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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산기 ⑥] 호국정토의 상징 경주 남산 (2)
[한국 유산기 ⑥] 호국정토의 상징 경주 남산 (2)
  •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19.06.04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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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거세 탄생설화 나정, 경애왕 비극 품은 포석정
금오산. [사진=김재준 시인]
금오산. [사진=김재준 시인]

[뉴스퀘스트=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10월의 토요일은 가을빛에 가슴 설레는 날. 포석정 입구 주차장엔 황소개구리 울음소리 요란하다. 주차요금 이야기 하다 부엉골 갈림길까지 왔다. 30분 정도 지나 작은 소나무와 너럭바위가 어우러져 절경이다. 엉덩이처럼 잘생긴 바위는 멀리 벌판을 보며 자태를 뽐내고 대나무, 소나무가 절묘하게 어울려 산다. 10시경 소풍하기 좋은 너럭바위에 앉아 천년 왕국 신라시대로 거슬러 간다. 오른쪽에 있는 나정은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깃들었지만 포석정(鮑石亭)은 경애왕이 견훤에게 죽음을 당한 곳이다. 유상곡수(流觴曲水)(주12) 비운의 현장 포석정은 포를 놓고 제사지내던 곳이나 곡수에 술잔을 띄워 연회를 열었다. 견훤이 왕궁에 쳐들어와 임금을 죽게 하고 겁탈한다. 박씨 왕족을 몰아내 김씨 경순왕을 세웠으나, 오히려 경순왕은 난폭한 견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임금 된 지 8년 만인 935년 가을, 신라를 왕건에게 넘겨주고 사심관(주13)이 된다.

상선암 위쪽 금송정(琴松亭)에 앉아 신라 거문고 소리를 듣는다. 옥보고는 경덕왕 때 육두품 출신으로 지리산 근처에서 거문고를 배운 명수였다. 이곳에서 거문고를 탔는데 나무젓가락 같은 술대로 여섯 줄을 타는 것이다. 가야금은 열두 줄이다.

10시 30분 금오산 정상에서 넓은 길로 나와 북서쪽으로 걷는다. 11시 부흥사 갈림길에서 15분 내려가니 음각된 마애여래좌상에서 살모사를 만나고, 윤을곡마애불좌상 앞에서 다시 독사와 마주쳤다. 뱀을 보면 딸을 낳을 징조니 오늘은 여성들을 조심해야겠다. 내려오면서 이정표로 5리마다 심었다는 오리(五里)나무다. 왕릉 아래 오리나무, 뒤편 산비탈은 소나무다. 무덤 아래는 습지대가 되는데 오리나무를 심은 조상들의 지혜를 엿본다. 생장이 빠르고 척박지에 잘 견디므로 흙 흘러내림을 막는 나무(砂防樹)로, 재질이 연해 함지박, 나막신을 만드는 데 썼다.

포석정과 삼릉의 솔숲

삼릉 소나무. [사진=김재준 시인]
삼릉 소나무. [사진=김재준 시인]

12시 30분 포석정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 삼릉 솔숲이다. 남산은 전체가 소나무이지만 남산을 남산답게 해주고 천년 고도 경주를 빛내주는 것이 삼릉 솔숲이다. 비 맞은 소나무는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선지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명소다. 그러나 흔하던 솔숲은 일제 강점기 남벌, 6·25전쟁, 산업화, 소나무 재선충의 질곡을 거치면서 많이 사라졌다. 머지않아 소나무는 왕릉이나 사찰처럼 특별히 관리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 것이다.

어슬렁거리며 잠시 올라가면 삼릉골에 대략 10여 곳의 불상과 절터를 볼 수 있다. 머리 없는 석불좌상과 북쪽으로 햇볕에 입술이 붉어지는 미스신라 마애관음보살상도 만날 수 있다. 돌계단을 지나 상선암 옆에는 남산의 좌불 중에 제일 큰 마애석가여래좌상이 경부고속도로를 바라본다.

미스 신라로 불리는 마애관음보살상. [사진=김재준 시인]
미스 신라로 불리는 마애관음보살상. [사진=김재준 시인]

탑골로 오르는 동남산

앞으로 바라보면 편안한 방석이나 책상 같은 느낌을 주는 산을 풍수적으로 안산(案山, 朱雀案山)이라 하고, 남산(南山)이라 부른다. 서울의 남산을 비롯해서 전국의 남산은 대게 이러한 형국이다.

신라왕이 있었던 곳이 월성(月城), 반월성(半月城)이니 경주 남산은 도성(都城)의 안산으로 금오산(金鰲山, 468미터)과 고위산(高位山, 494미터)을 잇는 크고 작은 봉우리, 서른 개 넘는 골짜기까지 일컫는다. 호국불교의 염원이 깃든 수많은 문화재가 있는 야외박물관으로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짧고 가파른 동쪽은 동남산, 다소 완만하고 긴 반대편 포석정, 삼릉계곡, 용장골, 틈수골 등을 서남산이라고 부른다. 남북으로 대략 8, 동서로 4킬로미터, 석탑·마애불·석불·절터 등이 많으며 삼국유사에 수많은 전설과 애환이 전해져 온다. 신라는 남산 외에 오악을 두었는데 토함산이 동악, 계룡산이 서악, 지리산이 남악이요 북악은 태백산, 팔공산을 중악이라 했다. 불교가 공인(528년 법흥왕)되고부터 남산은 서방정토의 신령스러운 곳으로 숭상되었고 서라벌의 진산과 다름없었다.

