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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응백의 국악인문학 ⑦] 소상팔경과 신도팔경과 몽유도원도(2)
[하응백의 국악인문학 ⑦] 소상팔경과 신도팔경과 몽유도원도(2)
  • 하응백 문화에디터
  • 승인 2019.05.22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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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
몽유도원도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고려 무신정권 때부터 시작된 팔경의 유행은 조선 개국 초 정도전에 의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정도전, 조준 등의 신흥사대부 세력은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라는 맹자의 말을 모토로 삼아 왜구의 침입, 권문세가의 착취, 토지제도의 모순 등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고자 이성계를 앞세워 역성혁명에 성공한다. 당시 역성혁명파의 성리학은 실용적 경세지학이었던 것이고, 그들은 곧 새로운 국가 수립에 착수한다.

정도전은 당시 새로운 수도 한양 건설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정도전은 경복궁, 근정전, 숭례문 등의 한양 도성의 궁궐이나 사대문 이름을 짓고 한양 주변의 도성을 설계하고 공사 책임을 맡았다. 한양을 5부로 나누고 52방의 동네로 구획하여 여러 관청을 들어서게 하고 52방의 이름을 지은 것도 바로 정도전이다. 지금도 남아있는 가회동이니 안국동이니 하는 지명이 바로 그때 탄생했다.

이성계와 건국세력의 염원이었던 한양 건설이 일단락된 것은 1398년 봄이었다. 이때 정도전은 임금에게 ‘팔경시’를 지어 바친다. 태조실록은 “좌정승 조준(趙浚)과 우정승 김사형(金士衡)에게 신도 팔경(新都八景)의 병풍(屛風) 한 면(面)씩을 주었다. 봉화백(奉化伯) 정도전(鄭道傳)이 팔경시(八景詩)를 지어 바쳤는데, 첫째는 기전(畿甸)의 산하(山河)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정도전이 지어 이성계에게 바쳤다는 팔경시는 기전산하(畿甸山河), 도성궁원(都城宮苑), 열서성공(列署星拱), 제방기포(諸坊碁布), 동문교장(東門敎場), 서강조박(西江漕泊), 남도행인(南渡行人), 북교목마(北郊牧馬) 등이다. 이 여덟 가지의 시 제목에 각각의 내용이 따라온다. 가령 첫수인 기전산하는,

비옥하고 풍요로운 기전(畿甸) 천리,

표리(表裏)의 산하가 1백 둘이로다.

덕교(德敎)의 형세를 얻어 겸하였으니,

역년(歷年)이 천년은 점칠 수 있도다.

라는 내용이 따라온다. 이것을 쉽게 풀이하면 도성이 들어선 한양은 경기도 중간인데, 비옥하고 풍요로운 땅이며 복이 있어 천년은 지속할 것이며, 둘째 도성궁원은 한양의 외곽 도성은 방어하기에 철옹성 같고, 성안의 궁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셋째 열서성공은 세종로 등에 들어선 여러 관청이 우뚝하고, 넷째 제방기포는 궁성 안에 들어선 여러 여염집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가 가득하고, 다섯째 동문교장은 동대문 밖 군사 훈련장에는 군마와 병사가 가득하며, 여섯째 서강조박은 여러 조운선이 실어오는 곡식이 서강 일대의 창고에 가득하다는 것이고, 일곱째 남도행인은 남쪽 노량진 부근 나루에는 행인들이 사방에서 모여들고 있으며, 여덟째는 북교목마는 성 북쪽 목장에는 수많은 군마가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세분해 보면 토목과 건설 사업의 완비, 민생의 안정, 조세제도와 국방의 완비 등이다.

새롭게 왕조를 창업한지 6년, 새 나라의 모든 것이 정비되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팔신도팔경시로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1398년 4월 정도전이 팔경시를 지어 바쳤다는 태조실록의 기록은 조선 건국의 주체 세력이 새로운 나라 조선을 건국하고 그들의 이념대로 건국사업을 일단락했다는 보고서를 임금에게 올렸다는 기록이기도 하다. “우리는 나라를 세웠고, 우리가 세운 나라는 지금 이렇게 안정되고 부강해졌습니다”라는 보고서. 이 팔경시는 정도전과 같은 경세가가 필생의 사업을 마무리하는 보고서이기도 하다. 특히 서강조박을 표현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방(四方)이 서강(西江)에 모여드니,

용(龍)같이 날치는 만곡(萬斛)의 배로 나르는도다.

