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친환경기업 인증 못받으면 조끼 안팔아" 새 방침 발표로 구매에 어려움
월가 금융인들이 단체복으로 입고 다니는 '상징'...입사지원자들도 회사선택 고려사항

월가에서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 [사진=Midtown Uniform 페이스북]
월가에서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 [사진=Midtown Uniform 페이스북]

[뉴스퀘스트=김미혜 기자] 최근 아웃도어 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파타고니아가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기업에는 '플리스(Fleece) 조끼'를 팔지 않겠다는 새로운 방침을 내놓으면서 월가가 혼란에 빠졌다.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는 '월가 금융인'들이 단체복으로 입고 다니는 그들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금융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파타고니아 조끼를 구매하려면 각 회사들은 자신들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이에 월가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파타고니아는 성명을 내고 "이제부터 환경보호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업과 '비코퍼레이션(B Corporation)' 인증을 받은 기업에 판매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비코퍼레이션은 비영리기관 비랩이 인증하는 글로벌 착한기업으로, 연간 매출의 1%를 환경보호에 쓰거나 공익에 걸맞는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기업에 부여된다. 파타고니아도 지난 2017년 비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았다.

파타고니아 조끼의 유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가에 캐주얼 복장을 입기 시작하면서 당시 금융사들이 매주 금요일을 정장을 입지 않는 '캐주얼 데이'로 정하고 이 조끼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데서 유래했다.

이후 파타고니아 조끼는 젊고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에까지 퍼지며 더욱 인기를 끌었다. 애플의 팀쿡,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페이팔의 맥스 레빈 등 최고경영자(CEO)들도 자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파타고니아 조끼는 금융계와 IT업계 종사자를 상징하는 옷이 돼버렸다.

WSJ는 "평일에 JP모건 체이스, 노무라, BMO 캐피탈 등의 이름이 박힌 파타고니아 조끼를 입고 맨해튼 거리를 걸으면 주변 사람들의 동경심과 부러움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사진=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캡처]
[사진=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판매 정책 변경으로 몇몇 회사들은 조끼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월가의 금융회사 베스티드는 지난 2일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파타고니아 조끼를 주문했으나 거절당했다. 베스티드는 이메일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당신의 회사에 나쁜 감정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종교단체, 식품단체, 정치관련 단체, 금융기관 등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과 제휴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답신을 받았다.

대학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서 월가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파타고니아 조끼가 입사 지원자들의 회사 선택에 하나의 고려 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브로바이블의 제이슨 캠메로타 편집장은 "파타고니아에서 이미 조끼를 주문한 모건스탠리와 노무라증권은 인재 채용에 우위를 차지한 셈"이라고 말했다.

파타고니아는 가치관이 맞는 기업들로 판매 상대를 제한하면서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자사 조끼를 유니폼으로 쓰는 경우 그 위에 해당 기업의 이름과 로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월가 채용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월스트리트 오아시스의 패트릭 커티스 대표는 "월가 기업의 이미지로 인해 파타고니아의 이미지까지 나빠지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파타고니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고 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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