연록색 오월의 나뭇잎은 싱그럽다. 주로 서남산을 많이 다녀선지 오늘은 동남산이다. 차를 몰고 도로옆 상서장 오른쪽 내리막길 조심스레 간다. 논둑길 따라 절골 지나 탑골 주차장 아침 8시다. 탑골마애조상군을 먼저 보러 옥룡암 옆길로 들어선다. 햇살이 나뭇잎에 조금 가렸지만 역광이다. 저 바위에 새겨진 서른 개 넘는 형상들은 부처의 진리를 그림으로 표현한 만다라.

동남산 앞 경치. 왼쪽 선덕여왕릉 낭산, 사천왕사·망덕사 터. [사진=김재준 시인]
동남산 앞 경치. 왼쪽 선덕여왕릉 낭산, 사천왕사·망덕사 터. [사진=김재준 시인]

“앞에 새겨진 탑을 보십시오. 신라 9층 목탑의 본보기(典範)입니다.”

“…….”

“불상 아래 새겨진 사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사자가 백수(百獸)의 제왕이듯 중생들의 사자는 부처다. 설법을 사자후(獅子吼)라 하고 열변을 토할 때도 사자후로 표현했습니다.”

걸음을 옮기면서 일부러 후후 숨을 몰아쉰다.

“입을 구멍처럼 오므려 보면 부르짖듯 후~ 소리 납니다. 입구(口)에 구멍공(孔)자를 합했으니 울 후(吼)…….” 산비둘기 우는 소리 구슬프다.

뒤쪽에 삼존불 새겨진 바위와 노송, 아침 햇살이 어우러져 묘한 풍경을 그려준다. 소나무길 잠깐 오르니 국수나무 흰 꽃이 만발하고 등나무 군락이다. 군데군데 고사리들이 불쑥 솟아나 있다. 20분 정도 올라 갈림길(감실부처0.9·금오봉3.2·탑곡마애조상군0.5·상서장0.9킬로미터). 남북 능선을 가로지르는 신작로 같은 넓은 길인데 일제 강점기, 해방 전후 이 산을 박살 낸 것이다. 불국토인 남산을 오르지 않고 신라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는 나의 생각이 이런 무지막지한 길 앞에서 부질없음을 한탄해 본다.

탑골 마애조상군. [사진=김재준 시인]
탑골 마애조상군. [사진=김재준 시인]

이 산 너머 아수라, 건달바 등 팔부중상(八部衆像)(주14)이 조각된 창림사지 탑이 있다. 뒤틀린 소나무 숲길이 바위와 어우러져 위압적이지 않아서 참 마음이 편안하다. 바위에 잠시 앉아 서남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도로와 시내가 훤하다.

“앞에 멀리 보이는 것이 단석산입니다. 김유신 장군이 칼로 내리쳤다는…….”

“…….”

때죽나무는 하얀 꽃잎을 조금씩 열었다. 간혹 노린재나무 흰 꽃, 벌써 꽃잎을 떠나보낸 팥배나무 꽃받침이 애처롭다. 한참 기분 좋게 걸어가니 상사바위에 두 분이 먼저 앉았다. 저 너머 동쪽으로 토함산이 있고 눈을 한 번 더 내리면 서출지 물빛이 햇볕에 아른거린다. 까마귀를 위해 보름날 오곡밥을 먹게 된 내력을 얘기하자 이번에는 상사바위에 대해 묻는다. 노인과 피리소녀와의 전설을 대충 늘어놓곤 별로 달갑잖은 표정을 짓는데,

“아무래도 안 좋아하는 얘기 같아요.”

일행이다.

발을 옮겨주느라 만날 찌그러져 있는 등산화를 내려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주15)는 장벽이 없었다 해도 어느 정도 비슷한 나이쯤 됐어야 실감이 날 것 아닌가? 금오봉 가는 넓은 길을 걷노라니 햇살이 제법 따갑다. 워낙 많이 온 곳이라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또 다른 상사바위가 금오봉 정상 부근에 있는데 상사병에 걸린 남녀가 바위에 빌면 낫는다고 한다.

용장골 갈림길(용장사지0.5·용장마을3킬로미터)에 이르니 10시 10분, 나무 그늘에 바람까지 솔솔 불어와 땀을 식힐 수 있다. 지루한 길을 따라 이영재의 오래된 소나무 몇 그루는 아직도 뿌리가 드러난 채 그대로다. 며칠 동안 폭우가 쏟아지면 곧바로 휩쓸려갈 지경인데, 흙 쓸림이라도 막아줘야 할 것 아닌가? 요즘엔 지역마다 너도나도 편의시설 한답시고 멀쩡한 산길에 돈을 들여 계단을 만든다. 오히려 불편한 시설로 자연을 망치는 짓은 그만 뒀으면 좋겠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참 만에 칠불암 갈림길 바위다. 멀리 바다로 갈 수 있는 중앙선 기차가 장난감처럼 굴러가고, 잘 정리된 들판에 모내기를 하려는지 논물을 가득 댔는데 물빛이 아롱거린다. 칠불암 뒤 높이 솟은 바위에 보관(寶冠)을 쓰고 걸터앉은 마애보살반가상을 지난다.

