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나누고 '모듈화', 스스로 해결 '자동화',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화'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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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건설산업은 시공 현장만 있는 굴뚝산업이 아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자료에 따르면 최근 건설산업의 '3대 메가 트랜드'는 모듈화, 자동화, 디지털화로 요약된다.

'모듈화'는 현장 시공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건축 모듈을 사전 제작, 조립하는 공법의 변화다.

‘자동화’는 하드웨어의 기계화, 체계화 및 소프트웨어의 ICT 기술 기반 정보화, 시스템화를 통칭한다.

‘디지털화’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프로세스 등의 변화를 의미한다.

박도희 삼정KPMG 책임연구원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건설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술들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인 건설산업은 전후방 가치사슬로 구분된다.

전방 가치사슬은 기획·타당성 검토, 프로젝트 관리, 개념·기본설계로 구성된다.

후방 가치사슬은 상세설계, 구매 조달, 시공, 그리고 감리, 유지보수 단계로 나뉜다.

그러나 가상·증강현실 기술,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3D 프린팅, 드론 기술, 클라우드 기반의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설 정보 모델링) 체계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디지털 기술들이 가치사슬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러한 변화는 기술 혁신을 통한 가치사슬의 통합을 야기하고 공기 단축, 비용 절감, 안전 및 환경지표 개선의 효과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건설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입찰가 산정 오류, 구매 프로세스의 비효율, 운영 사고 발생 시 근본 원인 파악 문제 등 생산성 관련 이슈 또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주요 구조물을 사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Pre-fabrication) 공법을 국내 최초로 아파트 건설에 적용한다. 프리패브 공법을 적용해 옥탑구조물을 시공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이 주요 구조물을 사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Pre-fabrication) 공법을 국내 최초로 아파트 건설에 적용한다. 프리패브 공법을 적용해 옥탑구조물을 시공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건설]

실례로 설계·엔지니어링 단계에서는 가상·증강현실, 드론 기술, 클라우드 기반의 BIM 체계 등이 핵심 기술로 활용되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건축물 주변의 지형과 생활 여건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설계를 최적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 건축물의 형태를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3D 스캐닝해 설계에 반영,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또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서 건축물의 형태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자재, 구조 및 최적의 장비 등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건축물의 규모, 주변 지형, 기후 등을 감지하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설계를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시스템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 단계에서도 혁신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기존의 시공 작업은 현장생산 패러다임 내에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시공 인력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다.

반면, 글로벌 선도 건설 회사들은 이미 여러 첨단 기술을 활용해 건축물의 모듈화, 표준화를 실현하고, 자동화 기술을 통해 공기와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드론을 활용한 현장 모니터링, 사물 인터넷 기반의 현장안전관리, 장비 자동화 및 로봇 시공, 3D 프린터를 활용한 금속 시공 등은 현장에 이미 도입되고 있는 기술이다.

시공의 핵심은 설계도면에 어긋나지 않도록 정확하고 신속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다.

디지털 기술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설계와 시공이 일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시시각각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조만간 개발 및 적용이 가능하다.

건축물의 운영·유지보수는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이상 징후 파악, 정비 시기 예측 등 데이터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단계이다.

기존의 정보 단절, 현장 방문, 주관적 진단 패러다임에서 정보의 순환, 원격제어, 과학적인 진단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단계에서 활용되는 기술로는 사물 인터넷 기술, 센서 기술, 클라우드 기술, 증강현실 기술 등이 있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센서 활용 예방적 유지관리, 드론을 활용한 시설물 모니터링, AI 기반 시설물 운영 등이 데이터 기술과 결합하여 운영·유지보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강민영 삼정KPMG 선임연구원은 “건설산업의 기술혁신은 기존 사업의 생산성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통해 건설 기업들의 사업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 산업을 혁신하고 있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드론, 3D 프린팅, 증강현실·가상현실 등의 스마트 기술은 플랫폼의 도입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로 재창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건설 사업자들이 보유한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신기술 도입 레퍼런스(Reference) 및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확보하고, 이를 신규 비즈니스화하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설 솔루션 사업을 통하여 업계의 기술혁신 표준을 제시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역할도 노려볼 수 있다고 한다.

강 연구원은 “건설 산업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도입하여 건설 자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집수리 등 관련 서비스까지도 온라인에서 거래하도록 하는 비즈니스는 이미 세계 각지에서 시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3D 프린터를 활용한 프리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으로 건설업의 제조화를 구현함으로써 적시적소에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신규 비즈니스가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드론 기술의 발전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에너지, 도로, 철도, 가스 등 인프라 건설 및 사후관리에 드론을 투입하여 빅데이터 기반의 온디맨드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솔루션 서비스를 현실화 할 전망이다.

