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최석영 부국장] 우리 청소년들이 불행하다.

이런 화두에 기성세대들은 “과거보다 훨씬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풍요롭게 살고 있는데 왜?”라고 되물을 뿐 그들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지난해 6~8월 초중고생 90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어서 다소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청소년 3명중 1명은 최근 1년 동안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한 학생의 33.8%가 ‘자살을 생각해 봤다’니 눈을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들이 이런(자살을) 생각을 하게 된 주된 이유가 학업부담·성적 등 학업 문제(37.2%)와 미래(진로)에 대한 불안(21.9%) 때문이라니 뭔가 한참 잘못됐다.

부모나 선생님들이 청소년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이유는 뻔하지 않은가.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명 모두 “다 너희들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이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해 봤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번에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의 45.6%는 하루 공부 시간이 3시간 이상이라고 한다. 이런 응답 비율은 초등학생 41.4%, 중학생 46.1%, 고교생 48.6%로 학령이 높아질수록 높은 비율을 보였다.

반면 여가 시간은 짧아 하루 2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경우가 44.2%에 달했다. 특히 고교생의 경우에는 절반이 넘는 54.8%가 여가가 2시간 미만이라 답했다. 중학생은 40.4%, 초등학생 34.5%였다.

결국 대학 입시라는 지상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면서 꽃 같은 10대의 청소년기를 모두 잃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10대라면 얼마나 좋은 나이인가. 온갖 꿈을 꿀 수 있고, 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오히려 실패해도 좋은 경험일 뿐이다.

이런 시기에 열심히 놀고 운동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해볼 수 있는 것을 하며 꿈을 키워 나간다면 어찌 ‘자살’이란 단어가 떠오르겠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존폐를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시끌하다. 현재 지정 취소된 학교들의 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데, 이들 자사고 학부모들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교육당국 결정에 불복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서 학교의 주체인 하나인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간혹 보이더라도 입시와 관련된 이슈만을 제기할 뿐이다. 

자사고의 설립 취지는 학교 교육과정을 다양화 시켜 학생들이 여러 경험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본질은 어디 오간데 없다.

"명문대학에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학교를 지정 취소 시킨다니 무슨 말이냐"는 게 학부모들의 마음이고 외침이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자. 본질은 결국 '죽음을 생각해 봤다'는 청소년들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스카이 캐슬' 드라마를 굳이 다시 곱씹어 보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을 '괴물'로 만드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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