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수질 낚시로 잡은 조과물. 광어, 농어, 우럭, 노래미 등의 여러 어종이 보인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외수질 낚시로 잡은 조과물. 광어, 농어, 우럭, 노래미 등의 여러 어종이 보인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외수질 낚시는 과거에는 주로 충남 지역에서 농어루어 시즌 초나 시즌 끝 무렵, 농어를 전문으로 노리는 낚시로 행해졌다. 또한 늦봄부터 가을까지 전북 격포항 등에서 출조하는 배에서 민어를 주대상어로 노리는 낚시에서도 사용했던 방법이다.

외수질 낚시란 살아있는 새우를 미끼로 해서 바늘 하나를 달고 바닥층 고기를 노리는 낚시방법의 총칭이다. ‘외수질’의 의미는 한손으로 하는 줄낚시란 뜻으로 보이는데, 충청도 지방의 방언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낚시꾼들 사이에서 ‘외수질 낚시’하면, 봉돌 40호를 달고, 외바늘 채비에 활새우를 미끼로 하는 낚시를 의미한다.

격포 등지의 민어낚시에서 사용하는 기법이 한 5,6년 전부터 서서히 북상해서 군산 비응항, 충남 오천항이나 신진도항, 인천 남항 등지에서 전문적으로 출조하는 배가 생기면서, 서서히 팬들을 확보해가고 있는 낚시다. 최근 들어 바다선상낚시의 한 장르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외수질 낚시의 장점은 살아있는 새우를 미끼로 사용하다보니, 아무래도 입질이 빠르다는 점이다. 또한 외수질 낚시는 바닥에 서식하는 고기 이것저것 다 잡힌다는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서해에서 외수질 낚시로 잡히는 고기는 민어, 농어, 우럭, 광어, 노래미, 백조기, 부세, 장대, 황해 볼락 등 거의 모든 바닥 서식 어종이다.

다만 외수질 낚시는 새우를 산 채로 보관해야 하므로 물칸에 새우를 살아있게 잘 보관 관리해야 하는 것이 좀 까다로운 편이고, 새우가 잡히는 계절에만 한정되는 단점도 있다. 또한 꾼들 입장에서 보면 3만 원 정도 하는 하루 사용치의 미끼 값이 좀 비싸,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산 새우에 바늘을 끼우는 요령 중의 하나. 정 중앙에 끼운다. 옆으로 꿰는 방법도 있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산 새우에 바늘을 끼우는 요령 중의 하나. 정 중앙에 끼운다. 옆으로 꿰는 방법도 있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꾼 중에서는 새우를 과소비하거나 고가의 새우 미끼를 독점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 물칸에 많이 가져가기도 하는데, 이게 참 어리석은 일이다. 왜냐하면 승선자 누구라도 미끼가 떨어지면, 선장은 그 날 낚시를 종료하고 귀항을 서두르기 때문이다. 낚시 시간을 단축하려면, 새우를 마구 많이 사용하면 된다.

6월 30일 4물, 새벽 안흥 신진도항으로 차를 몰았다. 승선 완료하고, 5시 경에 안개가 조금 낀 바다로 배는 미끄러져 간다.

이날 탄 배는 신진도항에서 외수질 전문으로 출조하는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 비행기를 싣는 항공모함이 아니라 배 이름이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호의 전영수선장은 본인이 낚시를 좋아하는 낚시꾼으로 좀 작고 빠른 배를 운용하다가 이번에 항공모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22인승 배를 새로 건조했다.

우리나라에도 항공모함이 있다. 새로 건조한 외수질 전문의 항공모함호.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우리나라에도 항공모함이 있다. 새로 건조한 외수질 전문의 항공모함호.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배가 크니, 낚시꾼과 낚시꾼 사이의 간격이 넓고 부대시설도 훌륭하다. 배 앞쪽에도 프로펠러가 있어, 포인트에 빠르고 정확하게 배를 진입시킬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어탐기를 비롯 각종 전자장비도 훌륭하다.

배가 매우 비까번쩍해서 얼마나 들였냐고 전선장에게 물어보았더니 현재까지 6억 8천만 원이란다. 놀랍다. 한 20년 무사고로 돈 많이 버시라는 덕담을 하다 보니 배는 포인트에 도착한다. 안면도 서쪽의 어초 구역이다.

해무가 낀 바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없다. 아득하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해무가 낀 바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없다. 아득하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해무로 인해 바다와 하늘은 무채색이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져, 아득하다. 몽환 속의 바다다. 그런 감상도 잠시 바늘에 미끼를 끼고 첫 채비를 넣는다. 5미터 어초라니, 바닥에서 5미터 정도 올려야지 하고, 두어 바퀴 릴을 감는데, 후다닥 하는 큰 입질이 바로 왔다.

