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격주 월요일 ‘기업 속살파기’를 연재합니다. 경제와 금융, 산업을 두루 취재한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는 위기관리를 포함한 종합홍보대행사 YJ&networks에 몸담고 있는 이규창 부사장이 생생하고 재미있는 기업 이야기를 전합니다. 경영상의 뒷이야기는 물론 IR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책임(CSR), 인수합병(M&A), 재무, 위기관리 등 다양한 주제로 기업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세상에 완벽한 기업은 없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국내 1위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에는 수십만 명이 근무한다. 삼성전자만 해도 국내 약 10만 명, 해외 약 20만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웬만한 지방 중소도시 인구에 버금간다.

따라서 삼성그룹 내에서는 온갖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외부에 알려지는 일은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절도나 폭행, 불륜 등은 사건·사고 축에 끼지도 못한다고 한다. 또, 삼성그룹은 그동안 정경유착, 비리, 편법 승계 등 제법 굵직한 사회적 이슈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삼성그룹이 유독 비도덕적이고 문제가 많은 기업일까.

이 부분을 다르게 생각해보자.

이 정도 인구의 도시에는 법원, 경찰서, 소방서, 병원 등등이 있기 마련이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고 시정부·의회의 비리에서부터 사소한 개인 간 다툼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삼성그룹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업은 ‘어쩔 수 없이’ 많은 변수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임직원이 10명도 되지 않은 기업도 빈도수에서는 적을지언정 다양한 사안을 접하게 된다. 변수나 리스크를 모두 통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 자체가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을까. 어떤 기업은 직원을 채용할 때 자체 채용 프로세스에다 관상 전문가를 동원할 정도로 정성을 들이기도 하지만, 인간에서 비롯한 사건·사고를 모두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기의 강도도 다르다. 기업 구성원 개인의 일탈행위나 단순 헤프닝으로 무마시킬 수 있는 위기가 있는가 하면, 이미지 실추에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 불매운동 같은 중대 위기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사건·사고를 줄여 위기를 최소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 평상시 내부 교육으로 창업주나 오너의 철학을 전달하고, 올바른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려고 하며,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기도 한다.

또, IR과 같은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수행하거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며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사건·사고의 대응력을 높이기도 한다. 위기가 발생할 때 대외적 메시지를 포함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해당 기업이 얼마나 평상시 준비를 잘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평소 준비와 훈련이 잘 된 기업도 예상치 못한 유형의 사건·사고를 막지 못하고 이에 따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위기대응 매뉴얼대로 조치를 취하고, 최고의 변호사를 동원해 법적인 문제에 대응해도 비판이나 비난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나마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대기업이나 BtoB 기업은 존폐 위기까지 내몰리지 않지만, BtoC 위주로 품목이 다양하지 못한 기업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갑질’을 포함한 오너의 심각한 일탈행위, 인명 피해를 동반한 제품의 치명적 결함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도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 몇 배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또, 중장기 실적 부진이나 대규모 M&A에 따른 재무적 불안에 시달리면 대기업도 휘청거린다. 나중에 IR 주제를 다룰 때 언급하겠지만, 한 때 자산기준 재계 서열 13위까지 올랐던 STX그룹도 거듭된 재무적 불안을 낙관적 시나리오로 버티다 해체되는 비운을 맞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기업은 철저한 교육과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춰 사건·사고를 최소화하고 위기 대응 매뉴얼과 이에 따른 훈련을 수행해야 한다. 또,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고 적절한 CSR 활동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해둬야 한다.

완벽한 기업은 없다. 하지만, 준비 없이 위기를 맞아 초기 대응부터 일을 더 키우는 기업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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