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위험관리만 매몰된 기업 생존 어려워...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 보여달라"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위, 삼성전자]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위, 삼성전자]

[뉴스퀘스트=허용기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그룹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미래 먹거리로 어떤 새로운 사업을 만들 것인지 좀 더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KBS 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 등을 지켜보며 삼성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년 이상 시민운동을 하면서 지켜보니 법률적 위험 관리에만 매몰된 그룹은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고 거기에만 머무르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며 "최고 의사 결정자가 지배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텔 창업자인 앤디 그로브가 자서전에서 '성공은 자만을 낳고, 자만은 실패를 낳는다'라고 했다며 "새로운 삼성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이 부회장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 김 위원장은 제도를 개선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동일인 지정을 현실과 좀 더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재계 의견 등을 수렴해서 좀 더 현실과 맞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정위가 대기업의 총수를 지정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재벌 시책의 적용 범위를 정하기 위해 동일인을 정할 뿐 재벌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자가 누구인지는 그룹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과 관련 "100점짜리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30점짜리 3개의 수단을 합해서 90점의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며 "이 3개의 수단은 엄정한 법 집행과 재벌의 자발적 개선 유도, 법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벌개혁의 의지가 후퇴했다는 일부 진보진영의 주장에 대해서는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는 흔들림 없지만 그 방법은 과거가 아닌 지금의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며 "진보진영이 과거의 기억에 너무 머물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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