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을 그만둔 청년 2 (목적이 없는 목표)

노해정 휴먼멘토링 대표
노해정 휴먼멘토링 대표

[뉴스퀘스트=노해정 휴먼멘토링 대표]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목표가 될 때,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만이 목표가 될 때, 우리는 뭔가 공허함에 빠지게 된다. 목적이 없는 목표는 뚜렷한 지향점을 지니지 못하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영역과 하고 싶은 것을 구분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지난 호에 이어서 의전원을 그만둔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청년의 엄마는 대화가 깊어지면서 차분한 어조에서 격정의 억양과 특유의 높은 옥타브로 말을 이어 갔다.

“중학교에 올라 간지 얼마 안 돼서 아이가 저랑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는 거예요. 남편과 저는 무척 긴장하면서 아이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엄마, 아빠! 나 수학학원 이달까지만 하고 싶어요”

“그 당시 남편과 저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죠…”

“ 네, 두 분 다 정말 매우 놀라셨을 것 같아요. 그 당시 아이 아빠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

“남편은 참 차분한 사람이에요, 묵묵히 이렇게 말하더군요.”

“갑자기 생각한 것 같지는 않고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말해보렴.”

“저는 오열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너 왜 자꾸 엄마를 힘들게 하니, 이제 수학 성적도 올라가고 열심히 하길래 안심하고 있었는데, 왜 또 그러는데?”

“엄마 저 학교에서 수학 성적 떨어진 적 없잖아요, 그런데 학원성적 올리기 위해서 지난 1년간을 매일 매일 수학 공부만 했어요, 읽고 싶은 책도 많은데 도저히 읽을 시간이 없어요, 지난번에 좋아하는 미술 수행 과제도 제출하지 못했어요.”

“저는 이렇게 되받아쳤어요. 다 거쳐야 하는 과정 아니니. 너 영재고 가고 싶다며?”

“엄마! 이러다가는 영재고는 커녕, 저는 공부 못하는 학생이 되고 말아요. 국어 공부할 시간도 영어 공부할 시간도 전혀 낼 수가 없는걸요.”

“아이 아빠가 차분한 어조로 질문했어요. 그렇다면 다른 애들은 어떻게 학원에서 버티는 거니?”

“아빠!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를 도와주는 과외 선생님이 따로 있어요, 그런 친구들이 절반이 넘어요! 또 다른 친구들은 오로지 숙제만 해서 와요, 숙제를 위한 숙제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정말 진지하게 문제를 풀어볼 시간이 없어요! 이건 정말 아니에요.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니 제가 스스로 공부해 보고 싶어요.”

“저는 다음 달에 있을 KMO(한국 수학올림피아드)가 걱정돼서 아이한테 말했어요, 그럼 KMO는 어떻게 할 건데?”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준비해왔으니 열심히 준비할래요. 그래서 이달까지는 해 보겠다는 거예요.”

“아이 아빠는 아이에게 소신대로 한번 해 보라고 허락을 하더군요. 저도 못마땅했지만 아이 고집을 잘 아는지라 아이 의견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아이는 KMO에 나가서 제법 괜찮은 ‘은상’을 받았어요.”“와 정말 반전인데요? 학원을 끊고 큰 상을 받았잖아요.”

“네, 하지만 저와 남편은 전전긍긍했죠, 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은상을 받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로 학원을 끊어도 되나? 이런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어요. 그러다가 다음 해인 중학교 2학년 때 영재고를 조기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목표가 달성된 거네요. 정말 기뻤을 것 같아요. 아이가 정말 대단합니다. 영재고에 입학하면서 아이의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영재고에 가서 실현하고 싶은 목적이나 앞으로의 꿈에는 변화가 있었을까요?

“네, 영재고 입학 당시에는 그런 것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어요, 단지 서울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목표를 다시 세우더군요, 아이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예요. 아이가 아주 좋아했던 영재고 선생님 한 분이 아이한테 이렇게 물었었데요. ‘너는 영재고에 들어온 목적이 뭐니?’ 라고요. 지금에서 말이지만 아이는 그 당시 이 질문을 받고 충격을 받았었데요, 자신의 꿈이나 목적은 영재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렸고, 아니 그런 것을 꿈을 꿀 여유도 없었고, 오직 영재고 입학을 위한 자소서를 잘 작성하고, 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 위대한 수학자가 되고 싶다는 쪽으로 스토리 라인을 잡았을 뿐이지 진정으로 무엇이 되고 싶거나 어떤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방향성을 잃은 채, 오로지 영재고 입학에만 매달렸었다는 겁니다.”

“아이에게는 단지 영재고 입학이 목표였을 뿐, 수학이나 과학을 통해서 어떤 학자가 되고 싶다든지, 수학 과학을 제대로 활용해서 기술의 발전에 기여 하는 CEO가 되겠다든지 하는 목적이나 꿈이 없었다는 거네요.”

“네, 지금에 와서는 그게 후회가 된다는 거예요, 아이는 다시 서울대를 가겠다면 목표 설정을 하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카이스트 같은 학교에는 고 2에 조기입학이 가능했지만, 이미 조기입학을 한 번 한 상태라서 아이는 일부러 3학년까지 남아서 서울대에 입학했어요.”

“서울대에 가겠다는 목표를 다시 한번 실현한 셈이네요, 그럼 서울대에 가서는 어떤 목표를 세우던가요?”

“아시는 바와 같이 아이는 의학전문대학원에 가겠다는 목표를 다시 세웠죠, 이를 위해서 생명공학을 복수전공을 했고요, 대학에 가서도 정말로 건강이 염려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더군요.”

“아드님이 그 당시 어떤 의사가 되고 싶다든지?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던가요?”

“네, 아이가 정신과나 의공학을 하고 싶다는 얘기는 했었어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말은 잘 하지 않았어요. 대화할 시간도 거의 없었거든요.”

“차라리 영재고에서 바로 의대를 갈 수도 있었잖아요?”

“가능했지만, 영재고는 수학-과학 발전을 위해서 세워진 학교입니다. 따라서 의대를 진학하게 되면 그동안 받았던 학비 혜택 등을 다시 물어내야 해요, 그 금액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이는 모범생이라서 제도가 허락하지 않는 것을 일부러 시도하지 않는 아이입니다. 더구나 목표가 처음부터 의대나 의전원은 아니었어요, 어릴 적 꿈은 IT 전문가나 유능한 CEO, 작가, 심지어 일러스트레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서울대 목표를 이루고 나서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성적이 잘 나오고 하니까 가장 엘리트 코스인 의사가 되는 길이 가장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 ( 4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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