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로 올린 한치.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첫 수로 올린 한치.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낚시를 하다보면, 새로운 어종이나 새로운 낚시 방법을 사용할 때가 있다. 이럴 때면 늘 설레게 마련이다.

한치 낚시가 그런 경우다.

제주도와 남해에서 이루어지는 한치 낚시는 과거에는 갈치낚시와 비슷한 방법으로 잡았다. 긴 낚싯대를 거치시키거나 자세에 원줄을 감고 무거운 봉돌을 달고, 한치 루어를 10여 개 달아, 계속 고패질을 하다가 무게가 느껴지면 잡아 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오징어나 한치가 많고 왕성한 입질을 보일 때면 이 방법은 효율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방법의 한치 낚시는 우선 손맛을 느끼기 힘들고, 한치의 입질이 미약하면 거의 잡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몇 년 전부터 한치 이카메탈 낚시가 진해권 일부에서 시작하더니, 서서히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이제는 거의 대세가 되었다. 많은 꾼들은 낚싯대 한 대는 거치시키고, 또 한 대는 루어 낚시로 보다 손맛을 즐기면서도 많은 수확을 노리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장마전산이 올라오면 제주도는 장마권에서 벗어날 때가 많다. 오후 비행기로 제주로 향했다. 갈치낚시도 제주 한치 낚시는 공항까지 픽업을 나와 주는 일종의 패키지 상품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도두항으로 향했다.

도두항 입구 낚시점에서 요즘 한치 낚시에 잘 반응하는 삼봉에기에게 네 개를 샀다. 삼봉에기란 에기 등에 학공치 포를 붙이고, 철선으로 감아놓은 2호 정도의 에기를 말한다. 아마도 제주 지역 어민들이 사용한 전통적인 에기를 응용한 듯하다.

한치 이단 채비, 좌측이 삼봉채비, 우측이 이카메탈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한치 이단 채비, 좌측이 삼봉채비, 우측이 이카메탈.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출발하기 전에 요즘 조황이 어떤가 하고 사무장에게 물어본다.

사무장은 태풍이 지나가고 이틀 동안은 조금 물때여서 그런지 도통 입질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늘은 어떨지 모른다고 희망을 준다.

오후 5시 반 정도 배는 출항해서 도두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멈춘다. 선장은 수심 65미터 정도이니, 바닥에서 한두 바퀴만 감고 낚시를 해보란다.

바닥권에 한치가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고 집어등을 켜지도 않았으니, 낱마리 지나가는 한치를 혹시나 하고 잡아보라는 말이다.

한치 낚시의 경험이 많지 않으니, 경험이 많은 옆 조사에게 한치 낚시에 대한 개념 설명을 듣는다. 옆 조사는 지난 번 남해에서 상당한 조과를 올렸다며 한치 이카메탈 낚시에 대해 설명한다.

첫째 예민한 초릿대의 낚싯대를 사용할 것.

둘째, 반응이 오면 슬쩍 들어 일정한 속도로 감을 것, 에기는 목줄없이 기둥줄에 직결할 것. 그러면서 자작 채비 3단과 2단 자리 하나씩을 준다. 3단 채비는 에기 둘을 위에 달고, 아래에는 100g 정도의 이카메탈을 다는 채비다.

옆 조사의 채비를 달고, 입수를 한다. 얼마 있지 않아 낚싯대 초릿대가 조금 내려가는 것 같아 채보니 아주 묵직하다. 천천히 감았다.

꽤 씨알이 좋은 한치가 올라왔다. 해가 지기 전부터 이 정도라면 오늘은 조황이 상당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한치를 쿨러에 갈무리했다.

이윽고 해가 지고 집어등이 켜졌다. 선장은 수심을 20m에 맞추고 낚시를 하라고 한다. 그래야 집어가 되고, 한치가 흩어지지 않는단다. 하지만 거의 입질이 없었다.

