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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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리 국민의 반일 감정을 건드리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으나 막대한 무역 역조를 고려할 때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특히 유니클로, DHC, 한국콜마 등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심지어 과거 경영권 분쟁 시 오너가(家)가 한국말도 제대로 못해 충격을 줬던 롯데그룹의 제품도 이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운동가도 있을 정도다.

따라서 일본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기업은 좌불안석이다.

“일본에 로얄티를 지급하지 않는다”, “국내 법인 근무자는 모두 한국인이다”, “지분관계를 모두 정리했다”, “일본 본사의 행위와 한국 법인은 전혀 관련이 없다” 등등 일본과 줄 끊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로얄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지분에 따른 배당금이 송금되기도 하고, 공장 하나 없이 판매법인만 두고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물건만 파는 일본계 기업이 우리나라의 비싼 인건비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인건비가 더 비싼 일본에 공장을 두고 있는 곳도 많지 않은가.

불매 운동으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거둔다고 볼 때 (일본계 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국가 전체 고용시장에도 별 문제가 없다.

일부 언론은 막대한 일본계 자금이 철수한다면 자금시장의 경색과 금융시장의 혼란이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돈의 성격과 흐름을 잘 모르는 지적이다.

제로금리에 가까운 싼 조달비용으로 국내에서 고금리 장사를 하는 일본계 자금이 그렇게 쉽게 철수할리 없고, 설사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돈이 넘쳐나 굴릴 데가 없는 국내 자본이 그 자리를 쉽게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되면 정밀 부품 등의 수입 제한으로 우리 경제도 일정한 타격을 입겠지만, 일본 내에서도 불만이 고조될 전망이다.

그런데 국내 일본계 기업이 ‘생존’을 걸고 우리 국민의 마음을 돌리려는 노력을 보면서 국내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불매운동은 점차 특정기업에 집중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만약 어떤 일본계 기업이 평소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활동을 수행했다면, 일정한 타격은 피할 수 없을지 몰라도 다른 기업보다 불매운동의 파고를 넘어서기 훨씬 용이할 것이다.

필자는 과거 맺었던 공공기관과 맺었던 독점 계약으로 오랜 기간 막대한 수익을 거둬왔던 외국계 기업이 이익의 대부분을 본사에 송금하면서 재계약에 난항을 겪는 사례를 목도한 바 있다.

해당 기업이 전면적인 CSR 활동은 아니더라도 기부와 같은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라도 수행했다면, 또 이를 적극 알리는 홍보 활동을 수행했다면 공공기관도 그렇게 쉽게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신송그룹 계열사인 신송산업이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치의학대학원 여자 동창회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송산업의 타피오카 전분 생산공장 소재지인 캄보디아 크라체(Kratie) 지역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펼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의료봉사단은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200여명의 현지인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치과 진료를 수행하면서 현지 언론에도 보도되는 등 호응을 이끌어냈었다.

지난 2017년 11월 준공된 공장의 가동률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신송산업은 의료봉사단 활동을 점차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한국과 캄보디아 사이에 갈등이 벌어져도 신송산업은 적어도 크라체 지역에서 위기를 벗어나기 훨씬 쉬울 것이다.

일본계 기업이 한국을 판매시장으로만 대하고 이익만 뽑아먹는다면 한일 갈등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생존을 위협받는 위기에 자주 노출될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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