칠불암, 바위 꼭대기 마애보살반가상. [사진=김재준 시인]
칠불암, 바위 꼭대기 마애보살반가상. [사진=김재준 시인]

“참배객들은 관세음보살이라 하는데 볼 때마다 관능미가 느껴지니 관능보살이라.”

“규범화된 것보다 낫습니다.”

초파일이 나흘 지났건만 암자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보물 200호 푯말은 한편에 치워지고 국보 312호를 새긴 하얀 돌이 세워져 있다.

“왜 국보로 바뀌었을까요?”

“신라가 통일을 하고 불력으로 다스리기 위해 동서남북 사방불(四方佛)을 조성한 것은 다 아실 테고, 이곳에 있는 본존불은 편단우견불(주16)과 항마촉지인(주17)의 시작이자 석굴암 본존불의 본보기입니다.”

“…….”

옆에서 고갤 끄덕이던 일행이 없어졌다. 금강산식후경, 두 여인은 저만치 암자마루에 앉아 사설을 늘어놓는걸 보니 벌써 점심 공양에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보살인지, 스님인지 서로 얘길 나누면서 자꾸 오라는 눈짓이다. 마지못해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칠불암 법당. [사진=김재준 시인]
칠불암 법당. [사진=김재준 시인]

“시주를 해야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나물밥 한 그릇에 된장찌개, 땀 흘리고 먹는 산중의 먹거리. 마음을 닦듯 설거지 그릇은 반듯이 엎어놓았다.

염불 외는 앳된 비구니는 티끌 없이 순수해 보였다.

“스님은 이런 분들한테 붙이는 호칭이야.”

“역시.”

“속세에 있지만 나도 생불입니다.”

“맞다. 이럴 때 불남불녀라고.”

“…….”

불남불녀(佛男佛女)인지 불남불녀(不男不女)인지 모르겠으나 바위틈 사람주나무인 여자나무를 보살나무라 하며 우리는 다시 험한 바위를 기어올라 되돌아 걷는다.

이영재를 또 지나고 삼화령 근처에 오니 날은 더워 땀이 줄줄 흐르는데 빨리 걷자고 재촉한다.

“지칠 땐 느리게 걸으면 힘이 빠져서 안 돼, 차라리 후딱 속도를 내는 게 상책이야.”

동남산 산길은 모두 통일전으로 연결돼 있으니 이곳을 시점과 종점으로 정해 놓고 다니면 쉽다.

어느덧 내리막길 쉬엄쉬엄 걸어도 좋을 구간이다. 오후 1시 10분 감실부처 방향을 두고 오른쪽 옥룡암(옥룡암2.6·통일전1·포석정3.3·금오봉1.4·통일전5.2킬로미터)으로 내려간다. 소나무 냄새에 기분은 상쾌하고 대팻집나무는 꽃망울 맺었다. 잠시 네댓 명 앉을 수 있는 바위에 다리를 펴니 시야가 확 트였다. 소금강, 낭산, 토함산 가는 길에는 초록빛 나무들이 봄빛을 그려주고, 바람도 살랑살랑 귓불을 간질이며 계절은 역시 여왕임을 뽐내고 있다.

옥룡암 부처바위까지 50분 남짓. 학생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선생님은 문답식으로 관심을 유도한다. 공부도 저런 방식이면 얼마나 좋을까? 내려가려는데 길을 묻는다.

“감실부처는 다시 큰 길 따라 가야 됩니다.”

“…….”

해설자 한 분이 다가와 머뭇거리더니 감실부처 바위는 코끼리 다리 사이에 부처를 새긴 것이란다.

“…….”

우리는 소금강 불굴사터 천진스런 불상을 보러 갔다. 차를 몰면서 코끼리 얘기가 사족(蛇足)이 아니길 바랐다.

보살나무. [사진=김재준 시인]
보살나무. [사진=김재준 시인]

(주)

12) 흐르는 구불구불한 물길(曲水)에 잔을 띄우고 술을 마시는 풍류.

13) 연고가 있는 고관에게 자기 고장을 다스리도록 임명한 특별관직(事審官).

14) 불교의 수호신으로 천(天)·용(龍)·야차(夜叉)·건달바(乾達婆)·아수라(阿修羅)·가루라(迦樓羅)·긴나라(緊那羅)·마후라가(摩喉羅伽).

15) 남녀간의 사랑을 읊은 노래(고려가요를 낮추어 부름. 쌍화점·만전춘·가시리·서경별곡·청산별곡 등).

16) 부처의 걸친 옷에서 오른쪽 어깨만 벗은 모습(偏袒右肩佛).

17) 오른손을 무릎 위에 놓고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부처의 손 모양(降魔觸地印).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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