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단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다소 왜곡된 평가를 듣고 있는 한국인들을 완전히 찜 쪄 먹을 만큼 개인주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 단정은 자국민이 완전 바닷가의 모래알 같다면서 공산 혁명을 통해 국민성을 고쳐야 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젊은 시절 술회만 봐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되는 것 같다. 여기에 자신의 주머니에 한 번 집어넣으면 뺄 줄 모르는, 돈 좋아하는 자린고비 기질까지 더하면 중국인들의 개인주의 성향은 완전 상상을 초월한다고 해도 좋다.

명(明)나라와 청(淸)나라의 교체기에 인구가 만주족의 100배가 넘는 한족들이 단결을 하지 못해 무참하게 도륙당한 과거의 쓰라린 역사적 경험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기질 속에 남을 돕는다는 DNA가 많이 부족하다고 단언해도 진짜 괜찮지 않나 싶다. 기업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리 이윤이 목적인 경제체이기는 하나 사회공익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 기부금을 낸 경험이 있는 비율이 전체 기업의 고작 2018년 말을 기준으로 2%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미지 개선이나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서 완전히 팔을 걷어붙이고 있기까지 하다. 미국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 정도로 천사 기업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에 한국 기업들에게도 반면교사가 될 수 있도록 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하는 ‘중국 천사 기업 열전’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 [사진=뉴스퀘스트]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 [사진=하이얼 보도자료]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우량 기업이 모든 사람들에게 찬사를 듣는 천사 기업일 수는 없다. 그러나 부실 기업은 악덕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굳이 구구한 설명을 할 필요도 없다. 부실 기업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만 살펴봐도 좋다. 이 사실에 비춰보면 지금은 중국의 대표적 백색가전 그룹으로 우뚝 선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하이얼(海爾)은 지난 세기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상이 다 아는 악덕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매년 엄청난 적자가 나는 파산 직전의 재기불능 회사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장루이민(張瑞敏·70·사진) 현 회장이 추진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혁신으로 완전 환골탈태, 산둥성을 넘어 중국을 대표하는 우량 기업으로 거듭 났다. 더불어 우량 기업이 반드시 천사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이렇게 된 데는 바로 이 회사가 회생 이후 기울인 적극적 사회공헌 활동과 큰 관계가 있다고 해야 한다.

[사진=하이얼 보도자료]

1984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하이얼은 현재 위상이 눈부시다. 2018년 매출액이 3000억 위안(元. 51조 원) 가까이에 이른다. 영업 이익은 매출액의 10% 전후로 상당히 양호하다. 세계 100대 기업에 당당히 진입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

흑자가 본격적으로 나기 시작한 지난 세기 말부터 걸음을 내디딘 사회공헌 활동 역시 세계 100대 기업답다고 해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지난 2009년 1억 위안(170억 원)의 기금으로 설립한 ‘하이얼그룹자선기금’의 존재가 아닌가 보인다. 하이얼이 진행하는 공익 활동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진=하이얼]

실제로 하이얼은 금세기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총 10억 위안(1700억 원) 가까운 액수의 기부활동을 이 기금을 통해 진행해왔다. 액수가 얼마 안 된다고 폄하하는 의견도 없지는 않으나 한때 악덕 기업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더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활동이 너무 알차다. 무엇보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은 전국 곳곳의 빈곤 지역 아동들을 위해 이른바 시왕(希望)학교를 건립해준 23년 동안의 행보가 돋보인다. 2018년 말 기준으로 246개 학교를 건립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이 학교들은 전 대륙 26개 성시(省市)에 걸쳐 있다.

하이얼은 그저 학교만 지어주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잘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 지급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미래까지 책임지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좋다.

[사진=하이얼]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외지로 나간 농촌의 어린이들을 일컫는 이른바 류서우(留守)아동들에 기울이는 관심 역시 하이얼의 사회공헌과 맥이 닿아 있다. 매년 수백여 명의 아동들에게 생활과 공부에 불편이 없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하이얼은 넓은 국토를 보유한 탓에 재난이 끊이지 않는 자국민들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2008년 발생해 10만명 가까운 희생자를 낸 쓰촨(四川)성 대지진 때 보여준 발 빠른 행보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현금 1000만 위안과 이재민들이 필요한 각종 가전제품을 지원한 바 있다.

하이얼은 국내의 법인은 하이얼코리아를 통해 한국에서도 천사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 수년 동안 해오던 TV 특별 기획전을 통한 연탄 기부 행사를 꼽을 수 있다. 비록 금액으로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나 달랑 1원 한 장 기부한 적이 없는 한국 기업들도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이얼이 사회공헌 기업으로 주목되는 이유는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반드시 거론해야 하는 것이 바로 외부 유망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한 부화기 사업이다. 금세기 들어 사업을 본격 시작해 대략 2000여 개 이상 기업의 성장을 도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하이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성장한 기업들도 많다. 2018년 말을 기준으로 매출액 1억 위안 이상의 기업이 무려 100여 개 이상에 이른다. 분위기를 보면 제2의 하이얼이 이 기업들 중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이얼의 사회공헌 활동은 솔직히 기업 덩치에 비한다면 엄청나게 대단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르기 어렵다. 더구나 하이얼이 도산 직전의 수렁에서 기사회생한 기업이라는 사실까지 더하면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하이얼의 천사 기업 되기 프로젝트는 이제 그 거보를 본격적으로 디딜 날만 남았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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