천창(千倉)에 붉게 썩는 것을 보려무나.

정치하는 것은 먹이가 족한 데에 있도다.

(四方輻輳西江, 拖以龍驤萬斛。 請看紅腐千倉, 爲政在於足食)

이 시를 현대적으로 풀이해 보자. 한양이 도성으로 정해지면서 각 지방의 세곡은 배로 지금의 마포나루에 도착한다. 이 곡식은 국자 재정의 근간이다. 이 곡식이 마포나루 근처에 들어선 수많은 창고에 넘쳐나서 썩을 정도로 많이 쌓여 있다. “정치란, 보라, 먹는 것이 풍족해야 하는 것을! 고려 때는 국고가 텅텅 비었지만 이제 국고가 넘쳐나서 백성은 굶주리지 않고 살게 되었다. 새 왕조를 창업한 우리가 바로 이렇게 해 냈다. 곡식이 썩어날 정도로 국고가 가득 찼다. 백성은 먹는 것이 하늘이라 했거늘, 우리가 이것을 이루었도다!” 이는 맹자의 ‘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을 실천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성혁명파의 역사적 정당성을 설파한 것이다.

이제 정도전에게 남은 것은 첫째 완전한 왕권강화, 둘째 명나라의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 바로 요동정벌이었다. 이를 위해 정도전은 이방원을 비롯한 여러 왕자가 나누어 가지고 있던 일부 군사력을 한 군데 모으는 작업을 한다. 그것이 바로 사병혁파이며 진법 훈련이다. 요동정벌을 위해 사병을 혁파하고 실제 요동을 정벌하여 명나라의 간섭을 물리치자는 것, 이것이 경세가 정도전의 마지막 사업이었다.

1398년 4월 이후 여기에 매진하던 정도전은 그해 8월 뜻밖의 기습을 당한다.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던 이방원은 틈을 엿보다가 8월 26일 새벽 2시, 남은의 집에서 회합하고 있었던 정도전 일파를 급습, 정도전 일파를 제거하고 경복궁으로 난입하여 어린 세자를 죽인다. 이것이 역사에서 말하는 제 1차 왕자의 난이다. 팔경사상과 성리학을 결합했던 정도전은 이렇게 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정도전은 불귀의 객이 되었지만, 그가 꿈꾸었던 동양적 이상향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죽였던 태종과 태종의 아들 세종에 의해 새롭게 나타난다. 성군(聖君)에 의한 유토피아의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안평대군은 ‘비해당소상팔경시첩’을 제작하면서 아버지 세종의 태평성대를 문화적으로 칭송한다. 이 시첩 제작 후 자신감을 얻은 안평대군은 5년 후인 1447년 자신이 꿈에 본 도원(桃園)을 화가 안견에게 이야기하고, 안견은 3일 만에 그림을 그린다. 여기에 안평대군이 직접 제서와 발문을 쓰고 당대의 일급 문장가 20여 명의 찬문을 총동원하여 ‘몽유도원도’를 완성했다.

이 몽유도원도는 단순한 시첩이 아니다. 시·서·화 삼절의 경지를 나타내는 조선 초기 문화의 기념비적인 총합이다. 불국사와 석굴암이 통일신라의 국격을 보여주는 것처럼, 몽유도원도는 태종을 거쳐 세종 때 꽃피운 조선의 국력과 문화에 대한 자신감의 총화라고 할 수 있다. 동양적인 이상국가, 즉 동방의 유토피아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한 나라의 왕자가 추진한, 팔경사상의 안온함과 성리학의 민본주의를 두루 아우른, 야심적인 문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중국의 소상팔경은 한국화되어 동방에서 더욱 개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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