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제철소에서 생산한 철로 선박·해상교량 소재 공급
'클린오션 봉사단' 10년째 해양폐기물 수거 등 활동 펼쳐

포스코의 강건재와 케이블로 만들어진 인천대교. [사진=포스코]
포스코의 강건재와 케이블로 만들어진 인천대교. [사진=포스코]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포항을 대표하는 노래 ‘영일만 친구’는 지역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가사로 1978년 발표된 이래 ‘포항’하면 절로 따라붙는 노래가 됐다. 포항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영일만 가장 안쪽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자리잡은 포항제철소다.

포스코에는 '우향우 정신'이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우향우 정신은 포스코 창립 초기 ‘제철보국’ 이념에 따라 '죽기 살기로 달려들고, 실패하면 제철소에서 '우향우'하면 보이는 영일만과 동해바다에 빠져 죽자'는 결기를 의미한다. 포스코의 창립 초기 멤버들은 영일만 바다 옆에서 결의를 다지며 전력을 다해 기업 기반을 공고히 해왔다.

이처럼 포스코와 바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제철소는 바닷가 근처에 세워져 있고, 포스코에서 제조한 후판으로 만든 선박들은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케이블로 만든 교량은 바다 위를 수놓는다. 그렇게 포스코는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바다와 상생하고 있다. 

매년 5월 31일은 바다는 물론 관련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바다의 날’이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바다의 날에 왜 포스코가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 제철소는 왜 바닷가에만 있나

포항제철소가 위치한 포항시 동촌동. 제철소가 들어서기 전까지 이곳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삼천포, 울산, 월포 등 10곳의 후보지 중 포항이 제철소 부지로 최종 선택된 이유는 바로 면적, 항만, 전력, 용수, 교통, 그리고 배후도시까지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단일 제철소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광양제철소 역시 당초 광양이 아닌 아산에 건립될 예정이었다. 제철소가 들어서기 전 광양은 어업과 김 양식을 주로 하던 조용한 바다였다. 하지만 20만 톤 급 대형 선박 정박이 가능하고 넓은 공업기지를 형성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과 함께 포스코의 제2제철소 부지로 선정됐다. 광양제철소는 바다를 매립해 세운 ‘바다 위의 제철소’다.

포항과 광양, 두 도시에 제철소를 세우게 된 큰 이유는 바다 때문이었다. 제철소는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 바닷가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송에 있어 ‘선박’도 중요하다. 포스코는 석탄이나 광석을 운송하기 위한 전용선을 운영 중이며, 운송 일수는 호주 동부에서 포항까지 14일, 캐나다 서부에서 16일, 브라질에서 40일이 소요된다. 1973년부터 포스코 역사 약 50년간 선박을 통한 누적 수송량은 20억톤이다.

포스코 구조용강으로 제작되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구조용강으로 제작되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사진제공=포스코]

◇ 포스코 후판으로 세계 망망대해를 누비는 선박들

포스코의 철강 생산력은 해양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철강이 모든 산업에 필요한 자재이자 원료이기도 하지만, 특히 대양을 누벼야 하는 선박과 해양플랜트, 해양설비선에게 ‘후판’은 가장 중요한 자재다. 포스코에서 가장 두꺼운 강판이기도 한 후판은 일반적으로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을 의미한다. 선박이나 대형 구조물, 교량, 해양플랜트 등에 주로 사용되며 극저온 저장용기나 산업기계, 군수장비 등 특수용도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고강도이면서 취성 파괴에 강한 BCA강을 개발, 컨테이너선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기체를 극저온에서 액화시켜 부피를 줄인 채 운송해야 하는 LPG 및 LNG 가스운반선에게는 저온인성이 요구되고, 극지방에서 얼음을 깨며 운항하는 쇄빙 LNG 운반선은 극저온 고강도 강재가 필요하다. 포스코는 북극 얼음의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 극저온 인성강을 개발, 세계 최초의 쇄빙 LNG 운반선(러시아 Yamal Project)에 적용했다.