릴을 감으려는데 릴이 감기지 않고 오히려 줄이 풀린다. 그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든다. 혹 농어가 잡힐지도 몰라 드래그를 많이 풀어놓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장구통릴, 즉 베이트릴에서 릴의 역회전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 정치가 있다.

대개 핸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별 모양의 나사장치로 몸 쪽으로 돌리면 풀어지고 반대쪽으로 돌리면 잠긴다. 이것의 이름을 스타 드래그라 한다. 역회전이 필요한 건 대어를 잡았을 때 터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좀 더 설명하면 큰 고기가 잡혔을 때 스타 드래그를 잠가 놓으면 고기가 순간적으로 치고 나갈 때 터질 확률이 높아진다.

고기가 힘을 쓸 때 낚싯대의 유연성과 릴의 역회전으로 줄이 풀려나가면서 고기의 터짐을 방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어종이 그런 건 아니다.

경험적으로 보면, 농어나 민어와 같은 어종이 그렇다. 반대로 우럭이나 대구와 같이 입의 구조가 튼튼한 물고기들은 드랙을 잠가놓으면 바닥에 채비가 걸렸을 때 줄이 풀려나가 대처하기가 어렵다.

재빨리 드래그를 최대한 조이고, 다시 릴링을 하는데 굉장히 무겁다. 바닥에 걸리면 후두둑 하는 손맛이 없는데 후두둑하면서 무거우면 필시 대어다. 무게로 보아 우럭 정도가 아니다. 혹 미터급 농어인가?

이런 생각으로 신중히 릴을 감는데 어느 정도 올라오다가 훅 하고 무게감이 없어진다. 줄이 터졌거나 고기가 빠져나간 것이다. 이런, 실망감에 다시 감으니 후두둑 손맛이 다시 느껴진다. 올리고 보니 씨알 좋은 노래미다.

아마도 드래그가 풀어져 있으니 고기나 봉돌이 어초에 처박혔다가, 드래그를 감고 올리니 운 좋게(고기 입장에서는 정말 살아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채비가 어초에서 빠져나와 고기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어초나 침선 포인트에서의 외수질 낚시에서 드래그를 너무 풀어 놓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올리면서 고기의 크기를 가늠해 드래그 조절을 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대형 광어, 민어나 농어 등에만 해당한다.

또한 어초나 험한 끌밭 같은 바닥지형에서 낚시할 때 그렇다. 이게 말이 쉽지 상당히 어렵다. 드래그 조절을 하다가 오히려 터질 수도 있다. 그러니 농어나 민어가 올라올 때는 채비가 걸리더라도 드래그를 풀어놓은 것이 좋을 듯하다.

배는 여러 어초를 탐색해 나간다. 크기는 않지만 농어도 서너 수 올라온다. 입질이 뜸하자 선장은 배를 한 시간 이상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난도로 향한다고 한다.

난도 근해에서 낚시하는 배. 좌측이 난도다. 수많은 괭이갈매기가 목격되었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난도 근해에서 낚시하는 배. 좌측이 난도다. 수많은 괭이갈매기가 목격되었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난도(卵島)는 난초섬이 아니라, 알섬이다. 안흥항에서 약 40km 서쪽에 있고 이름처럼, 괭이갈매기가 알 낳고 새끼를 키우는 섬이다. 천연기념물 제33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독도처럼 문화재청에서 관리한다는 이야기다. 경치가 좋지만, 역시 경치 구경하는 꾼은 드물다.

다시 낚시를 시작한다. 드문드문 광어도 올라오고, 우럭도 올라온다. 물이 너무 많이 가서 배는 다시 이동, 한참을 이동해 근해 어초로 자리를 옮긴다. 물때가 맞았는지 본격적으로 여기저기서 우럭과 노래미가 올라온다. 유독 나에게는 노래미가 많이 잡힌다. 전선장이 한 마디 한다. 한 두 바퀴 더 감아 보라고.

그 이유를 안다. 어초에 우럭과 노래미가 동시에 있다면 노래미가 아래에, 우럭이 위에 서식한다. 가장 바닥 층에 대개 노래미, 대구, 광어 등이 살고, 바로 위에 우럭, 그 조금 위에 농어가 산다. 물론 대개 그렇다는 것이지 꼭 그렇다는 건 아니다.

