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을 가지고 비니지스를 개척해야 하는 운명...현실 직시하는 계획 중요

[일러스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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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진태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정부에서 얼마나 지원 받았냐. 이 사무실(공장)도 지자체에서 준거냐?”라는 말이다. 현재 사회적경제기업 가운데 많은 수가 사회복지, 청소용역 등 정부의 위탁사업을 수행하고 취약계층을 채용하고 있기에 발생하는 오해일 수도 있다.

또 사회적기업이 신청할 수 있는 일자리지원, 사업개발비지원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일부 업체에만 지원되지만 모든 사회적경제기업이 다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보수언론의 왜곡된 보도가 원인일 수도 있고 창업브로커의 사탕발림이 부풀려진 것일 수도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이후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협동조합의 수를 늘리는 과정 속에서 실적을 위해 설립만 하면 도움을 주겠다는 말이 남발되는 등 지자체의 책임도 있다.

이런 이유들로 대다수 시민뿐만 아니라 현장의 공무원이나 지자체장, 공공기관 담당자들도 사회적경제기업은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오해들은 사람들에게 사회적경제로 창업만 하면 국가의 지원을 받아 편하게 돈을 벌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필요에 의한 사업이 아니라 지원을 위한 사업, 또는 국가의 눈먼 돈은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협동조합으로 창업을 하기도 했다.

용인시 사회적경제 허브센터 개관식 모습. [사진=용인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용인시 사회적경제 허브센터 개관식 모습. [사진=용인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아직도 사회적경제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거짓 정보를 가지고 협동조합을 창립해 운영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협동조합실태조사에서 설립된 조합 중 절반에 가까운 협동조합이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거짓정보가 아니라 나의 필요에 의한 사업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 설립의 장점은 5인 이상이면 언제나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규모의 자생적 지역사업모델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지역에 작은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가진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가에서 지원도 해준다고 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들은 여기서 발생한다.

좋은 취지를 가지고 좋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협동조합을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아니라 마을운동적 측면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복원을 위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마을만들기 사업을 신청하면 지자체에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마을만들기를 위한 조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조직형태의 문제이지 진정한 의미의 협동조합이라 볼 수 없다.

협동조합은 마을주민이나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결사체적 공동체가 아니다. 협동조합의 이상을 가지고 비니지스를 개척해야하는 사업체이다.

결사체적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협동조합이 아닌 비영리민간단체나 사단법인 또는 형식이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맞다. 협동조합은 운동적 성격과 사업적 성격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운영하다보면 협동조합의 가장 큰 장점인 민주적 운영, ‘1인 1표제도’ 운영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협동조합으로 창업한다는 것은 개인의 창업보다 여럿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위험부담은 적지만 운영에 있어서 많은 난관이 발생한다.

개인사업은 대표자의 생각대로 운영할 수 있고 주식회사는 대주주의 뜻에 따라 운영되지만 협동조합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하기 때문에 운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총회에서 연간사업에 대한 인준을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총회의 의결만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협동조합은 민주적운영이 핵심이지만 운영을 하다보면 그런 부분이 생략되기도 한다. 많은 수의 협동조합의 운영은 다수에 의해 논의되고 결정되기보다는 사업을 추진하는 이사장 등 소수의 사람에게 집중되어 운영되고 있다.

함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위임의 방식으로 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이 잘되면 문제가 없지만 투여된 예산에 비해 수익이 부족하거나 심지어 출자금 잠식까지 가는 상황이 되면 책임소재를 놓고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조합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자본의 여유가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한 사업계획보다는 국가의 지원으로 운영하면 된다는 헛된 희망과 좋은 사람끼리 모였으니 잘되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인식으로 인해 사업운영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파산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적 운영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모든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남는다. 필자가 속해있는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은 ’자전거면 충분하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친화적 도시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인 만큼 초기에는 자전거운동적 성격과 협동조합운동의 성격이 매우 강했다. 급여를 못 가져가는 상황에서도 우리들은 “자전거시민단체로써 협동조합 활동을 잘하고 있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김진태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진태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의 자전거운동적인 사고를 가졌던 분들보다 새로 취업한 사람이 많아져서 자전거운동, 협동조합운동의 측면보다는 경제적 측면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다시 운동적 측면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협동조합을 운영한다는 것은 협동조합의 가치와 조합설립의 목적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성과를 내야하는 줄타기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으나 모두가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 거짓정보속의 허황된 꿈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사업계획을 가져야 한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중요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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