포스코 창립 이래 50년간 판매한 후판은 약 5277만톤(조선해양 후판 기준)이다. 이는 30만 중량톤 이상의 초대형 선박인 VLCC(Very Large Crude-Oil Carrier) 1465척(척당 후판 약 3만6000톤 소요 기준), 해저 유전에서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해양설비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659척, 수심 7,500m 이상의 심해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드릴십(Drillship) 2,300척을 건조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배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조선용 구조용강은 20㎜ 두께, 1m 길이 철판이 승용차 1대의 무게를 견딜 만큼 튼튼하다. 현재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 중 가장 큰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고 있는 MSC사의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박스 2만2000개를 적재할 수 있다. 배의 길이가 축구장 4개를 합친 크기로 배에 실리는 컨테이너를 한 줄로 세우면 서울에서 평창까지 132㎞를 이을 만큼 엄청난 사이즈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BCA강을 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전량 공급하는 쾌거를 거둔바 있다. 오는 7월부터 매달 1척식 총 5척이 MSC사에 인도된다. 포스코는 향후 건조 예정인 현대상선의 2만3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에도 강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포스코 소재로 건설된 국내 최장 현수교인 이순신대교.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소재로 건설된 국내 최장 현수교인 이순신대교. [사진제공=포스코]

◇ 바다 위를 가르는 교량 속엔 포스코의 강건재와 케이블이

바다 위를 잇는 교량에서도 포스코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인천대교는 교량 구간만 18.35㎞에 총 연장은 21.38㎞에 달하는 국내 최장 사장교(주탑간 거리 800m)로 2009년 10월에 개통했다. 사장교인 인천대교의 특성상 2개의 주탑과 다리를 케이블로 연결해 지탱하는데, 여기에 쓰인 케이블의 길이를 전부 합치면 서울과 부산을 15번 정도 왕복하는 1만1964㎞에 이른다. 총 208개의 케이블이 사용됐으며 가장 긴 케이블은 416m로 2,053톤을 견딜 수 있다. 이는 포스코의 고강도 선재 포스케이블(PosCABLE) 덕분에 가능하다. 여러 가닥의 강선(Wire)을 꼬지 않고 평행하게 배열하여 지름은 작지만 강도가 높은 케이블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의 관광명소이자 국내 최장 현수교인 이순신대교(주탑간 거리 1545m)는 교량 상판과 주탑을 연결하는 초고강도 케이블에 각각 포스코의 후판과 선재가 사용됐다. 여기서 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은 1,860MPa급의 인장강도를 보유한 직경 5.35mm의 초고강도 강선으로 지금까지 현수교에 설치된 강선 중 가장 강도가 높았던 일본 아카시대교(1760MPa급)보다 높다.

또한 포스코는 현재 세계 최고 길이 현수교인 터키 ‘1915 차나칼레 대교’ 건설에 후판과 케이블을 전량 공급한다. 터키 차나칼레에서 다르다넬스 해협을 동서로 횡단하는 차나칼레 대교는 주탑 간 거리가 2023m인 세계 최장 현수교로, 한국과 터키 컨소시엄이 수주해 총 사업비만 29.7억 달러(한화 약 3.5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프로젝트다.

차나칼레 대교는 터키 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23년에 완공되면 포스코의 대표적인 금자탑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포스코 '클린오션봉사단'이 바닷속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클린오션봉사단'이 바닷속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 우리 손으로 바다 지켜요! 10년 역사의 클린오션봉사단

포스코 임직원들은 바다 및 해양자원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사용을 위해 제철소 인근 지역 어민들과 함께 해양환경 개선에 앞장사고 있다.

올해 창단 10주년이 되는 포스코 대표 재능봉사단 ‘클린오션봉사단’은 2009년 스킨스쿠버 동호회원을 중심으로 출범, 포항과 광양, 인천, 강릉 등 포스코그룹 사업장이 위치한 각 지역 바다에서 해양 폐기물과 불가사리 수거 등 환경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13년 9월부터는 우리나라의 청정 해역인 울릉도와 독도에서 급증한 불가사리와 성게의 피해로부터 해조류와 어류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있다. 매년 지역 어촌계 및 환경단체 등과 함께 연합해 수중 및 주변 지역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 광양제철소 부지 및 인근 지역에서 법적 보호종으로 지정된 동물 중 포유류 1종과 조류 11종이 발견됐는데 포스코는 이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달이 주로 출몰하는 지진도 지역은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수달의 서식지임을 알리는 보호 입간판을 설치했으며, 철새들이 쉬어가는 월동 시기(12~2월)에는 항타 공사를 가급적 지양하고 불가피한 경우 이동식 가설 방음 패널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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