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항에서 본 일출. 육지에서 해가 뜬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문어낚시는 아직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낚시다.

“낚시도 문어로 잡나요?”라고 질문을 할 정도다. 동해안의 경우 가자미 낚시를 하다보면 가끔 문어가 올라왔고, 장마철 부근에 문어낚시가 이루어졌다.

동해 피문어의 경우, 이따금 3kg이 넘는 대문어가 올라와 꾼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많이 잡는 꾼들도 하루 서너 마리 조과에 그쳐 많은 꾼들을 불러 모으기는 역부족이었다.

남해에서 잡히는 문어는 동해 피문어와는 다르다. 현지에서는 돌문어, 참문어 등으로 부른다. 문어에 대한 명칭이 많아 낚시꾼들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문어의 명칭에 대한 실상은 필자가 쓴 적이 있으니 인용을 한다.

문어는 서해 남쪽 바다에서도 소량 잡히지만, 주로 남해와 동해에서 어획된다. 우리나라의 문어 앞에는 접두사가 붙어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대문어, 피문어, 참문어, 돌문어, 왜문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마다 문어를 두고 부르는 이름이 각기 다르기에, 문어 맛을 보려는 사람들은 헷갈리게 마련이다. “도대체 뭐가 피문어고 뭐가 돌문어야?” 하고 묻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어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문어는 동해산과 남해산으로 나누어 생각하면 가장 쉽다. 약간 붉은 빛이 돌며, 삶으면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동해산 문어다. 50㎏에 이르는 초대형도 있다. 이 동해산 문어의 공식 명칭은 대문어지만, 서울의 시장에서는 피문어라 부른다.

제사상에 문어를 꼭 올리는 경상북도에서는 대문어를 참문어라 한다. 포항 죽도시장에 가면 ‘참문어 전문’이라는 간판이 많이 붙어 있다. ‘참’이라는 수식어가 좋은 것을 의미하기에 문어에 ‘참’자를 붙였을 것이다.

통영이나 여수와 같은 남해에서는 남해 문어를 돌문어라 한다. 이것의 공식 명칭은 참문어다. 동해산 대문어는 수명이 3, 4년 이상이고 남해산 참문어는 2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남해 여러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돌문어’가 맛있다고 하고, 동해안 사람들은 남해 돌문어가 질겨 맛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같은 동해 문어라 해도 7, 8㎏ 이상 나가는 큰 문어가 맛있다는 사람이 있고, 1㎏ 정도의 작은 문어가 야들야들 맛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 근해에서 잡은 돌문어만이 진짜 문어라고 주장한다. 입맛이란 각자 익숙한 것에 길들여지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좀 헷갈릴 거다. 정리를 하면 이렇다.

"동해산 문어=대문어=피문어, 남해산 문어=참문어=돌문어(왜문어)다. 동해산 문어는 대형종으로 자라며 수명도 길고, 남해산 문어는 1, 2년생이며 당연히 소형이다. 단 말린 문어, 즉 건문어도 피(皮)문어라 한다."(하응백의 해산물기행-고성 문어)

남해 문어낚시는 현지에서 생활낚시로 가끔 행해졌지만, 수도권 낚시꾼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한건 3, 4년 전부터다.

7월 한 달 동안 갈치낚시 금어기가 설정되자, 7월 한 달을 통째로 놀 수 없는 갈치낚싯배들이 대체 어종으로 찾은 것이 바로 문어였던 것이다. 문어낚시에 접한 꾼들은 서서히 그 맛에 반해 6월부터 7, 8월까지 문어낚시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문어낚시는 남해, 특히 여수, 통영, 삼천포, 고흥 등에서 행해진다. 그 채비나 낚시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8월 3일은 대사리여서 물이 너무 쎈 날이었다. 하지만 날씨는 좋았고 마침 수도권에서 삼천포로 가는 문어 출조 버스가 있어 합류했다.

버스는 밤을 새워 남으로 남으로 달려 새벽 5시 삼천포항에 도착했다. 5시 20분 출항. 20명을 태운 팔포 1호는 나름대로 시설이 좋았다. 10분 만에 포인트 도착, 바로 낚시를 해보란다.

물이 상당히 많이 간다. 수심은 15m 정도. 40호 봉돌을 달고 에기 3개를 단다. 선장은 이곳이 바지락이 많은 곳이라 문어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거의 입질이 없었다. 여러 곳을 옮겨 다녔지만 역시 소식이 없었다.

선장이 애가 타는 모양이다. 낚시가 안 되면 꾼들도 짜증이 나지만, 그보다 더 애태우는 사람이 바로 선장이다.

꾼들이야 취미 활동이지만, 선장은 생계가 달린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선장은 사량도 양식장 쪽으로 포인트를 옮기려 했지만, 그쪽 낚싯배가 전혀 입질이 없다고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선장 나름 뭔가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천포 앞바다의 죽방렴, 뒤에 보이는 섬은 남해도.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낚시하는 주변으로 부지런한 어부가 문어 통발을 넣고 올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낚싯배 주변에서 통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통발 작업 하는 주변에서 낚시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선장이 포인트를 찾는 요령이 바로 문어 통발 주변일 것이다.

