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직원과 고객사 DSP 함께 '저렴한 고급자재' 개발...獨엘리베이터 제작사에 판매까지

(왼쪽부터) 포스코이 고객사 DSP의 김지훈 팀장, 지현준 주임, 포스코 정현주 전문연구원, 나상준 차장이 TP재를 이용한 나노 코팅에 성공한 샘플을 보며 품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왼쪽부터) 포스코이 고객사 DSP의 김지훈 팀장, 지현준 주임, 포스코 정현주 전문연구원, 나상준 차장이 TP재를 이용한 나노 코팅에 성공한 샘플을 보며 품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참치 캔이 엘리베이터의 도어의 소재가 된다?

이런 기발한 발상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이 있다고 포스코 뉴스룸이 18일 전했다. 주인공들은 포스코의 마케터와 연구원들, 그리고 강소고객사로 이들이 공동 연구를 통해 가격이 저렴한 고급자재 ‘슈퍼틸(SUPERTEEL)’을 개발, 독일의 엘리베이터 제작사에 판매 계약까지 마쳤다.

‘슈퍼틸’의 탄생은 고객사의 제품 장단점을 눈 여겨 보고 도움을 주기위해 나선 포스코의 연구원으로부터 시작됐다.

포스코의 강소 고객사 DSP(대표 김진형)는 스테인리스나 티타늄 강재에 다양한 코팅처리를 해 가전 또는 건축 외장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매년 100~200억 원 사이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판로개척에 애를 먹고 있었다.

DSP가 사용하는 진공코팅이나 이온코팅은 품질은 좋으나 비싼 것이 문제였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에게는 어필하기가 어려웠다.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의 정현주 전문연구원은 DSP가 갖고 있는 강점인 ‘증착기술’에 주목했다. 증착기술은 진공상태에서 강재 표면에 전자 빔으로 코팅하는 고급기술이다. 포스코의 고급재인 스테인리스강에 DSP의 고급기술인 증착기술을 접목해 고급 중의 고급 제품을 탄생시키는 시도를 했다. 아이디어는 훌륭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수차례에 걸친 테스트에도 원하는 품질이 나오지 않았다.

한편 포스코의 전기전자마케팅실에도 커다란 숙제가 있었다. 시장 경쟁력이 약해진 ‘BP(Black Plate)재’의 새로운 수요를 개발이다. BP재는 ‘석도원판’이라고도 불리는데, 가공 후 ‘석도강판(TP, Tin Plate)’이 되어 주로 참치 캔과 같은 금속 캔의 원자재로 사용된다.

포스코는 1977년 BP재를 처음 생산후 매년 약 50만 톤의 BP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플라스틱 용기나 알루미늄 캔 등의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신수요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이런 각자의 고민을 풀기 위해 ‘포스코 어벤저스’를 구성한다.

“DSP의 증착기술을 포스코의 BP재에 적용해본다면 어떨까?”라는 의문으로 참치 캔을 이용해 냉장고 외장재나 건물 벽체를 만들어 보겠다는 발상을 한 것.

누구도 감히 상상해보지 않았던 발상이지만 DSP와 포스코의 기술력이라면 안될 것도 없었다. 물론 과감한 시도는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BP재에 고가의 증착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

이 때 정현주 연구원이 BP재에 주석을 도금한 TP재로 눈을 돌렸다. TP재에 DSP의 ‘나노 세라믹 코팅(NCC, Nano Ceramic Coating)’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나노 세라믹 코팅은 세라믹 성분을 잘게 쪼개어 강판 표면에 코팅하는 기술로 DSP가 2005년 개발했다.

표면의 항균 오염 방지 및 내 지문 특성을 향상시켜 유지 보수와 세척이 쉽고, 심미적으로도 우아한 색상을 연출할 수 있다. 또한 증착기술보다는 비용이 저렴하다.

DSP의 김지훈 팀장도 TP재가 가진 ‘광택’에 초점을 맞췄다. 스테인리스급의 광택감을 가지면서도 훨씬 저렴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와 개발에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수많은 난제 해결과 수없는 테스트 결과, 올해 2월부터는 양산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다. 이제 제품이 곧 세상에 나온다.

슈퍼틸이 적용된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개폐 문의 외장재로 슈퍼틸이 사용됐다. [사진=포스코]
슈퍼틸이 적용된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개폐 문의 외장재로 슈퍼틸이 사용됐다. [사진=포스코]

제품명은 ‘슈퍼틸’. 항균 및 오염방지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강판이라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론칭도 마쳤다.

슈퍼틸은 얼핏 보면 스테인리스 외장재와 똑같이 생겼다. DSP 전문가조차 구분하지 못했을 정도다. 저가지만 고급제품과 다름없다.

또한 스테인리스재의 외장을 갖추고 있지만 재질은 일반 강판이기 때문에 강판을 취급하는 모든 가공업체에서 기존 제품을 다루듯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에 비해 구현할 수 있는 색상과 질감도 더 다양하다. DSP가 시장경쟁력에서 자신하는 이유다.

요즘 DSP는 분위기가 한껏 고무돼 있다. 소재 선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계 엘리베이터 제작사인 티센크루프코리아로부터 신제품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모델 엘리베이터용으로 5월 초도 물량 출하를 앞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온 포스코 마케팅실의 나상준 차장은 “아연도금강판보다 내식성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는데 내식성도 좋고, 의외로 TP재가 나노 코팅과 궁합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DSP 김지훈 팀장도 “이번 제품개발로 일반재 저가시장에서 고급재 저가시장이라는 신시장을 새로 개발한 셈”이라며 벅차했다. 특히 누구보다도 김진형 대표가 기뻐했다고 귀띔했다.

한편 포스코 마케팅본부는 기술력과 성장가능성 등을 고려해, DSP와 같은 강소고객사를 올해 64곳 선정하고 제품개발과 신수요창출 등 전방위에 걸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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