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보고서, 2007~2017년 수출 10개품목 중 2개만 성장업종...쇠퇴업종에선 견조
박용만 회장 "우리가 앞서가지 못하고 다른 나라 버리고 가는 길에선 독보적 위치"

[그래픽=뉴스퀘스트]
[그래픽=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허용기 기자] 제조업 부진. 최근 우리나라의 생산과 투자 부진 등 경제침체 상황을 설명하면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말이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 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대한상의가 최근 작성한 '한국 제조업의 중장기 추세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7년과 2017년의 수출액 상위 10개 품목을 비교한 결과 2개만 교체돼 글로벌 성장업종에서 점유율이 낮아졌다. 반면 성장력이 떨어지는 쇠퇴 업종에서는 오히려 상승하는 등 '산업 신진대사'가 역류하고 있다.

특히 주력 업종의 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다 일부 업종에 대한 편중도 심각한 수준이어서 '성장엔진'이 식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는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해선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이 불요불급하지만 글로벌 성장업종을 주도하기는커녕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한다는 분석으로 심각성을 더한다.

교체 품목은 2007년과 2017년 비교, 10대 품목 비중은 2017년 기준. [자료=대한상의]
교체 품목은 2007년과 2017년 비교, 10대 품목 비중은 2017년 기준. [자료=대한상의 보고서]

◇ 한국, 10년간 수출상위 10개 품목 중 2개만 손바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주력 10대 품목 가운데 컴퓨터부품과 모니터가 빠진 대신 특수선박(해양플랜트)과 유화원료가 새로 포함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인쇄기, 스웨터, 변압기, 여성정장 등 4개가 10대 수출품목에서 제외되고 자동차부품, 램프·조명기구, 가죽가방, 가구 등이 추가됐다. 우리 교체율이 중국의 절반에 그친 셈이다.

선진국 진영과 비교해도 독일(3개 교체)보다 적었고, 일본·미국(각 2개 교체)과는 같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10대 품목의 비중이 46.6%(2017년 기준)에 달해 일본(33.8%)과 중국(27.9%), 독일(28.0%), 미국(30.1%) 등을 훨씬 웃돌았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10년간 수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8개가 바뀌지 않고, 10대 수출품목의 비중이 경쟁국들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다는 것은 (제조업의) 고착화와 편중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점유율 변화는 1995년과 2016년 비교. [자료=대한상의 보고서]
점유율 변화는 1995년과 2016년 비교. [자료=대한상의 보고서]

◇ 글로벌 쇠퇴업종 점유율은 높아져

한국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무역 규모가 증가하는 성장 업종에서는 부진한 반면 성장력이 떨어지며 도태 또는 사양의 조짐이 보이는 업종에서는 점유율이 더 상승했다.

전세계 주요 40개 제조업종 가운데 석유정제, 통신, 의약, 비철금속, 정밀기기 등이 '5대 성장 업종'으로 분류됐는데 한국은 지난 1995년과 2016년 사이에 통신기기와 의약, 비철금속 업종에서 글로벌 생산 점유율이 하락했다.

그러나 제지, 섬유, 특수목적기계, 의류, 일반가전 등 '5대 쇠퇴업종' 가운데서는 섬유만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기간에 점유율이 상승했다.

또 제조업 부문의 차세대 신산업으로 화장품과 의약 업종이 부상하고 있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0.86%와 0.55%에 그쳐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미약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밖에 서비스산업에서는 게임이 '한류 콘텐츠 산업'의 선도 업종으로 집중 육성되고 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제조업의 국내 생산액이 2012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해외법인 매출액도 2014년 이후 감소하는 등 우리 제조업은 중장기적인 쇠락 추세에 진입한 상태"라면서 "특히 제조업의 역동성과 신진대사가 저조하다"고 진단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이달초 여기자 포럼 강연에서 "미래로 가는 길에 우리가 앞서가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버리고 가는 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면 미래에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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