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과장·차장·부장 없애고 '매니저' '책임매니저로 통일...평가도 절대평가로

현대차그룹 사보 HMG저널에 소개된 현대다이모스 직원들이 캐주얼한 모습으로 퇴근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사보 HMG저널에 소개된 현대다이모스 직원들이 캐주얼한 모습으로 퇴근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일하는 방식과 복장, 직급체계 등 인사제도를 바꾸면 기업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부터 이에 대한 대대적인 실험에 나서 주목된다.

지난 8월 어느 날 현대기아차의 두뇌들이 모여 있다는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 정문 앞. 퇴근길에 나서는 직원들의 복장이 눈에 띈다. 청바지에 캐주얼 티셔츠,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흡사 대학 캠퍼스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을 보는 듯 하다.

이에 현대기아차 직원들은 지난 3월 자율복장을 실시한 이후 직장 내에서의 일하는 모습도 자율적으로 바뀌는 등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기아차는 이번엔 일 중심의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인사제도를 이달부터 도입했다.

자율성과 기회를 늘려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있다.

그가 사실상 그룹 경영 전반을 지휘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변화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과 유연한 기업 문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진=뉴스퀘스트DB]
[사진=뉴스퀘스트DB]

2일 현대기아차가 밝힌 직원들에 대한 인사제도 변화에 따르면 직급과 호칭, 평가, 승진 등의 방번을 모두 바뀌었다.

우선 직급체계는 일반직의 경우 6단계에서 역할에 따라 4단계로 단순화했다.

5급사원과 4급사원은 G1, 대리는 G2, 과장은 G3, 차장과 부장은 G4로 통합된다. 호칭은 G1∼G2는 매니저, G3∼G4는 책임매니저 2단계가 된다. 팀장, 파트장 등 보직자는 기존과 같다.

회사측은 업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하고, 수직적인 위계구조가 개선돼 의사결정 속도와 업무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직원 평가는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승진연차 제도는 아예 없앴다.

직원 육성 관점에서 성과관리와 상호협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 게 회사측 설명인데, 이에 상대평가체제에서 나타났던 불필요한 경쟁이나 평가등급 할당에 따른 왜곡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다.

또 상위 직급으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승진연차를 폐지해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G3로 승진한 직원이 바로 다음 해에 G4 승진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이전엔 사원과 대리는 승진연차 4년, 과장과 차장은 일정수준의 승진포인트가 필요했다.

이번 직원 인사제도 개편도 직원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현대기아차의 한 직원은 “절대평가로 인사제도가 바뀌면 그동안 알게 모르게 있었던 동기나 동료간 불필요한 경쟁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에 대한 자율성이 확대되고 협업 등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앞서 올해 4월 임원 인사제도도 개편했다.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까지의 임원 직급 체계를 상무로 통합해서 사장 이하 6단계 직급을 4단계로 줄이고 연말 정기 임원인사도 경영환경 및 사업전략 변화와 연계한 연중 수시인사 체계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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