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월례조회에서 자신의 정치색이 담긴 부적절한 영상을 상영, 직원들에게 시청케 했다가 파문이 일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콜마 홈페이지 자료 합성]
지난달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월례조회에서 자신의 정치색이 담긴 부적절한 영상을 상영, 직원들에게 시청케 했다가 파문이 일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콜마 홈페이지 자료 합성]

[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미국 정치권에서 굳건한 양당체제를 이루고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경제정책을 보면 비슷한 점이 제법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양당이 다시 뚜렷하게 구분되는 느낌이지만, 가끔 특정 사안을 놓고 공화당 안(案)인지 민주당 안(案)인지 헛갈린다.

이는 오랜 시간 양당체제 하에 견제하고 협력하면서 좋든, 싫든 서로를 벤치마킹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하고 세금을 낮추며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선호하는 공화당에 가까워야 하지만, 일부 기업(주로 실리콘밸리 소재 첨단기업)은 공개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기도 한다.

그만큼 양당의 경제정책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유럽에서도 보수든, 진보든, 다당체제든, 양당체제든 상대 정책을 나름의 기준에 맞춰 채택하면서 집권하거나 집권을 연장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협력보다는 대결 양상이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경제정책 간극이 큰 편이다.

기업, 특히 대기업은 보다 친기업적이고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하는 보수 측을 선호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대기업 CEO는 거의 없다.

일부 대기업 CEO가 비밀리에 정권 실세를 (자의든, 타의든) 후원했다가 곤욕을 치렀기 때문에, 앞으로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CEO는 더욱 드물 것이다.

그러나 특정 이슈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가 자신의 기업에까지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아주 없지는 않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단순한 경제 이슈보다는 정치·사회 쟁점과 맞물린 이슈에 대한 의사표현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즉, CEO의 정치적 성향이 반대 측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온다.

경제 이슈에 대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을 앞세워 얼마든지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표시할 수 있다.

다만, 경제 이슈에도 이념적 색채를 띠면 논란이 된다.

과거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한 규제에 대해 “한국 경제는 겉으로 시장경제를 유지하면서도 안은 빨갛다. 공산주의에서도 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거나,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 주민투표에 대해 “빨갱이들이 벌이고 있는 포퓰리즘의 상징”이라며 직원들에게 무상급식 반대표를 던지라는 공지를 올린 사례 등이 있다.

최근에도 친일 내용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영상을 임직원에게 시청토록 한 기업도 큰 반발에 직면했다.

CEO가 극우나 극좌(이런 경우는 없다) 단체의 장을 겸임하는 경우, 해당 기업이 다른 부정 이슈에 노출되면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CEO도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힐 자유가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이념적 대립이 심한 곳에서는 뜻하지 않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정치색을 임직원에게 전하는 행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다.

한 조직 내에서 CEO의 경영철학조차도 공유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가치 다원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임직원이 CEO 면전에서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마음 속 깊이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임직원의 정서적 반감이 유무형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조직이지만, 동시에 임직원과 그 가족, 지역 경제, 나아가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을 지닌다.

정치색을 드러내고 싶다면 기업과 거리를 둬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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