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울산4공장 노조, "생산 물량 나눠주면 임금 깎인다" 2공장 생산반대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홈페이지]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사겠다고 줄 서 있는데 종업원이 물건을 안 만들어 못 판다고 한다.

줄 서 기다리던 고객은 당연히 구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배짱 장사도 아닌데 종업원 눈치 보는 주인만 속이 탄다.

현대자동차 이야기다.

몽니 부리는 노조 덕분(?)에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계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회사야 어떻게 되든 내 봉급 깎이는 것은 용서 못한다는 노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팰리세이드의 국내 누적 계약 물량은 11일 기준 9만6000여대다.

이 가운데 3만4600여대는 이미 출고돼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아직 6만여대는 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판매대기 중이다.

팰리세이드를 타고 싶은 소비자는 1년 가까이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기다림에 지친 계약자들은 해약에 나섰다.

강성노조의 행태가 마뜩찮은데다 울고 싶던 차에 뺨 때려준 노조 탓에 국내 계약 취소 물량은 2만대를 넘어섰다.

사측은 수요와 주문에 맞춰 팰리세이드 증산에 나섰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판매중인 SUV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일부 노조원의 반대로 좀처럼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팰리세이드는 시장에 나오면서부터 인기를 끌었다.

남성미 넘치는 다이나믹한 디자인과 가성비가 좋다는 게 장점이었다.

팰리세이드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팰리세이드를 수출한지 한 달도 안 돼 미국 내 계약물량은 3만대 훌쩍 넘어섰다.

올해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목표는 1만9000여대.

이미 150% 목표 달성이다.

당연히 사측은 공급물량을 늘리느라 초비상이 걸렸다.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면 공급을 늘려 수요를 충족시키는 게 장사의 기본이다.

물론 공급량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가격을 유지하는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그러나 경쟁차와 대체재가 많은 자동차는 경우가 다르다.

특히 현대차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486만대 판매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7년 450만여대, 2018년에도 판매량은 소폭 증가한 458만여대에 그쳤다.

이 같은 판매감소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저조가 가장 큰 원인이다.

현대차의 중국시장 판매대수는 2016년 114만2000여대에서 사드보복이 본격화 된 2017년 78만5000여대로 반 토막이 났다.

지난 2018년에는 79만여대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율은 지난 2016년 5.55%에서 2018년 2.50%로 쪼그라 들었다.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팰리세이드의 인기몰이는 현대차가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현대차로서는 팰리세이드의 출시 초기 붐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게다.

이번 기회를 놓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있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기에 공급을 위한 증산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측은 공급 물량이 딸리자 노조에 증산을 요구했다.

노조는 석 달 시간을 끌다가 지난 4월, ‘고양이 쥐 생각하듯’ 월 생산량을 기존 6200대에서 8600대로 38%가량 증산에 합의해줬다.

여전히 생산 물량 부족에 직면한 사측은 지난 6월 기존 울산 4공장 외에도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추가로 생산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 집행부 측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4공장 노조 대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생산량을 2개 공장이 나눠 가지면, 4공장 근로자의 특근 일수가 줄어 임금이 감소한다는 게 이유다.

회사의 수익 극대화도 좋지만 내 수익 감소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팰리세이드 물량 부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현대차는 월 8600대 가운데 5000대는 미국에, 나머지 3600대는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추가로 구매 계약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기 계약된 는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1년 가까이 걸린다.

미국 소비자들도 팰리세이드를 타려면 반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팰리세이드의 계약 취소는 국내외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의 이같은 모순 상황은 노조 동의를 얻어야만 공장별 생산 모델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대차 단체협약 때문이다.

현대차는 단협 규정에 따라 신차 생산과 공장별 생산물량을 조정할 때 은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한다.

황당한 단체협약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게 중요하다지만 주객이 전도 되서는 안된다.

급변하는 시장상황을 제대로 따라가기 위해 차종 또는 모델별로 생산량을 수시로 변경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차는 그러지 않다.

노조의 반대로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 와중에 금속노조는 지난 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2019년 파업지침을 확정했다.

금속노조는 압도적 찬성으로 2019년 ‘임단투 승리를 위한 총파업 쟁위행위’를 의결했다.

금속노조의 파업지침에 따르면 오는 18일 1차 총파업을 결의하고 쟁의권 확보 사업장은 4시간 동안 전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며 쟁의권 미확보 사업장은 확대간부회의를 열기로 했다.

오는 23일에는 중앙교섭을 재개, 회사 제시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미제출시에는 다음날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24일에는 지부 및 지회별로 2시간 동안 전 조합원이 파업을 벌이기로 했으며 다음달 8월 21일에는 전 조합원이 2차 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8월 28일에는 3차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현대차 지부와 기아차 지부도 교섭결과에 따라 파업대열에 합류하기로 밝혔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

현대차 지부는 사측이 상여금을 월할로 지급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밀어붙일 경우 총파업에 나선다고 경고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율은 3%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사측은 이를 7%까지는 끌어올려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이 와중에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이야기가 나올만도 하다.

‘메뚜기도 여름이 한 철’

나름 세상 모든 것에는 전성기가 있기 마련이다.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

모처럼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해야 회사도 살고 노동자도 먹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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