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성과 연연해 창업 유도하지만 '결과는 폐업'...지속 가능성에 도움줘야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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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진태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지난해 우리나라 자영업의 폐업률은 무려 89.2%이다. 자영업 폐업률은 2016년 77.7%이후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이 자영업 폐업률을 높이는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하나 이는 침소봉대한 측면이 있다. 

현재 국내의 경제상황은 단순히 대내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경제침체에서 발생하였고 그런 흐름은 무시한 채 최저임금에만 두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하는데 자영업 폐업률을 꺼낸 까닭은 무엇일까?

사회적경제는 자영업자와 유사한 업종별 사업을 하고 있고 소상공인으로 구분되는 공통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활동과 폐업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돌아볼 수 있다.

국내의 소상공인의 폐업률이 높은 이유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손쉬운 창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퇴직자들이 가장 쉽게 하는 말이 ”퇴직하면 통닭집이나 할까? 최소한 식당하면 굶지는 않는다“라는 말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너무나 쉽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부족한 복지환경에서 퇴직은 안락한 노후가 아니라 다시 치열한 생계유지의 현장이 되어야하는 현실적인 조건도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창업을 독려하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안정적인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잦은 이직과 상시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은 국가의 주요지표인 실업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최대한 실업률이 낮게 보여야하기 때문에 온갖 감언이설로 창업으로 유도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창업, 중년층을 위한 창업, 청년창업, 경력단절여성 창업 등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창업아카데미, 창업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창업관련 아카데미나 교육장에 가면 지자체의 국장, 부장, 과장 등 공무원이 와서 참가자들에게 창업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며 창업을 독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대박아이디어라서 성공할 것이라며 창업 예찬을 하는 이들 중에 창업을 하는 사람은 전무하고 창업 지원을 이야기하지만 인사철만 지나면 공수표가 되기 일쑤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처럼 전 연령에 걸친 창업정책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폐업률이 높은 이유는 철저한 준비 없이 창업전선으로 내몰린 결과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지표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창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경제에서도 자영업의 창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매년 각 지자체별로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사회적경제창업아이디어 대회 등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지자체 산하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지방정부의 입맛에 맞는 실적을 보이기 위해 가장 손쉬운 협동조합의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협동조합의 창업은 별다른 준비 없이도 지자체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창업이 이루어진다. 보험광고에 나오는 ’상담만 받으면 다 준다는 선풍기‘처럼 지자체에 상담만하면 협동조합이 뚝딱 만들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주요과제중 하나인 도시재생을 진행하는 지자체에서는 도시재생의 주체형성 결과물로 협동조합으로 상정하여 협동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을 위한 아카데미를 이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법인형태를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라고 유도하고 그것을 성과물로 가져가고 있다. 심지어 숲 해설, 하천관리 등의 교육이후에도 교육생을 대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자발적 필요에 의해 설립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자발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협동조합의 창업이 지자체의 성과를 위한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지자체 주도의 창업이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낸다는 것에서 사회적경제생태계 구성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와 일반시민의 필요에 의한 설립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는 탑다운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지자체와 정부는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아래로부터 만들어가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창업지원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은 민주적인 운영의 과정이며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아래로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창업을 목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중히 보듬고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지속가능성을 갖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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