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화·자동화·디지털화 앞세운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 주목하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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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가격은 더 낮게, 품질은 더 높게, 공사기간은 더 짧게’

글로벌 선두 건설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민이다. 

건설산업의 혁신 경쟁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유수 건설기업들은 건설역량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혁신을 외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연구, 개발, 상업화에 이르는 모든 혁신의 과정에서 타 기업, 연구소, 대학, 시민 등 회사 외부의 기술이나 지식, 아이디어를 활용함으로써 비용과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창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이명구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운영 효율상의 이점을 얻을 수 있으며,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또 "폐쇄형 혁신이 회사 내부의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투자하는 전통적인 방법이라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각자 가지고 있는 자원을 플랫폼에 상호 공유하여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방법론"이라고 덧붙였다.

폐쇄형 혁신은 주로 기존 주력 시장에 적합한 상품 및 기술 위주로 수행되어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의 경우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거나 이미 검증된 상품 및 기술을 내재화하는 방법론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성공률이 높으며 장기적 비용 감소 효과를 도모할 수도 있다.

이 연구원은 ‘모듈화 자동화 디지털화’를 앞세운 글로벌 선진 건설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를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삼정KPMG경제연구원이 제시한 세계 선두 건설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다.

◆ 빈치(VINCI)의 개방형 혁신 플랫폼, 레오나드(Leonard)

빈치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건설투자 개발업체로 약 100여개 국가에서 21만100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주력은 항만·교통 등 인프라와 구조물 건설이지만 원자력, 오일·가스, 디지털 서비스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건설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빈치는 스타트업 창업 플랫폼을 구축,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변화될 도시와 인프라의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R&D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다.

빈치는 지난 2017년 혁신 플랫폼 ‘레오나드’를 통해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거버넌스이자, 스타트업 네트워크허브로 활용하며 빈치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빈치 그룹은 파리 중심부에 ‘레오나드 파리(Leonard:Paris)’ 혁신 센터를 개소해 연구자, 스타트업, 빈치 임직원, 시민들이 모두 어울려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약 1700여평에 달하는 공동 작업 공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연구자들은 미래의 도시와 인프라의 변화와 대응방안에 대하여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구상·실행하고 있다.

이제 ‘레오나드 파리’는 명실상부한 파리의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로 자리잡았다.

해당 혁신 센터의 구성 조직은 혁신 플랫폼인 레오나드(Leonard),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시티 팩토리(City Factory), 사회문제와 전문가를 연결하는 빈치 재단 등이 있다.

레오나드를 통해 2018년 12월 기준 29개의 프로젝트와 33명의 직원 창업가들이 인큐베이팅 트랙으로 선정됐다.

이 중 8개의 프로젝트가 내부 타당성 검토를 통해 본격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례로 빈치 컨스트럭션(VINCI Construction) 출신 직원들은 레오나드의 가상현실 기술인 ‘리살리언스(Resallience)’를 활용, 누구나 디지털 모델링을 가능토록 하는 솔루션인 ‘리할립(Rehalib)’ 등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했다.

특히 리살리언스는 건설 설계 서비스뿐만 아니라,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기후 변화 및 적응에 관련된 경영 전략 및 리스크 컨설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측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외에도 레오나드를 통해 ‘사이클로프(Cyclope)’, ‘ 이베턴(E-Béton)’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이클로프는 인공지능 기반의 인프라 운영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이다.

이 업체는 도로에서 유입되는 대량의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실시간 차량 식별 기능을 갖추고 있어 도로 관리 분야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베턴은 건설 현장과 콘크리트 플랜트를 중개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로서 플랜트 관리를 최적화하고, 현장의 작업자들은 콘크리트 조달 작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즉, 실시간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바탕으로 일간 리포트를 작성하여 공기의 증가를 최소화하며, 비용 최적화를 통해 낭비되는 자원을 줄일 수 있다.

◆ 부이그 건설(Bouygues Construction)의 혁신 네트워크 구축 전략

부이그 건설은 프랑스의 대표적 종합건설기업으로 2018년 기준으로 123억 유로의 매출을 달성했다.

1952년 건설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빌딩, 항만, 교량, 운송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축적, 건설 시장의 강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고용인원만도 2018년 기준 약 5만7000여에 달한다.

부이그 건설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이다.

2016년, 혁신 전담 직원은 700명을 넘어섰으며, 약 57개 프로젝트 현장에서 혁신기술이 시험 적용되었다.

100여개 이상의 기술제휴, 공동개발 등 오픈 이노베이션 관련 파트너 십을 체결한 바 있으며, 3개 이상의 신규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혁신 역량을 내재화했다.

부이그 건설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새로운 경제 모델의 등장, 고객 기대의 증가, 신규 라이프 스타일의 등장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화 및 초 연결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 스타트업, 학계의 다양한 자원을 기업 핵심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이그 건설은 기존 시장에서 자사의 상품을 차별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신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술적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부이그 건설이 파트너사와 진행한 개방형 기술 혁신은 시공, 유지보수 등 건설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이그 건설은 2015년부터 회사 외부의 역량과 내부 임직원의 역량을 결합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라 미닛 스타트업(La Minute Startup)’을 4년째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건설산업 혁신에 관심이 있는 임직원을 스타트업과 매칭, 과제를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과제 사업화 가능성 등 종합 심사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까지 이행하는 대표적인 혁신 프로그램이다.

부이그 건설은 빅데이터, 로봇, 센서 등 건설 기업의 자체 역량 확보가 어려운 스마트 기술 분야에 대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방법으로 지분 투자, 기술 협업, 공동 개발 등을 활용하고 있다.

