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회복 예상보다 지연...성장경로 불확실성 한층 커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은 총재. [사진=한국은행]

[뉴스퀘스트=박민석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의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은 기존에 없던 표현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즉 경기회복이 더딜 경우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 5월 3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밝힌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했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다.

이 총재는 "금년 들어 우리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무엇보다도 대외 환경이 크게 달라진 데 기인한다"며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선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경제성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진단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기존 전망치는 2.5%다. 수정 전망치는 다음달 18일 발표된다.

결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 인하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경우 시기는 3분기보다는 4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중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0월 17일과 11월 29일이다.

이 총재는 대내적으로도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구조개혁도 단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신성장동력 발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안전성 제고, 규제합리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며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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