고패질도 해보고 낚싯대도 흔들어보고 별 짓을 다해 봐도 입질은 없었다. 옆의 베테랑 조사는 그래도 한 마리씩 잡아냈지만, 기껏 한 시간에 한 두 마리다. 입질을 받은 에기는 대개 상봉이나 수박색 이카메탈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제주시의 야경.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바다에서 바라본 제주시의 야경.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입질이 없자 배는 여러 곳을 옮겨 다닌다.

밤 1시가 넘어 수심 45m권 새로운 포인트로 진입한다. 선장이 나오더니 내 옆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한다.

이때가 중요하다.

선장의 채비와 낚시 방법이 바로 정담인 것이다. 선장은 이카메탈을 사용하지 않고, 3호 줄 정도로 자작채비를 만들고 있었다. T형 삼각도래에 기둥줄을 달고 약 50cm 아래에는 도래를 달고 25호 봉돌, 봉돌 고리에 약 70cm 정도의 목줄을 달아 에기를 직결한다.

위 T형 삼각도래에 40cm 정도 길이의 가지줄에 에기를 단다. 즉 2단 채비이되 가지줄이 있고, 하단 가지줄은 봉돌 아래 약 70cm에 위치하게 한 것이다.

선장은 낚시 방법도 특이했다. 20미터를 내리고 집중해서 기다리다가 약간의 미세한 느낌이 있으면 세게 채는 것인데, 두세 번 챌 때마다 한치가 올라왔다. 잠깐 사이에 7마리를 잡아낸다.

바로 선장 채비를 따라 만들어 그대로 낚시를 해보았다.

바로 한 치 두 마리를 걸어냈다. 입질이 미약하거나 물이 잘 가지 않을 때 이 방법은 그야말로 특별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낚시 방법 같았다. 다만, 초릿대가 아주 민감한 낚싯대라야 이 방법이 통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서 한치를 몇 마리 걸어내면서 패턴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8월초의 주꾸미 낚시와 거의 같다. 주꾸미가 아주 작을 때는 올라타는 미약한 무게를 감지하고 챔질을 해야만 주꾸미를 잡을 수 있다.

오징어와 달리 한치는 촉수를 살짝 뻗쳐 에기를 감기에 그 미약한 입질을 감지해야만 한치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활성도가 좋을 때는 에기를 물고 푹푹 내려가기에 어떻게 해도 많이 잡을 수 있다.

초설물 때가 지나자 다시 입질이 없어졌다. 철수 직전 바닥권에서 한치 몇 마리를 낚고 이날 낚시는 그야말로 몰황으로 마감되었다.

베테랑 조사가 20여 마리 수준, 필자는 10여 마리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치 낚시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이해했기에 충분히 의미있는 낚시였다.

요즘 유행하는 한치 루어낚시는 아직 진행이 얼마되지 않은 터여서 아직 이론이 정립되지 않았다. 물때나 활성도에 따라 여러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필자가 확인한 방법을 사용하면 조건이 좋지 않을 때 최악의 몰황은 피할 수 있다.

첫째, 초릿대의 감도가 아주 좋은 낚싯대가 유리하다. 허리힘이 있는 주꾸미대가 좋다.

둘째, 이카메탈 없이 적정 봉돌을 사용해도 충분한 조과를 올릴 수 있다. 에기는 여러 종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날은 삼봉에기에 반응이 좋았다.

셋째, 고패질 패턴에 대해서는 아직 정설이 없다. 한치는 오징어보다 훨씬 예민하므로 감각의 낚시를 해야 조과를 올릴 수 있다.

넷째, 원줄은 합사 1호, 혹은 그 이하가 좋다.

이 정도이지만, 앞으로 오징어나 한치 낚시 방법은 계속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치회, 한치 초밥, 한치국.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한치회, 한치 초밥, 한치국.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낚시는 낚시도 좋지만, 잡고 난 뒤의 음식도 일품이다. 회, 초밥, 물회, 튀김, 국 등 각종 요리로 즐길 수 있다. 튀김을 극찬하는 낚시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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