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화·자동화·디지털화로 건설 패러다임 빠르게 진화중...대응 급하다

현대건설이 건설한 카타르 국립박물관.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사막의 장미(Sand Rose)'로 불리는 응결체를 모티브로 설계한 것으로, 316개의 원형판(Disk)이 여러 각도로 뒤섞여 외관을 이루는 비정형 건축 디자인이다. 현대건설은 어려운 설계를 차질 없이 시공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 유지 관리까지의 전 과정을 '3D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방식으로 진행했다.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건설한 카타르 국립박물관.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사막의 장미(Sand Rose)'로 불리는 응결체를 모티브로 설계한 것으로, 316개의 원형판(Disk)이 여러 각도로 뒤섞여 외관을 이루는 비정형 건축 디자인이다. 현대건설은 어려운 설계를 차질 없이 시공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 유지 관리까지의 전 과정을 '3D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방식으로 진행했다. [사진=현대건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건설산업이 불황을 타개하고 경쟁력을 강화 하려면 기존과는 질적으로 다른 방식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바로 '기술혁신'이다.

한국 건설산업도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성 제고는 물론 체질 전환과 경계 확장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이광표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크게 생산방식(process), 상품(product), 산업 환경(policy), 인력(human)측면에서 혁신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생산방식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가장 큰 변화가 발생할 영역이다.

이는 현장 중심의 시공 방식(on-siteconstruction)에서 공장 제조와 현장 시공이 결합된 OSC(off-site construction)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아울러 데이터 기반의 수직적 및 수평적 생산 과정의 도입 등도 가속화된다.

디지털 건설기술의 적용을 통한 상품의 스마트화(smartization)도 예상된다.

스마트 인프라, 스마트 시티, 스마트 빌딩 및 스마트 홈, 스마트 팩토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디지털 건설기술을 도입해 생산 방식의 수직 및 수평적 통합과 상품의 스마트화 등을 달성하려면 당연히 현행 건설산업 관련 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따라야 한다.

생산 방식의 변화는 안전 및 품질과 관련된 규제의 필요성을 낮출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건설기술의 도입은 기존 노동집약적 생산 체계가 지능화 기술 기반으로 자연스레 전환될 수 있다.

이러한 업무 수행 방식의 변화는 고령화 등에 따른 기술인력의 부족과 맞물려 인력 양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 연구위원은 “디지털 건설기술의 적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건설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다수의 업체가 타 산업 또는 비건설 분야의 스타트업(startups)임을 고려할 때 전략적 협력 계획 등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 건설한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이 호텔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지면에서 최고 52도까지 기울어진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 불린다. [사진=쌍용건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 건설한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이 호텔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지면에서 최고 52도까지 기울어진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 불린다. [사진=쌍용건설]

삼정KPMG연구원의 이명구 연구원은 “건설산업의 기술혁신은 건설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생산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며, 기존에 없던 신규 건설 비즈니스를 창출해 사업 다각화의 원천이 된다”고 강조했다.

생산성 증대 뿐만 아니라,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정KPMG는 건설산업의 기술혁신과 관련, 최근 건설산업의 3대 ‘메가 트렌드’를 소개했다.

박도휘 연구원은 “건설산업은 이제 모듈화, 자동화, 디지털화로 전통적인 건설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듈화·자동화·디지털화를 통해 건설산업은 빠르게 진화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우선 ‘모듈화’는 현장 시공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건축 모듈을 사전 제작하여 조립하는 공법의 변화를 의미한다.

다음은 삼정KPMG연구원에서 소개한 3대 트렌드. 

① 쪼개고 나누고 - 건설산업의 ‘모듈화(Modularization)’

건설산업의 ‘모듈화’는 자동화와 함께 건설업이 내재하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인 생산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동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건설산업에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조업의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 개념이 과거 도입되었다.

이 개념은 외벽과 내장재 시공까지 완료한 박스 형태의 구조물을 사전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기초공사와 접합·설비 등의 마감 공사만을 진행하는 ‘프리 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 개념을 거쳐, 기획·설계·조달·시공 등 모든 건설 단계에 걸쳐 모듈 생산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축정보모델)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각 단계의 생산성 혁신을 이끌어내는 ‘모듈화(Modularization)’의 패러다임으로 확장되었다.

전통적으로 건설 프로젝트는 기획, 설계, 엔지니어링, 승인 및 확정, 현장 준비를 순차적으로 거쳐 시공 과정이 진행된다.

