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대한민국에서 장관 정도 하려면 다음 중 한 가지 정도의 자질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선 견리망의(見利忘義), 돈 앞에서는 의리도 과감히 팽개치는 뛰어난 재테크 실력이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보다는 돈이  훨씬 많다.

못 잡아먹어 안 달 난 것 같은 강남에 집 한 채 정도는 가지고 있다.

집 말고 현금 자산도 수억 원이다.

두 번째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위법일지라도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학벌집착의 남다른 교육열이 필수적이다.

자식의 좋은 학군 거주를 위해선 위장전입도 오케이다.

덕분에 외고나 자사고 등 특목고를 나왔고 외국에 유학 중인 잘난 자식을 뒀다.

세 번째는 후안무치(厚顔無恥)와 설근미건(舌根未乾), 얼굴이 두껍고 뻔뻔스럽다.

잘못이 들통 나도 아니라고 무조건 발뺌에 방금 한 말도 침이 마르기 전에 쉽게 뒤집는다.

관례적이었고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우기다가 거짓으로 드러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윽박지른다.

네 번째는 요순고설(搖脣鼓舌)과 혹세무민(惑世誣民), 나를 비난하는 내편이 아닌 너를 향해 말로 잔인하게 난도질한다.

아무렇지 않게 ‘구역질 난다거나 극우, 친일 혹은 종북, 좌파의 프레임’을 씌울 줄 알아야 한다.

사슴을 말이라고 말도 안돼는 주장에다 명분은 서민들을 위한다지만 정작 죽겠다고 아우성을 쳐도 곧 좋은 세상이 온다고 끝까지 우겨야 한다.

다섯번째는 양두구육(羊頭狗肉)과 표리부동(表裏不同), 겉과 속, 앞과 뒤가 철저히 다르다.

이미 경제적 사회적으로 기득권이면서 여전히 약자를 대변한다는 선전 선동에 능하다.

그러면서 나는 절대적으로 선하다는 자기확신에 ‘니네들’은 적폐이므로 ‘나돼너안(나는 되고 너는 안돼)’의 자기모순에 충실하다.

8·9 개각으로 지명된 장관(급)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 청문이 개봉박두다.

이들 장관 후보자들의 평균 재산은 37억9088만원, 예금도 5억원 이상이다.

이정도 재산은 일반 서민들로서는 실감이 안 가는 돈이다.

통계청 자료를 빌리면 근로자 2인 이상 가구 월평균소득은 560만원(연 6720만원).

먹지도 입지도 않고 한 푼도 안 쓴다 하더라도 얼추 50년은 모아야 가능하다.

로또에 당첨되거나 도둑질을 하지 않는 한 일반 서민들은 평생 만져볼 수 없는 액수다.

일반서민 대부분은 집 한 채가 전 재산이다.

급히 큰 돈이 필요할 때는 대개가 마이너스 통장을 애용한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7명 중 돈이 제일 많은 부자다.

그의 재산은 106억4719만원이다. 예금재산도 16억5000만원에 달한다.

서민들 눈높이에서는 백만장자다.(서민들 눈에는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데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최 후보자는 강남권 아파트 2채와 상가·공장부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두 아파트를 합한 재산 공개상 가격은 10억원이 채 안된다.

하지만 실제 매매가는 한 채당 20억원, 총 40억원에 이른다.

배우자인 백모 교수도 50억원에 달하는 경기도 부천의 공장 건물과 부지, 마포구 동교동의 상가도 보유하고 있고 예금도 13억원이나 된다.

최 후보자는 직업이 교수다.

후학들 가르치랴 연구논문 작성하랴 시간이 빠듯할텐데 상속받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언제 어떻게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모을 수 있었는지 재테크 실력 역시 박사급으로 부러울 따름이다.

은성수(금융위)· 이정옥(여성가족부)· 김현수(농림축산식품부·하나는 분양권) 후보자도 집이 두 채다.

은 후보자의 신고재산은 31억6000여만원, 역시 서초 잠원동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 등 두 채의 주택과 배우자 명의의 서울 논현동에 상가지분이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어머니의 재산을 포함해 총 27억8517만원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보험을 포함한 예금은 21억2823만원이다.

가장 말이 많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어머니, 자녀의 재산으로 총 56억4000만원을 신고했다.

다행히 주택보유와 관련해서는 2017년 11월 부인 명의의 해운대 아파트를 동생의 전 부인 즉 제수인 조모씨에게 매매해 1 주택자가 됐다.  

그러나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고 복잡한 대목이 한 두군 데가 아니다.

그해 5월  조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됐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시장을 향해 집 팔라고 거의 협박조의 엄포를 놨다.

제수씨에게 이전한 아파트에는 조후보자의 동생이 살고 있고 제수씨 소유의 또 다른 빌라에는 조 후보자의 모친이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다.

위장 매매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 후보자는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조 후보자는 1999년 3월부터 2000년 4월까지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당시 아내와 아들은 기존 부산 아파트에 남겨두고 딸과 함께 서울 송파구 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다.

아버지의 바지바람(?) 덕인지 조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둘 다 외고를 졸업했다.

딸은 외고 졸업 후 이공계 대학을 거쳐 현재 부산의 한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아들 역시 외고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후보자는 2010년 8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한 신문의 기고에서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이라는 제목으로 신재민 이현동 조현오 세 사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위장전입에 대한 이들의 해명과 변명에 대해 조후보자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옹호하는 위장전입의 허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자기편 옹호하는 데도 지켜야 할 금칙이 있는 법이다”며 준엄하게 꾸짖었다.

진보적 시각에서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해 나간다.

그러나 큰 틀에서 반복되는 순환적 역사관도 존재한다.

순환적 역사관은 역사가 발전과 진보를 지속하지 않고 발전과 퇴보를 반복한다고 본다.

조후보자가 신문기고와 페이스북을 통해 ‘니네들’을 향해 던졌던 돌팔매가 화살과 비수가 부메랑이 돼 다시 돌아오고 있다.

조 후보자는 “용이 되거나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 하늘의 구름만 쳐다보며 출혈경쟁 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데 힘쓰자”고 선동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 자신은 하늘 위의 구름처럼 살아왔다.

강남 좌파에 말로만 진보였다.

조후보자는 2010년 “나는 청문회를 통과 못한다. 위장 전입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최근 위장 전입의혹에 대해 2005년 이전 일이기 때문에 현 정부의 7대 인사배제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세치 혀의 변신에 놀라울 뿐이다.

개천을 뛰쳐나와 용이 된 이들 후보자들의 이중성과 표리부동에 아직도 개천이 전부인 줄 알고 사는 붕어, 개구리, 가재들로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 울화통만 안기는 청문회는 이제 사절이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

지난 2002년 원로배우 신구가 찍어 유명세를 탔던 햄버거 광고 카피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후보자들을 보면서 분노와 함께 서글픔이 밀려오는 건 나만일까.

"과연 니들이 서민의 분노와 아픔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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