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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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주요 선진국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펀드(DLF), 파생결합증권(DLS)의 손실문제로 시끄럽다.

보통 금융파생상품은 기초상품의 변동성을 일정 구간으로 정해놓고 해당 구간을 벗어나면 손실, 만기 전까지 해당 구간에 있으면 확정이익을 가져다주는 식으로 설계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F, DLS는 주요 선진국 금리의 하락 및 장단기 금리차 역전에 따라 손실구간에 들어갔다.

보통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가격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로 기관투자자가 단기 이익을 노리고 막대한 금액의 채권을 사고팔기도 한다.

따라서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이익이다.

그런데 이번 상품은 단순히 금리 연계이고 경기침체 우려로 주요국 금리가 급락하면서 손실구간으로 들어선 것이다.

투자자는 비록 파생상품이지만 기초상품이 주가 또는 주가지수가 아닌 금리라는 점에서 안심하고 투자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 아닌 변동성이 적은 주요 선진국 금리라는 점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는 금융감독당국의 조사여부에 의해 가려지겠지만, 이번 사태는 개인은 물론 기업에도 교훈을 준다.

세상에 100% 안전한 투자 상품은 없다.

은행 예금도 금융위기나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해당 은행이 파산할 경우 예금자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5000만 원만 받을 수 있다.

즉, 원금과 이자를 합쳐 5천만 원이 넘는 예금은 손실이 된다는 의미다.

국가에서 발행하는 국채도 해당 국가가 모라토리엄(moratorium. 채무상환유예)이나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 보유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겨준다.

과거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설계된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가 중소수출기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모두 ‘설마 금리나 환율이 그렇게 크게 움직이겠어?’, ‘설마 국가나 은행이 망하겠어?’ 라는 확고한 믿음이 투자를 이끌어내지만, 설마에 발등 찍히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이렇게 보면 주식 직접투자나 고수익을 약속하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는 사실상 투기행위다.

개인은 물론, 기업도 금융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점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M&A를 위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금융시장에서 갖가지 차입을 일으켜 ‘승자의 저주’로 그룹 해체까지 겪는 사례도 목도한 바 있고, 오너가 계열사 자금을 선물옵션과 같은 고위험 투자에 나섰다가 처벌을 받은 사례도 경험했다.

물론, 기업이 금융시장을 외면해서는 제대로 경영을 유지하기 어렵다.

기업이 대출을 받아야 할 때도 있고 회사채를 발행해야 할 때도 있으며, 무차입 경영을 자랑하는 기업도 장사해서 번 돈을 예치하거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넣어야 할 때도 있다.

영위 업종에 따라 환율, 금리, 원자재가격 변동성 등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본업을 벗어나 과도한 금융시장 의존은 기업에 또 다른 리스크를 안겨줄 뿐이다.

어쩔 수 없이 환헤지 상품 같은 금융파생상품에 발을 담글 때는 약관 하나하나 면밀히 검토한 후 진행해야 하고 거시경제에 대한 안목도 필요하다.

필자는 과거 외국계 금융회사의 금융파생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취재했는데 투자자인 모 공공기관이 손실 여부조차도 몰라서 충격을 받은 경험도 갖고 있다.

기업에게 금융은 불가근불가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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