반면, 모듈러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승인 및 확정 단계까지는 전통적인 건설 방식과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현장 준비와 플랜트·팩토리의 모듈 제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사전 모듈 제작을 통해 현장 시공의 작업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어 공기와 비용 측면의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또한, 해체 시 구성품이 폐기물로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이 가능하여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건설 정보 모델링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시공 현장이 아닌 플랜트·팩토리에서 사전 제작할 수 있는 모듈의 한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 인공지능 기반의 도로교통정보 기술과 엣지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여 모듈의 신속한 현장 운송에 대한 물리적 제약 또한 해소해 나가고 있다.

‘모듈화’는 설계와 시공의 통합을 넘어서 기획단계까지 프로세스의 통합을 가속화한다.

이러한 프로세스의 통합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통적으로 구분되던 설계·엔지니어링 업체, 시공업체, 자재 생산업체 등 분야별 전문 회사의 수직 계열화를 유도, 초대형 건설기업을 탄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자동화’는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을 통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 및 설계·시공 단계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을 통칭한다.

② 스스로 해결하는 - 건설산업의 ‘자동화(Automation)’

건설산업의 ‘자동화’는 일반적으로 로봇 도입을 포함한 시공의 기계화·체계화 등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나아가 ICT 기술을 활용한 모든 가치사슬의 정보화, 시스템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까지 통칭한다.

이러한 건설업의 ‘자동화’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건축물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작업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로 시공 현장의 고하중 화물 취급을 비롯한 위험작업 등을 수행하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건설 공사의 근로자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드웨어적인 접근법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건설 산업의 소프트파워가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면서 자동화는 시공뿐만 아니라 설계, 타당성 검토 등 전방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건설 프로젝트 전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공정 측면의 생산성 증대와 신규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설 회사들의 연구개발 집중 투자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건설업의 ‘자동화’ 관련 기술은 시공 전 단계, 시공 단계, 시공 후 단계, 신규 비즈니스 창출 단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공 전 단계에서는 지능형 타당성 검토 시스템, 자동 프로토타이핑 기술, 실시간 설계 협업 시스템 등의 기술이 각광받고 있으며, 실시간 설계 협업 시스템은 이미 다수의 건설 회사들이 활용 중이다.

시공 단계에서는 커튼월 시공로봇, 착용형 건설로봇, 인력대체 자동화 기술 등이 유망 기술로 꼽히며, 시공 후 단계에서는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 해체 및 재시공용 로봇, SOC 진단 로봇, 재해복구용 무인로봇 등이 발전하면서 산업 내 점차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 및 신규시장 창출이 가능한 ‘자동화’ 관련 비즈니스 모델로는 극지 개발로봇, 미래 선도형 건설로봇 자동화 시스템, 미래형 건설중장비 등이 각광받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 대한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ICT 기반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모델, 운영 프로세스, 자원 관리 등의 경영 방식을 혁신하는 변화를 의미한다.

③ 언제 어디에서나 - 건설산업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

‘디지털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라 기업들이 클라우드,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프로세스, 고객관리 방식, 조직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기존의 경영 방식과 가치사슬을 재정립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건설 산업은 타 산업 대비 변화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디지털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장에서 소프트웨어 활용을 통해 공정을 효율화하고 수많은 건설 관련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관련된 경영활동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 활동에 참여하는 주체는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 등이다.

이들은 회사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실행하고, 궁극적으로 산업 내 신규 사업 모델의 등장을 유도하며 혁신 생태계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리패브리케이션과 같은 건설의 제조업화, 데이터 기반의 제품 주문 제작, 건설 플랫폼 서비스와 같은 신규 사업 모델의 등장이 디지털 전환의 주요 산물일 것이다.

또한, 혁신 사이클 변화, 신기술과 조직 역량, 혁신을 위한 새로운 협업 패턴, 글로벌 경쟁자와 새로운 시장 진입자 출현 등의 혁신 생태계 변화가 수반되는 특징이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추진 동인으로는 신규 수요, 디지털 기술 발전, 플랫폼의 출현 등이 있으며, 장애 요인으로는 조직 차원의 기술과 역량 부족, 디지털 기술 습득 및 데이터 접근의 한계, 연구개발을 위한 펀드 부족 등이 꼽힌다.

선결과제로는 기업 내 디지털 전문 인력의 양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로드맵 수립과 편익 분석,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플랫폼 확립 등이 언급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구성원들의 전사적인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박 연구위원은 “기술혁신과 관련된 건설산업의 3대 트렌드는 혁신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하며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하기도 하고, 기존의 가치사슬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설계 단계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BIM을 적용하고,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모델링한 건설부재를 3D 프린팅하여 건설로봇이 조립하는 등의 기술 혁신은 이미 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 각지의 건설 현장에서 드론 기술을 활용한 건축물의 유지보수 활동을 안전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건설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체계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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