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응백 문화에디터
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연일, 아베의 도발로 인한 불쾌한 뉴스들이 한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언젠가는 한번 맞닥뜨려 할 일이니, 이번 기회에 한국 산업의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많은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이 여름에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드라마 같은 뉴스가 있다.

지난 7월 23일 오전 청주의 14세 소녀가 가족들과 물놀이를 갔다가 먼저 하산하겠다고 하고 산을 내려간 뒤 실종되었다.

경찰은 그 다음날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지만, 소녀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었다. 소녀가 지적 장애가 있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국민 대다수는 더욱 안타깝게 좋은 소식을 기다렸다.

실종 상태가 오래되자 경찰, 군인, 소방대, 충북도청 드론팀까지 가세, 인근을 샅샅이 수색했다.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군과 경찰 5,700여 명이 투입되었다. 그러던 중 속보가 떴다. 실종 11일 만에 ‘조양 발견,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뉴스가 속보로 전해졌던 것이다.

다음날부터 조양 발견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소식이 전해졌다. 조양을 처음 발견한 것은 7년생 셰퍼드로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달관이’라는 군견이었다는 것.

달관이와 함께 조양을 발견한 박상진 원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에게도 고등학생 딸이 있다. 그래서 조양의 실종이 더 남일 같지 않았는데, 조양이 이렇게 잘 견뎌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조양 생환에 안도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조양의 생환을 반겼고 “이게 나라다”라고 환호한 사람도 있었다. 언론사 뉴스에는 달관이에게 포상 휴가를 주고 갈비와 같은 특식을 주라는 댓글도 이어졌다.

11일 동안 조양의 부모 심정은 어떠했을까. 하루하루가 지옥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딸이 발견되었고, 비교적 건강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병원에서 딸과 재회했다. 그 기쁨의 순간에 그녀는 “이번 생에 안 되면 다음 생에서라도 은혜를 꼭 갚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이 언론에 보도된 조양 실종과 생환의 간략한 시말이다. 여기서 조양의 생환 자체도 기적적이어서 감동 차체이지만, 더욱 국민들을 감동시킨 건 조양 엄마의 감사의 말이다. 딸을 구해준 은혜를 이번 생에 다 못 갚으면, 다음 생에라도 갚겠다는 말.

그녀에게 깊은 불심이 있는지, 그녀가 내세에 대해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불교 신자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이번 생은 틀렸어”라는 말이 코미디 소재로 유행하는 세태이기에, 또 영화 <신과 함께>가 관객 천만 명을 돌파했기에, 내세라는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다음 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당히 유쾌하게 살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번 생의 현실적 삶은 불행하거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싶었던 연인이 타인과 혼인했다면 다음 생에 만나 사랑을 이루면 된다.

위대한 작가나 시인이 되지 못해 아쉽고 아쉽다면, 다음 생에 천만 부를 판매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거나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시를 써 교과서에 실리면 된다. 이번 생은 건물주가 아니라면 다음 생에는 건물주의 외아들이나 외딸로 태어나면 건물주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다음 생은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마음속의 로또 복권이다. 하지만 자기만을 위한 다음 생보다, 조양 엄마가 말한 것처럼, 이번 생에 못 갚으면 다음 생에라도 꼭 갚겠다는, 생을 이어가는 보은의 약속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조양 엄마의 그 감사의 말 한마디는 조양을 행방을 찾느라 고생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또 조양의 무사생환을 기다려온 수많은 국민들에게, 천일 가뭄 끝에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 같은 것이 아닐 수 없다.

11일이나 버티면서 살아서 부모와 국민의 품으로 돌아 온 조양이 고맙고, 국가대표 수색견 ‘달관이’와 핸들러 군인 아저씨가 고맙고, 수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안내를 한 동네 이장님이 고맙고, 경찰을 포함한 수색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고맙다.

본인이 결정적인 공헌을 했음에도 조양이 ‘견뎌주어’ 고맙다고 말한 군인 아저씨가 고맙고, 다음 생에라도 은혜를 갚겠다고 말한 조양 엄마가 고맙고, 이 일을 자신의 일처럼 관심을 기울인 모든 국민이 고맙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사는 대한민국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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