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하응백 에디터] 최남선이 기초한 1919년의 ‘기미독립선언문’에는 ‘이천만 민중의 성충(誠忠)을 합하여’라는 구절이 나온다. 당시 남북을 합친 조선의 총 인구가 대충 2천만 명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꼭 100년이 지난 2019년 현재, 한국의 인구는 약 7천 7백만 명이니, 100년 만에 한반도 전체인구는 약 4배 증가한 셈이다. 지난 100년 동안 인구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던 것이다.

지난 3월 28일 통계청은 장래인구특별 저위 추계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보수적으로 예상한 통계지만, 이 통계에 따르면 올해 인구는 5천 165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2020년부터 0.02%(1만명) 감소하고, 이후 감소폭이 커지면서 2067년에는 3천 365만 명으로 줄어든다. 중위 통계를 보더라도 2028년 5천 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2067년에는 3천 929만 명으로 감소한다. 비관적으로 보든 낙관적으로 보든, 출산율 감소로 인해 멀지 않은 시기에 대한민국의 인구는 줄어들게 되어 있다.

통계청의 이러한 발표는 한국 땅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인구 감소시대를 맞이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는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04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세웠고, 현재까지 100조가 넘는 돈을 투입했다. 정부의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5년부터 10년간 총 108조 4143억 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지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한다하더라도 인구는 감소할 것이며, 가임 여성들은 정부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저출산 대책이란 결국 저출산 원인을 찾아, 처방을 내려주는 것이겠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말처럼, 어떤 처방도 그 속도를 조금 늦출지는 몰라도 대세를 돌이킬 수는 없다. 차라리 인구 감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구가 줄어든 나라에 맞는 정책을 세우는 게 더 현명한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이니 만큼 인구가 감소하면 전 국민은 더 쾌적한 삶을 누릴 수도 있다는 역발상으로 정책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금의 산업구조에서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은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며, 각종 연금에 대한 국민 각자의 부담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경제성장을 절대 과제로 삼으며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는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더 먼 미래에는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 도로나 철도나 항만, 학교와 병원과 관청 같은 각종 공공시설은 과잉 공급의 거품을 걷어내야 할 것이며, 건설이나 건축보다, ‘철거’나 자연으로의 ‘환원’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도 대폭락을 겪을 지도 모른다.

인구가 증가하는 시대의 성장에 맞는 정책을 플랜A,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의 정책을 플랜B라고 한다면, 이제 우리는 플랜B로 나가야 한다. 지난 100년간의 관성에 의해 플랜A만 집착한다면, 개인과 국가 모두 대혼란에 휩싸일 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최소한 플랜B로 나아가기 위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그 연구는 인구감소로 인한 부족한 노동력을 AI(인공지능)와 자동화로 대체하기 등의 경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시대가 인간 정신에 미치는 영향, 도시 및 산업시설 공동화로 인한 환경 문제 같은 것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1919년 3·1운동이 대한민국 독립과 건국의 씨앗이 되었다면,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19년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 100년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은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저출산 대책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한시라도 빨리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여러 가능성을 점검할 바로 그런 시점임을, 2019년을 지나면서 우리는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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