부이그 건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 열전도 에너지 및 감지 솔루션 업체인 ‘핫블락(HotBlock)’ 과의 기술 협업

부이그는 프랑스의 스타트업인 ‘핫블락’과의 기술협업을 통해 건물의 벽과 파사드의 내열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후 프랑스 남쪽 론강 근처 항만 공사에 공급받은 자재와 구조물의 에너지 퍼포먼스를 시험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하여 품질 향상을 이끌어냈다.

② 무인자율주행 로봇 개발 업체인 ‘에피던스(Effidence)’ 와의 공동개발

부이그는 프랑스의 무인자율주행 로봇 업체인 ‘에피던스’와의 협업을 통하여 현장의 작업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위험부담을 경감시키는 고하중 화물 운반 로봇을 공동 개발했다.

이 로봇은 파리 근교 불로뉴비양쿠르 지역의 벤치마크 건설 프로젝트에 시험 투입되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였고, 다른 프로젝트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③ 빅데이터 솔루션 개발 업체인 ‘새기(Saagie)’ 지분투자

‘부이그 에너지&서비스(Bouygues Energy & Service)’는 ‘새기’사의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장비 사고 예측 및 유지보수 솔루션을 신규사업화 하기 위해 지분을 투자했다.

해당 솔루션은 파리공항공단과 ‘새기’의 기술협업의 결과로 개발되었으며, R&D 프로세스에 대기업, 스타트업, 공기업이 모두 참여한 개방형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부이그는 지분투자를 통하여 생산성 개선 및 신규 사업 개발을 위한 잠재역량을 확보했다.

◆ 사이펨(Saipem)의 건설 혁신, 투트랙 전략으로 차별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사이펨은 석유 및 가스 산업의 세계적인 턴키 건설 회사이다.

사이펨은 특히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설계 조달 시공) 과 EPCI(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and Installation) 서비스 영역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주로 서아프리카,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동 등의 신흥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전 세계 120여 개 국가에서 3만4천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대형 건설회사이다.

2017년 기준 사이펨은 147명의 정규 직원을 연구개발 및 혁신 추진 직무에 배치했으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이종 산업의 기업과 공동으로 약 84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2017년 기준 전 세계 6개국가에 8개의 혁신 센터를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 17개의 기술 업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나가고 있다.

2017년 3월, 사이펨은 현장의 시공 생산성 혁신 및 신규 글로벌 비즈니스 발굴을 목표로 일본의 SI업체인 엔티티 데이터(NTT DATA)와 웨어러블 기기, 사물 인터넷, 사이버 보안, 가상·증강 현실 등의 기술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사이펨은 앞으로 NTT 데이터의 ICT 기술력을 활용하여 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2016년, ‘사이펨 이노베이션 팩토리(Saipem-Innovation Factory)’와 NTT 데이터는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셔츠 등 현장 시공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주는 혁신적인 웨어러블 장비를 도입하기 위하여 ‘디지털 현장(Digital Site)’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였고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사이펨의 개방형 혁신은 시공 단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7년, 사이펨은 화석 연료 탐사 및 생산 혁신 파트너로 지멘스(Siemens)를 선정하고, 차세대 해저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추후 개발될 ‘사이펨 해저 버스(Saipem Subsea Bus)’는 모듈·표준화된 사이펨 플랫폼 기술의 핵심 요소로서, 유전의 탐사 및 해저 건설 역량을 확보하여 향후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이펨의 오픈 이노베이션 수행 방향성은 단기적 접근과 장기적 접근의 ‘투 트랙(Two Track)’ 전략으로 진행된다.

단기적 접근은 프로젝트 기반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방향성을 의미하며 효율성 증대, 생산성 극대화, 시장 커버리지 확대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달성을 목표로 한다.

반면, 장기적 접근은 4차 산업혁명 등 메가 트렌드 기반 혁신 방향성으로 미래 건설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파카다(Pacadar)의 프리캐스트 공정 혁신

파카다(Pacadar)는 글로벌 다국적 회사인 ‘그루포 빌라 밀(Grupo Villar Mir)’의 모듈화 건설자재 자회사이다.

파카다는 대형 토목공사 현장 부근에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프리캐스트(Precast) 콘크리트 임시공장의 설치·분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의 문제 해결 방식을 채택했다.

일반적으로 건설 현장 부근의 콘크리트 제조 공장을 설치하는 데에는 과다한 공기가 소요되기 때문에, 5년 이하의 스케쥴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적합하지 않다.

파카다의 혁신 프로젝트의 목적은 보다 민첩한 조립과 분해가 가능한 유연한 형태의 임시공장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파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이스라엘, 호주 등에서 온 엔지니어, 기업, 프리랜서, 창업자들을 참여시켰다.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결과, 운송 컨테이너에 모듈형 프리캐스트 공장을 접목한 엔지니어링 스타트업의 솔루션이 채택되어 현장에 적용됐다.

한편 독일의 경우 생산성을 전제로 건설 혁신을 주도하는 7차원(Dimensions)을 제시해 주목된다.

▲Production Technology – 기술

▲Modularity - 방식

▲Performance - 성능

▲Techonology trancefer - 융합

▲Transformation - 변신

▲Overlay - 재활용

▲Customer co Creation - 고객 참여

독일의 건설산업은 이 7가지 유형의 개념을 현장에 적용시켜 생산성 극대화와 경쟁력 제고로 글로벌 건설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힘 쏟고 있다.

이처럼 선진 건설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ICT 산업 등 타 산업과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다.

또 타 산업 주요 기업과의 기술 협업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혁신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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