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주워온 폐지 20배 비싸게 매입…재능기부자들과 작품 만들어 판매 '선순환'

[사진=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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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저희 회사는 망하는게 최종 목표예요”

언뜻 듣기에도 너무 황당한 소리다. 그러나 이 회사를 설립한 이의 말을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무더운 여름날씨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분들은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1kg에 50원도 안 되는 폐지를 모아 힘겹게 끌고 다닌다.

그렇게 밤 낮으로 모아봐야 하루에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기껏해야 2000원 남짓.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도 못 살 돈이다.

정부는 이 같이 자녀들의 부양을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 등을 위한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이 주워온 폐지를 시세보다 20배 이상 높게 사들이는 다소 엉뚱한(?) 이들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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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폐지를 가득실은 수레에 어렵게 끌고 가고 있다. [사진=SK그룹]

◆ 의문에서 시작된 사회공헌 '선순환'으로 완성되다

러블리페이퍼를 설립한 기우진 대표는 6년전 대안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출근길 리어커도 없이 폐지를 머리에 이고 경사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던 노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기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것이 개인의 문제인지 사회문제인지를 알고 싶었다. 만약 사회문제라면 ‘사회 시스템을 바꿀 무언가를 만들어 해결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기 대표는 이후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실태를 알아봤다.

이 후 학교에서 폐지를 기부 받아 판 돈으로 어르신들을 지원했고, 나중에는 어르신들께 폐박스를 시세의 20배로 매입하여 페이퍼캔버스를 만들었고, 재능기부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캔버스에 그려 판매를 시작했다.

노인들의 폐지 고가 매입→재능기부→그림 판매→다시 폐지매입이라는 선순환이 완성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러블리페이퍼’다. ‘러블리페이퍼’는 ‘Love’와 Recycle의 ‘Re’, ‘Paper’가 합쳐진 것이다.

​[사진=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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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수집 노인들의 어려운 실정…하지만 이들의 역할도 있다

러블리페이퍼는 원래 3개월짜리 단기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기 대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에서 재능을 기부해 줄 작가님들을 모집했는데, 무려 150명이나 되는 작가 분들이 모여 주셨다”면서 “그렇게 3개월짜리 프로젝트는 1년으로 연장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참여해준 작가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기 대표는 또 몇 년 전만 해도 ㎏당 120~140원까지 가던 폐지가 지금은 ㎏당 50원 밖에 안가는 실정이라며 노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걱정하기도 했다.

기 대표는 특히 폐지수집을 하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은 폐지 줍는 노인들을 보면 ‘불쌍하다’ ‘도와줘야 한다’는 등의 시혜적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이 분들이 하는 사회적 역할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원재활용 1위, 폐지회수율 85%에 달하는데, 이는 한 명의 폐지수집 노인당 연평균 9톤의 폐지를 수집하고 있는 것도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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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기업

러블리페이퍼의 활동 내용을 볼 때 이 회사의 최종 목표가 “망하는 것”이라는 것이 수긍이 된다.

기 대표는 “폐지수집 어르신들이 더 이상 폐지를 줍지 않으셔도 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러블리페이퍼는 망하는 길로 정주행 하고 있다. 그렇게 멋지게 망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는 노인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러블리페이퍼’. 러블리페이퍼와 재능기부자들이 만들어 낸 진정 ‘아름다운 작품’도 받아 보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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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 그는 폐지줍는 노인들이 없는 살기좋은 세상이 돼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망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사진=SK그룹]

◆ 러블리페이퍼-대기업 SK와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러블리페이퍼는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대기업 SK와도 인연이 있다.

지난 4월 행복나눔재단이 주최한 SK 프로보노(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행사가 SK텔레콤 광주 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정창래 행복나눔재단 매니저는 프로보노 활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천 방법으로 △사회적기업 Biz 방식 이해 △사회적 기업의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 △사회적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 등을 꼽았다.

정 매니저는 “일반적인 프로보노는 자신의 전문성을 기부하여 사회적 기업, NGO 등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SK 프로보노는 전문성뿐 아니라 경험, 취미를 활용하여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며 “사회 문제에 공감하는 것부터가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선결 과제다. 손과 발보다는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프로보노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날 행사에서는 SK 서부지역 관계사 직원들이 ‘러블리페이퍼’의 경험을 공유하고 캔버스 체험을 진행하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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