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어느 때부턴가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기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보다 개 짖는 소리가 더 자주 들린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은 기억이 까마득하다.

놀이터에서도 아기들 노는 모습을 본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우리 애기 우리 애기’라며 개 산책시키는 젊은 여성들은 쉽게 만난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캐치 프레이즈가 이젠 낯설다.

30여년 전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정관 수술을 받으면 오후 훈련을 면제해주고 일찍 귀가시켰던 때도 있었다.

사람이 많다며 정부가 나서 산아 제한 정책을 펼치던 때가 엊그제다.

그런데 불과 30년 만에 세상이 변했다. 아기를 안 낳는 세상이다.

지난 10여년 간 아이를 더 낳으라고 정부는 100조 이상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올 5월 우리나라 출생아수와 혼인건수는 지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반면 사망자수는 거꾸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대로 간다면 올 하반기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앞지르는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5월 출생아수는 2만5300명이다.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2700명(-9.6%)이 감소했다.

2015년 12월부터 42개월째 연이어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수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올 5월 사망자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00명(2.9%) 증가한 2만4700명으로 나타났다.

출생아수와 사망자수는 겨우 600명 차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앞지르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인구 자연감소는 올해 하반기 중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현상은 혼인 건수의 감소와 이혼건수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5월 혼인건수는 2만3100건, 1년 전보다 1900건(-7.6%) 감소했다

이혼건수는 9900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0건(2.1%)이 증가했다.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살을 부비고 살아야 아기도 낳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98명, 지난 1970년 출생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971년 4.54명을 정점으로 1987년 1.53명, 1990년 초반 1.7명에서 다시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해 2017년에는 1.05명까지 떨어졌다.

보통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 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한국은 남녀 한 쌍이 결합해 채 한명의 아이도 안 낳는 셈이다.

통계청은 지난 2016년 장래 인구 추계에서 한국의 총인구 감소 시점을 2028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총인구 감소시점은 이보다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 같은 출산율 감소 현상이 젊은이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만혼의 일반화 영향으로 분석한다.

가임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도 32.8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다.

첫째 아이는 31.9세, 둘째는 33.6세, 셋째는 35.1세에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정부 분석대로 만혼의 일반화가 출생률 감소의 이유 전부라면 다행이다.

그렇다면 조혼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테니까.

예를 들어 20대에 일찍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는 정부가 살집을 우선 마련해준다.

직장도 번듯한 대기업에 취업시켜주고 생활비도 세금으로 보태준다.

아마 결혼 연령이 지금보다 열 살 이상 낮아질 게다.

청년수당, 아동수당, 노년수당에 이어 교복도 사주고 수학여행 경비도 대주고, 등록금도 반만 내게 하는 등 퍼주기 좋아하는 정부가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면 안 나설 이유가 없다.

문제는 단순히 만혼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과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더 근본적인 이유다.

여기에 젊은 세대의 결혼, 일 등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까지 작동한 결과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지 올바른 처방전을 내릴 수 있다.

지금처럼 돈만 주면서 아기를 낳으라고 강요한들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생산연령층의 감소와 고령 인구의 증가 등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는 복지 연금 교육 주택 등 주요 정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인구 감소 추세는 경제성장에도 분명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경제성장은 물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그 어느 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

그래서 아이 울음소리를 시도 때도 없이 아무데서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를 낳으라고 돈을 뿌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를 낳았을 때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공공보육 시스템을 구축해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를 법으로 확실하게 강제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 전혀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삶을 향상시키는 일만큼이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노사간의 고민과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세상을 위해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데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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