3층에 살다가 농어가 1층으로 놀러갈 수도 있는 것이다. 분명한 건 좀 외수질 낚시에서 채비를 좀 덜 올리면 입질을 더 잘 받는 대신, 노래미일 확률도 높아진다는 거다. 대개 꾼들은 노래미를 싫어하기에 우럭을 잡고 싶으면 좀 더 올리면 된다. 하지만 난 노래미도 좋다.

등따기한 노래미에 살짝 간을 해, 프라이팬에 구운 것. 한끼의 식사로 훌륭하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등따기한 노래미에 살짝 간을 해, 프라이팬에 구운 것. 한끼의 식사로 훌륭하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노래미를 등따기로 해서 잘 손질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노릇노릇 구워먹거나 작은 것은 튀겨 먹으면 그 맛은 우럭에 버금간다.

또한 노래미를 회를 떠서 전을 부치면 그 맛은 기가 막히다. 광어를 전 부쳐 먹어 보았더니, 맛이 엄청나서 노래미도 광어와 육질이 비슷하기에 한 번 해보았더니,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던 것이다.

낚시로 잡은 자연산 광어를 전 부쳐서 먹는다고 했더니, 누군가는 그건 죄악이라고 하긴 했다.

양식은 전 맛도 훨씬 못하다. 물론 노래미는 횟감이나 탕용으로는 우럭에 훨씬 못 미친다. 다양하게 먹으려면 우럭도 잡고 노래미도 잡고 농어나 광어도 다 잡으면 금상첨화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거의 모든 생선은 미식(美食)의 입장에서 보면 다 나름의 존재 가치가 있다. 생선은 그 생선에 맞는 요리법이 있는 것이다. 고기가 비싸다고 훨씬 맛있는 건 아닌데, 사람들은 고기 자체보다 고기의 환금성의 환각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팔 거도 아니면서 그렇게 한다.

희소성 도 때문에, 즉 농어야 흔하게 잡히는 고기가 아니어서 농어에 집착하기도 한다. 물론 손맛으로 보자면 서해안에서 농어를 따라올 물고기는 그리 많지 않다. 농어의 바늘털이를 경험해 보면 농어가 꿈속에서도 어른거릴 수 있다.

노래미를 상당히 잡고 우럭을 잡으려고 조금 더 올리니, 우럭도 몇 마리 잡힌다. 그렇게 하여 씨알 좋은 우럭 서너 마리와 노래미 10여수를 잡았다.

어느덧 철수 시간. 전선장은 한 번 더 배를 대면서 우럭 한 번 잡아보라고 한다. 농담처럼, 노래미 조사라고 나를 놀린다. 그렇다면 우럭을 잡아야지, 하고 중형급의 우럭을 추가한다. 뭐, 실력이 아니고 재수다.

이날 잡은 총 조과물. 10kg 가량.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이날 잡은 총 조과물. 10kg 가량.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이날 11명이 낚시했다. 배 전체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고기가 나왔다. 농어, 광어, 우럭, 노래미 등. 농어나 광어를 못 잡았지만 그렇게 아쉽지 않다. 노래미를 많이 잡았으니, 충분히 재미있었다. 게다가 우럭까지.

외수질 낚시를 하면서 느낀 요령 몇 가지.

첫째, 미끼를 산채로 잘 꿰어야 한다. 잘못 끼우면 미끼가 바로 죽고, 또 채비가 돈다. 선장이나 사무장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둘째, 어초나 똥침(폐그물이나 어초가 오래되어 망가진 것 등의 작은 인공 구조물. 대개 높이가 1,2미터. 똥침에서 대어가 낚이는 경우가 많다.)에서 밑걸림이 우럭채비보다 덜하기에 보다 공격적으로 채비를 운용해도 손실이 적다.

셋째, 기본적으로는 우럭 낚시와 흡사하다. 어종에 따라 방법이 조금씩 다르니 선장의 멘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의도 등을 일주하는 유람선. 확대해서 손을 흔드는 여성을 찾아보시라.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가의도 등을 일주하는 유람선. 확대해서 손을 흔드는 여성을 찾아보시라.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신진도 항에 도착할 무렵 유람선을 만났다. 유람선 뒤에는 수많은 갈매기들이 뒤따른다. 새우깡을 꼭 던져주는 사람이 꼭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예외없는 법칙이 있는데, 낚싯배를 보면 반갑다고 손을 흔드는 여성이 있다는 거다.

유람을 나와 낚싯배를 보니 신기한 거다. 이 여성들을 향해서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낚시꾼들은 아무도 없다. 나만 예외다. 나는 늘 손을 흔든다. 동시대에 지구에서 태어나 이렇게 바다에서 한 번 스치고 지나가는 것도 어디 보통 인연인가.

그 다음날,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노래미전 맛을 보았다. 모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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