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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결혼이주여성,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데스크 칼럼] 결혼이주여성,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 박민수 기자
  • 승인 2019.07.10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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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우리 속담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다.

가족이나 집단 전체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를 어지럽게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속담이다.

그러나 미꾸라지로서는 이 같은 낙인이 억울할 수도 있다.

미꾸라지는 늪이나 혹은 농수로 등 진흙이 깔린 곳에 주로 산다.

생명력이 강해 더러운 물이나 산소가 부족해도 잘 견딘다.

오히려 물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미꾸라지는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여겨졌다.

이름하여 추어탕.

정력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예부터 반상의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즐겨먹던 음식이었다.

양반들은 상것들이나 먹는 음식이라며 낮에는 외면하다가 밤이 되면 몰래 먹었다고 한다.

살이 오른 가을 미꾸라지는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A,B,D가 풍부해 정력을 돋구어 주는 강장, 강정식품이다.

식욕을 돋고 기운을 보강해 엿새만 먹으면 시들하던 정력도 되살아난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본초강목에는 배를 덥히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스테미너를 보해 발기불능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몸이 허하면 미꾸라지 탕이나 미꾸라지 어죽을 끓여 먹었다.

이처럼 인간에게 유익한 미꾸라지는 보잘 것 없던 사람이 크게 됐을 때 ‘미꾸라지 용 됐다’고 추켜세운다.

혹은 ‘미꾸라지 천년에 용 된다’고 무슨 일이든 오랜 시일을 두고 힘써 닦으면 반드시 훌륭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모셔오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온 웅덩이가 흙탕물이 된 사건이 벌어졌다.

“남편이 샌드백 치듯 나를 때렸다”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에 베트남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민적 분노와 함께 한국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한국에서도 폭행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차별 폭행 남편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방한 한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에게 유감을 표명한데 이어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낙연 총리도 또 람 장관을 접견하고 미안한 마음과 함께 베트남 국민들의 인권보호와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신속한 사과와 후속 조치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한 남성의 가정폭력 행위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 한국 남성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게 생겼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베트남에서 가난하게 살더라도 악마 같은 사람과 지내는 것보다 편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베트남 소녀들에게 아이돌로 통하던 ‘오빠’도 앞으로 베트남에서는 폭력의 아이콘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YTN KOREAN 유튜브 캡처]
[사진=YTN KOREAN 유튜브 캡처]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베트남에서 쌓아온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가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양국 간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우려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일회성 혹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자행되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비일비재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폭행을 당하고도 증거가 없어 신고하지 않거나 한국말이 서툴고 경찰도 한국인 편이라는 생각에 신고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결혼 이주여성의 경우 남편이 신원보증을 하지 않으면 미등록 체류자로 추방의 위험에 처하게 돼 사실상 폭력을 참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설령 폭력 신고를 해 남편을 처벌받게 하고 싶어도 벌금형이 내려질 경우 어려운 가정 형편을 지레 걱정해 신고를 꺼린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국내 결혼 이주 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에 달하는 387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사건은 지난해에만 127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여성혐오와 한국남성의 가부장적 억압의 구조 때문이라고 나름 진단한다.

그러나 이처럼 틀에 박힌 분석과 진단보다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 차원에서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

“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

서투른 한국말에서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연민을 넘어 폭력 남편에 대한 증오와 인간에 대한 실망은 너무 과한 심리적 반응일까?

우리사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의 실종은 문명국가로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야만적 폭력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좀 더 확실하고 엄격한 법집행이 요구된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은 더 이상 사람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가난을 피해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역만리 타국으로 시집온 이주 여성에 대한 보호를 넘어 인간에 대한 보편적 예의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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