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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산기 ⑦] 수난의 섬 강화 마니산 (1)
[한국 유산기 ⑦] 수난의 섬 강화 마니산 (1)
  •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19.07.02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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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굴참나무 잔가지. [사진=김재준 시인]
떨어진 굴참나무 잔가지. [사진=김재준 시인]

[뉴스퀘스트=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마니산 가려고 날만 잡아두면 비가 내리거나 안개 가득했다. 이번에도 역시 비 내리는 7월 주말. 어쩌랴 오래전 계획한 일이니 새벽 밥 먹고 거의 3시간 반 달려 초지진다리 건넌다. 비는 오락가락 안개도 몰려다닌다. 함허동천에 닿으니 10시 40분. 날은 덥고 잔뜩 흐렸다. 그나마 비가 멎은 건 천만다행이다. 계곡에는 장마철이라 물이 불어서 바위의 이끼마다 파릇파릇. 쪽동백·산사·느티·잣·산딸·때죽·신갈·밤나무가 어울려 살고 있다. 쪽동백과 때죽나무는 꽃 지고 제법 굵은 열매를 달았다. 길 왼쪽의 바위사이로 물소리 맑다. 

만고풍상 겪어 온 민족의 영산
 
앙증맞은 분홍색 좀작살나무 꽃도 한 몫을 한다. 산딸나무 꽃은 검은 숲에 확연히 눈에 띈다. 층층나무과, 쇠박달로 부르고 꽃말도 단단하다는 뜻. 열매는 딸기처럼 붉게 익어 산딸나무인데 맛은 별로지만 새들이 좋아한다. 

“기독교 믿는 분?”
“…….”
“그럼 다 불교.” 
“석가모니는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지만, 그리스도는 산딸나무 십자가에, 천주교도는 해미읍성 회화나무에서 죽었습니다. 행단(杏壇)이라 불리는 은행나무 아래 학문을 가르친 공자, 향나무는 제사지내는 곳에 심어서 유교와 연관됩니다. 산딸나무 넉 장의 흰 꽃잎은 십자가를 닮아 기독교에서 신성하게 여깁니다.”
“그렇구나.”
 
11시 10분, 물 흐르는 바위길마다 굴참나무 이파리 많이도 떨어졌다. 

“태풍이 불었나?”
“도토리거위벌레란 놈이 떨어뜨렸어.”
“이런 벌레들은 잡아 죽여야 돼.”
“…….”
“꼭 나쁘지만 않아요. 열매를 솎아주니 참나무 해거리에 도움 될 수도 있어요. 주둥이를 모방해 인간은 천공기(穿孔機)도 만들었고…….”

마니산 바위 능선. [사진=김재준 시인]
마니산 바위 능선. [사진=김재준 시인]

도토리거위벌레는 천공기(drill) 같은 주둥이로 도토리에 구멍 뚫어 한두 개 알을 낳는다. 열매와 잎이 달린 가지를 잘라 떨어뜨리면 일주일쯤 지나 부화된 유충은 도토리를 먹고, 20일 정도 지내다 땅속으로 들어가 겨울을 난다. 
 
신갈나무 아래 세력이 약한 팥배나무, 생강나무. 연녹색 이파리 줄이 선명한 까치박달나무에서 갈림길이다(참성단1.6·함허동천1.1킬로미터, 왼쪽 정수사·참성단은 거리표시 없다).
 
30분 정도 올라 까마귀 소리 너머 소사·신갈·팥배·산딸기·산벚나무를 만난다. 바위에 잠시 앉아 땀을 닦는데 머리 위로 산벚나무 열매 버찌는 크다. 드문드문 산벚나무 굵은 것 보니 팔만대장경 재료로 이 나무를 썼다는 것이 실감난다. 몽고의 침입으로 대장경은 강화도 선원사에서 제작돼 이후 해인사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오 무렵 바위 능선에 서니 동막해수욕장, 서해 갯벌이 보인다. 안개에 약간 흐리지만 이만큼도 다행이다. 여기는 쪽동백·신갈나무가 우점종, 바위에 어우러진 소나무마다 오랜 세월 견딘 듯 구불구불 만고풍상(萬古風霜)1) 모습이다. 

마니산 전경. [사진=김재준 시인]
마니산 전경. [사진=김재준 시인]

 
강화도는 제주, 거제, 진도에 이어 네 번째 큰 섬으로 수난의 땅이었다. 고구려·백제의 접경지, 장수왕이 개로왕을 죽이고 위례성(서울·하남)을 빼앗자 고구려 땅이 되기도 했다. 몽고의 침략, 청나라 정묘·병자호란, 프랑스 병인양요, 미국의 신미양요 등에 항쟁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양요(洋擾)는 서양인들이 어지럽혔다는 것. 1876년 병자년 강화도조약으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강·임진강·예성강 아래 있대서 강도(江都)·강하(江下), 지금은 강 아래 꽃피는 고을, 강화도(江華島)로 부른다. 바위 능선 화강암은 마사토처럼 부스러지고 물푸레·진달래·팥배·윤노리·쉬나무 잎들은 두텁고 억세다. 바닷바람에 풍화된 것보다 오랜 세월 주변 강대국 침략에 더 많이 시달렸을 것이다. 

마니산 정상. [사진=김재준 시인]
마니산 정상. [사진=김재준 시인]

12시 30분, 장마철인데 잠시 햇살이 하늘 보여주니 오늘은 행운이다. 중나리 꽃 붉은 발밑에 바다마을과 갯벌이 아득하고 내륙으로 분지를 병풍처럼 두른 퇴모산·혈구산, 참성단이 보이는 오른쪽은 석모도다. 바위 능선길 따라 팥배·신갈나무 군락지. 바위길 소나무 아래 쉬고 있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서 시원한데 금방 안개 바람 밀려와 참성단을 가릴까봐 되레 걱정이다. 어느덧 시장기를 느끼는 시간이지만 뒤에 처진 일행들은 보이지 않아 기다리기로 했다. 
 
김밥 몇 줌 먹고 오후 1시경 바위길 걷노라면 팥배·개옻·개산초·떡갈나무, 노박덩굴, 바위 사이에 하얀 꽃을 피운 꿩의다리는 안쓰럽다. 참성단 중수비 올라 1시 20분 마니산(摩尼山) 정상 472미터. 표지석 너머 참성단, 마니산은 표지석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표주목이다. 바위에 나지막한 팥배나무 잎이 미역줄나무처럼 생겼고 물푸레나무 이파리도 두터워 쉬나무로 헷갈릴 것 같은데, 참빗살나무, 소사나무들이 정말 많다.

“니(尼)가 무슨 글자입니까?”
젊은 내외가 묻는다.
“산, 비구니의 뜻입니다.” 
“그럼 비구니가 도를 닦은 산이네요.”
“한자 뜻보다 원래 머리산이었는데, 마리, 마니산이 됐어요. 으뜸 산, 민족의 영산인 거죠.”

마니산 참성단. [사진=김재준 시인]
마니산 참성단. [사진=김재준 시인]

(주)
1)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겪어 온 많은 고생.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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