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직원 성과측정 KPI 개선하고 리스크관리 강화"

[사진=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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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 DLF) 사태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입을 열었다.

21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직원들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개선하고, (상품)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위험한줄 알면서도 수수료가 높은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을 고객들에게 공격적으로 판매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사태 해결을 위한 우리은행의 기본적인 입장은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기다려 본다’는 것이지만, 내부의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은행들은 DLS와 DLF의 위험성을 사전에 감지해 판매하지 않았지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천억원씩 판매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해외금리 연계형 DLF의 판매 잔액 총 8224억원(8월7일 기준) 가운데 48%인 4012억원을 판매했다. 특히 평균 예상손실률이 95%에 달하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동된 상품의 총 잔액 1266억원의 대부분인 1255억원이 우리은행에서 팔렸다.

이 같이 우리은행이 공격적으로 DLF 판매에 나선 것은 KPI와 무관하지 않다. KPI는 은행 직원들의 성과를 책정하기 위해 만든 채점표인데, 최근 우리은행은 비이자수익을 강화하는 쪽으로 KPI 비중을 늘렸다.

일선 직원들이 KPI를 좋게 받기 위해 수수료 비싼 상품인 독일 금리와 연동하는 DLF를 공격적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앞으로 비이자이익 부분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KPI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KPI의 폐지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지만, 완전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공공성이 강하긴 하지만 민간 기업인 만큼 수익성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날 손 회장 역시 "은행은 이익을 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스퀘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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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품 리스크관리 시스템 강화에도 나섰다. 이번 DLF 사태는 은행의 상품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희비를 갈랐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각 시중은행에 해당 상품 판매를 의뢰했는데,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손실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판매하지 않았지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의 리스크 대비 고객 수익률과 수수료 수익 측면에서 이득이라 보고 판매에 나섰다. DLF는 기대수익이 연 4~5% 수준인데 비해 최악의 경우 원금 전부를 날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셈이다.

우리은행은 리스크관리 위원회가 있었지만 이번 DLF 상품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내부에서 DLF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위원회의 공식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마다 리스크관리를 담당하는 위원회 등이 있지만 모든 상품에 대해 점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DLF 같은 상품은 글로벌 경제 향방에 따라 민감하기 때문에 점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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