께 그려졌다는 것을 미루어보아도 알 수 있다. 차를 수신(修身)을 위한 정신음료로 여기고 은거생활의 필수품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차 문화는 양란(兩亂) 이후에 급격히 쇠락하였다. 민간에서 차는 약용으로 마실 뿐이었으며, 극히 일부 사찰에서 간간히 이어져왔고 몇몇 문인들만이 문집을 통해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8세기가 되면서 청나라 문인들과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한거(閑居) 문화와 관련된 서적 유입 등으로 차 문화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관심이 생겨나고 그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다.

최혜인 연구원

이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지지 못하고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 일어났지만, 이후 19세기 차 문화 중흥에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선면 <죽리탄금도>는 차의 가치를 인식한 이들의 미감이 드러난 작품이다.

이 그림이 더욱 운치 있게 느껴지는 것은 부채에 그린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부채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순수하게 감상을 위한 목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선면 <죽리탄금도>는 그 크기만 봐도 휴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죽리관」을 통해 펼치고자 한 이상향을 부채에 더 멋스럽게 담아내었다.

더운 여름날 정자에 모여 이 그림을 펼쳐놓고 감상했을 문인들을 상상해보라. 그보다 멋진 피서(避暑)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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