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정치권이 코미디 프로보다 더 웃기는 장면을 연출 중이다.

제목은 '대낮 일식집 사케 반주 사건'

주연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조연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시청자인 국민은 이 코미디 상황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웃픈 현실에 씁쓸하다.

스토리는 일본이 경제보복을 무기로 싸움을 걸어왔는데 여당 대표가 일식집에서 일본 정종 사케를 마셨다는 것. 마침 그날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결정 당일이었다.

이 대표의 '사케 음주 장면'에 야당은 '잘 걸렸다'는 듯 때를 놓칠세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대표가 일식당에서 식사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부적절한 행위다. 그런 엄중한 상황에서는 하지 말았어야 할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야당은 '국민의 정서를 배반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여당은 "이대표가 반주로 마신 술은 일본 술인 사케가 아니라 국산 청주인 백화수복이었다"고 해명에 나섰다.

또 '야당이 백화수복 한잔에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사케를 마셨든 청주를 마셨든 이 시기에 여야가 서로 삿대질을 할 만큼 중요한 문제인가는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일이다.

일본의 말도 안되는 억지 경제보복으로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는데 사케 논란으로 서로 으르렁 거리는 여야의 모습은 볼썽 사납다.

여당은 급기야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식자재로 장사하는 일식당도 가지 말라는 것인가" 라며 '자영업자 살리자는 주장과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일식집이라고 해서 일본 사람이 다 주인인 것도 아니고 식재료도 다 일본산이 아니다.

말이 일식이지 대부분 일식집에서는 회에 각종 튀김과 우동 등 흔히 대중 횟집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을 판다.

일식집과 대중 횟집의 구분은 내부 시설과 가격 차이다. 

일식집에서 사케를 마시면 친일이고 횟집에서 청주를 마시면 극일일까? 

일식집에서 사케를 마셨다고 비난하는 야당이나 사케가 아니라 청주였다고 해명에 급급한 여당이나 국민들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본질은 외면한 채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린 여야 정치권의 수준은 유치찬란하다.

시중에는 '그럼 사드 배치로 한중간의 갈등이 극대화 됐을 때 중국집에서 고량주에 짜장면 먹었으면 다 매국노인가'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중국은 사드 배치와 관련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는가.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감행 할 경우 단교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고 겁박했다.

아울러 한국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했고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다 쫓아내는 횡포도 부렸다.

그러나 당시 사케 논란과 같은 짜장면과 고량주 공방은 없었다.

야당의 주장처럼 일식집 사케 음주가 문제라면 국민들은 집에 두고 사용하는 니콘과 소니 디지털 카메라는 다 때려 부셔야 한다.

언론사 사진부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나 방송사 촬영장비의 90% 이상은 다 일제다.

또 골프장에서 혼마나 야마하 브릿지스톤 미즈노 젝시오 등의 일제 골프채와 골프공은 다 백속에 집어 넣고 꺼내지 말아야 한다.

국내에서 일본 골프 클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에 달한다.

이런 감성적인 대응으로는 절대로 극일은 불가능하다

물론 민감한 시기에 여당 대표가 낮부터 반주 삼아 사케가 됐든 청주가 됐든 술을 마셨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자유한국당의 김재원 의원이 여야 간 추경안 협상이 진행중이던 상황에서 술을 마셨던 장면이 노출돼 비난을 산 게 하루 전인데, 이 대표의 낮술은 경솔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지금 같은 치졸함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구체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지 애꿎은 사케한테 화풀이를 해선 도움이 안된다.

400여년 전에 돌아가신 이순신 장군을 다시 불러내는 것도 또 다른 코미디다.

반일도 좋고 극일도 좋지만 뚜렷한 목적 의식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행여 반일 감정을 앞세워 다음 총선 이슈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사라면 이것이야 말로 매국이고 친일이다.

정치권의 선동은 잠시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당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반일 감정을 앞세워 불매운동을 한다고 대포를 쐈는데 저들이 미사일을 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일본의 도발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치권이나 정부가 이순신 장군의 12척 배를 운운하고 죽창을 들자고 선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만 더 차분해져야 한다.

근거 없는 선동으로 반일 감정을 부추겨봐야 잠깐 기분 좋고 속은 후련할지 모르나 나중에 남는 것은 후회와 아쉬움일수도 있다.

지금 아베의 경제보복에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묘책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감성 만으로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없다.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힘을 키워야 한다.

제대로 붙기로 작정했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나 나 보다 더 쎈 상대랑 싸울 때는 의욕이 지나치거나 호기를 부려서는 내가 먼저 코피 터지게 돼 있다.

정면 승부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 뒤 허를 찔러야 한다.

일본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척 하는 하이에나 같은 나라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독립운동의 정신으로 고통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일본이 한번만 더 도발할 경우 다시는 덤비지 못하게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 2006년 개봉됐던 액션 코미디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싸움계의 전설 백윤식의 대사 한마디.

‘한번만 더 내 몸에 손대면 피똥 싼다‘는 정신 자세와 실력을 키워야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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