여수나 고흥에서도 그랬다. 어부 입장에서는 낚시꾼을 미워할 법도 한데, 그렇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낚싯배와 어부 사이에 평화협정이 있는지, 어부들은 수십 척의 낚싯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만 열심히 한다.

문어가 올라오면 선장은 사진 찍기 바쁘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꾼 중의 한 명이 워낙 입질이 없자, 문어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푸념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삼천포 앞바다에 문어 낚싯배가 2, 30척은 족히 될 듯 보인다.

서너 시간 동안 거의 입질이 없었다. 운 좋게 문어를 올린 꾼들도 가끔 있었지만, 20명의 꾼 중에서 문어의 손맛을 본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꾼들 중 서너 명이 함께 온 일행은 잡은 문어를 삶아 같이 먹자고 내 놓는다. 이게 바로 낚시 인심이다. 끓는 물에 식초를 넣고, 딱 12분을 삶는 게 가장 부드럽게 문어를 먹을 수 있다고 선장이 귀띔한다. 문어는 부드럽고 달짝지근했다.

금방 잡아 데친 문어.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금방 잡아 데친 문어.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10시 정도가 되었을까. 선장은 배를 창선대교 아래로 이동시킨다. 여긴 워낙 물살이 센 곳이라 평소에는 낚시가 불가능하고, 물이 죽은 정조대만 낚시가 가능하단다.

썰물(날물)과 밀물(들물) 사이 밀물과 썰물 사이, 한 시간 정도가 낚시 가능 시간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때 못 잡으면 오늘 은 ‘꽝’이란 걸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다.

삼천포 앞바다의 거의 모든 배들이 창선대교 아래에서부터 죽방렴이 있는 곳까지의 사이의 바다에 집결해서 문어를 노린다.

채비가 바닥에 닿으면 걸릴 각오하고 채비를 살짝살짝 고패질 하면서 무게감을 느끼고, 무거워지면 힘껏 채서, 일정한 속도로 감는 것이 문어낚시의 요령이다.

고패질은 상하로 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추를 흔들어준다는 정도로 하고, 잠시 쉬어야 한다.

고패질 도중, 혹은 쉬는 타이밍에 드디어 입질이 왔다. 여기서 잠깐 사이에 3마리를 올린다. 에기는 색동에기나, 흰 바탕에 머리 부분만 붉은 색인 에기(낚시꾼들은 이런 색의 에기를 ‘초고추장’이라 한다. 생선회를 초고추장에 찍었을 때의 색깔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초고추장’은 주꾸미낚시에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배에서 바라본 창성대교와 사천 케이블카.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배에서 바라본 창성대교와 사천 케이블카.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물이 완전히 서니 입질이 없다. 다시 들물이 시작되니 입질이 조금 있다가 바로 물살이 너무 빨라져 낚시가 불가능할 정도가 되자 선장은 포인트를 옮긴다. 초들물 때 잠시 입질이 있다. 별 게 다 올라온다. 낚싯줄 뭉치, 장갑 뭉치, 미역타래, 산호덩이....

분명 문어 입질인데 올리니 키조개 껍데기다. 낚싯대를 흔들어 키조개 껍데기를 털어 내려고 하니, 옆의 꾼이 ‘문어 들어 있다’고 소리친다. 재빨리 올리니 키조개 껍데기 속에서 문어가 슬슬 기어 나온다. 운도 없는 녀석이다.

창선대교 바로 아래서건진 산호, 산호가 사천 앞바다에도 서식하는 증거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창선대교 바로 아래서건진 산호, 산호가 사천 앞바다에도 서식하는 증거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12시가 지나자 입질도 거의 없고, 중천에 뜬 해는 작열한다. 삼복더위의 문어낚시는 태양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오후 2시, 배는 항구로 철수한다.

더 이상 낚시를 하라고 해도 힘이 들어서 못할 지경이다. 총 조과는 작은 문어 네 마리지만 만족한다. 대사리에 이게 어디냐. 다른 꾼들도 대개 이 정도 조과다. 6, 7마리가 장원.

이날 삼천포 문어낚시를 결산하면, 에기는 한 30개 정도 넉넉하게, 봉돌은 20호부터 40호까지지 다양하게 준비할 것, 에기는 색동에기를 반드시 준비할 것 등이다.

시즌 초반 많이 나올 때는 30여 마리를 잡은 꾼도 있다고 한다. 8월에서 9월까지 문어낚시가 이루어지지만, 시즌 후반에는 씨알이 커지면서 마릿수는 부족해진다. 8월 중순 이후에도 물때가 맞으면 평균 10여 마리 이상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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