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부잣집에 가보로 내려오던 큰 종이 있었다.

한 도둑이 이 종을 훔치려는데 너무 컸다.

도둑은 꾀를 내 망치로 종을 쪼개서 훔치기로 했다.

도둑이 망치로 내려친 종에서는 당연히 소리가 나 온 마을에 울려 퍼졌다.

도둑은 남이 들을까 얼른 자신의 귀를 솜으로 막고 망치로 종을 두드렸다.

엄이도종(掩耳盜鐘).

중국 춘추시대 말기 진나라 승상 여불위의 여씨춘추에 나오는 우화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가당찮은 잔꾀로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는 어리석음을 비웃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도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도 여전히 제 귀만 막으면 되는 줄 알고 종을 치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만 2년, 이제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가 엊그제 같은데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듯’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지난 2년의 시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좋아졌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안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살림살이가 더 나빠졌다고 느끼는 국민이 절반이 넘는다. 그렇다고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먹고살기 위해 사업에 너도 나도 뛰어들지만 여기저기서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사정과 형편은 처참하다.

지난 2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자영업자수는 100만명에 달했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89.2%, 100명이 창업해 1년 이내에 89명이 문을 닫은 셈이다.

당연히 장사가 안 되니까 문을 닫았을 터인데 장사가 안되는 이유는?

경기부진에 따른 내수침체에 일자리가 없다보니 너도나도 자영업에 나서면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는 결정타였다.

기자의 안사람도 노후 걱정에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지난해부터 두 평 남짓 자그마한 수수료 매장에서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처음 일주일에 한번이 요즘은 사흘을 가게로 출근해 저녁 9시까지 커피머신을 돌리고 있다.

대기업에 꼬박꼬박 바쳐야 하는 매장 수수료에 재료비, 9,000원의 아르바이트생 시급, 여기에 주 15시간만 일을 해도 줘야하는 주휴수당을 주고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이다.

어떤 달은 적자다 보니 인건비라도 아끼겠다며 가게 나가는 날이 늘어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월급 줄 능력이 안 되면 장사 접으라’는 막말까지 듣고 있다.

정부도 딴소리 하기는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가게주인도 힘들어졌는데 모두가 잘 살수 있다고 한다.

실험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믿음이 철석같다.

대기업 사정도 녹녹치 않다.

경기 둔화에 따라 주요 상장사들의 외형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이익이 60% 이상 급감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전체 기업의 수익성은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수출은 다섯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수출액은 488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1.7%를 기록했던 수출 마이너스 행진은 2월에 -11.4%로 두 자릿수 대까지 무너졌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0.3%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분기는 1분기보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대외여건은 녹녹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불투명 지표가 여기저기서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일부 외국기관은 2%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먹고사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 지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귀를 막고 딴소리다.

서민경제는 이미 무너져 내렸고 모든 경제 주체들이 어렵다는 데도 정부는 딴청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직은 문제없다며 애써 위기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연말이면 정책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더니 이제는 ‘내년’이라고 둘러댄다.

여야 정치권도 하는 짓으로 봐선 적폐청산 대상이다.

매달 세비 꼬박꼬박 나오니까 그들에게는 서민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남의 나라 이야기인 모양이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이 뭐길래 민생은 제쳐두고 장외에서 싸움박질로 날을 새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뻔히 아닌 줄 아는데 희망고문이 길어지면 민심은 돌아서기 마련이다.

미사여구의 분식 발언으로 아무리 사실을 호도해도 결국에는 들통이 난다.

나를 따르라고 하다가 그 산이 아니면 얼른 내려와야 한다.

잘못 됐으면 바로 잡으면 된다.

끝까지 우기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골로 간다.

과거 역사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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