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년 절반 이상은 "스스로 준비하고 주변에 피해주지 않아야 '좋은 죽음'"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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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강영민 기자] 최근 합리적인 보수논객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정두언 전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다. 물론 정 전 의원은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결은 조금 다르지만 중노년층이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19일 한국노년학회지(Journal of the Korean Gerontological Society) 최근호에 나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팀(이선희·정경희)의 '웰다잉(좋은 죽음)에 관한 전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중노년 10명 중 6명 이상은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스스로 준비하면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국 중노년층(40세 이상~79세 이하)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을 연구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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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자들의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 유형을 3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는 '좋은 죽음' 자체와 그 준비에 대한 관심이 적은 '소극적 인식형'으로 이 그룹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이 좋은 게 아니라는 정도의 소극적인 인식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 당시 본인의 모습이나 주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도가 낮은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전체 조사 대상자의 14.8%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두 번째는 죽음에 대한 준비와 자기결정권,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죽음 등 '좋은 죽음'의 구성요소를 여러 측면에서 고려하는 '다층적 준비형'이다.

다층적 준비형은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거나, 사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것이 좋은 죽음이라는 인식이 타 유형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또 주변과 함께 준비하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인식하는 경향 역시 강하다. 이번 분석에서는 조사 참여자 중 가장 많은 64.0%가 이 유형에 속했다.

세 번째는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죽음과 임종기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게 '좋은 죽음'이라는 인식이 강한 '현세중심적 죽음준비형'이다.

이 그룹은 가능한 한 오래 살다 죽는 죽음이나 사망 후 주변에 오래 기억되고 싶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았다. 생의 연장이나 사후의 일을 도모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삶을 마감하는데 비중을 두는 것이다. 전체의 21.2%가 이 유형으로 분류됐다.

성별로는 소극적 인식형은 남성이, 다층적 준비형과 현세중심적 죽음준비형은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건강 상태가 상대적으로 취약할수록 현세지향적 죽음준비형의 경향을 드러내는 연관성도 관찰됐다. 이는 죽음에 대한 원만한 준비를 통해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 임종기를 보내려 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오래 사는 것이 좋은 죽음'이라는 인식이 컸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전 유형에서 이 항목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진 점도 주목되는 변화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좋은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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