또한 스마트홈 기술의 발전은 거주자의 사적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유출을 방지하는 보안 관련 비즈니스로 이어질 전망이다.

2019년 4월, 화재로 인해 붕괴된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 첨탑의 재건축을 위해 약 1억장의 실물 사진이 활용될 예정이라는 소식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시사한다.

기술 혁신에 기반한 신규 비즈니스 진출은 수익성의 한계를 맞고 있는 건설 회사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건설산업은 모듈화·자동화·디지털화를 통해 빠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 쪼개고 나누고 '모듈화(Modularization)'

건설산업의 ‘모듈화’는 자동화와 함께 건설업이 내재하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인 생산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동인이다.

건설산업에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조업의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 개념이 과거 도입되었다.

이 개념은 외벽과 내장재 시공까지 완료한 박스 형태의 구조물을 사전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기초공사와 접합·설비 등의 마감 공사만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듈와는 ‘프리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 개념을 거쳐, 기획·설계·조달·시공 등 모든 건설 단계에 걸쳐 모듈 생산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BIM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각 단계의 생산성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전통적으로 건설 프로젝트는 기획, 설계, 엔지니어링, 승인 및 확정, 현장 준비를 순차적으로 거쳐 시공 과정이 진행된다.

반면, 모듈러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승인 및 확정 단계까지는 전통적인 건설 방식과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현장 준비와 플랜트·팩토리의 모듈 제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사전 모듈 제작을 통해 현장 시공의 작업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어 공기와 비용 측면의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또한, 해체 시 구성품이 폐기물로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이 가능하여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연구원은 모듈러 건설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마이애미 밸리 병원(Miami Valley Hospital)’의 심장 및 정형외과 센터가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건축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건설 정보 모델링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시공 현장이 아닌 플랜트·팩토리에서 사전 제작할 수 있는 모듈의 한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에 더불어, 인공지능 기반의 도로교통정보 기술과 엣지 컴퓨팅1 기술이 발전하여 모듈의 신속한 현장 운송에 대한 물리적 제약 또한 해소해나가고 있다.

◇ 스스로 해결하는 '자동화(Automation)'

건설산업의 ‘자동화’는 일반적으로 로봇 도입을 포함한 시공의 기계화·체계화 등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ICT 기술을 활용한 모든 가치사슬의 정보화, 시스템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까지 통칭한다.

이러한 건설업의 ‘자동화’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건축물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작업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로 시공 현장의 고하중 화물 취급을 비롯한 위험작업 등을 수행하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건설 공사의 근로자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드웨어적인 접근법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건설 산업의 소프트파워가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면서 자동화는 시공뿐만 아니라 설계, 타당성 검토 등 전방 가치사슬을 아우르는 건설 프로젝트 전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자동화 기술 도입으로 공정 측면의 생산성 증대와 신규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설 회사들의 연구개발 집중 투자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건설업의 ‘자동화’ 관련 기술은 시공 전 단계, 시공 단계, 시공 후 단계, 신규 비즈니스 창출 단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공 전 단계에서는 지능형 타당성 검토 시스템, 자동 프로토타이핑 기술, 실시간 설계 협업 시스템 등의 기술이 각광받고 있으며, 실시간 설계 협업 시스템은 이미 다수의 건설 회사들이 활용 중이다.

시공 단계에서는 커튼월 시공로봇, 착용형 건설로봇, 인력대체 자동화 기술 등이 유망 기술로 꼽힌다.

시공 후 단계에서는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 해체 및 재시공용 로봇, SOC 진단 로봇, 재해복구용 무인로봇 등이 발전하면서 점차 보편화될 전망이다.

해외시장 및 신규시장 창출이 가능한 ‘자동화’ 관련 비즈니스 모델로는 극지 개발로봇, 미래 선도형 건설로봇 자동화 시스템, 미래형 건설중장비 등이 각광받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 대한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 언제 어디에서나 '디지털화(Digitalization)'

‘디지털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라 기업들이 클라우드,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프로세스, 고객관리 방식, 조직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기존의 경영 방식과 가치사슬을 재정립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건설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변화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디지털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화’는 현장에서 소프트웨어 활용을 통해 공정을 효율화하고 수많은 건설 관련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디지털화와 관련된 경영활동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이 활동에 참여하는 주체는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 등이다.

박 연구원은 “이들은 회사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실행하고, 궁극적으로 산업 내 신규 사업 모델의 등장을 유도하며 혁신 생태계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프리패브리케이션과 같은 건설의 제조업화, 데이터 기반의 제품 주문 제작, 건설 플랫폼 서비스와 같은 신규 사업 모델의 등장이 디지털 전환의 주요 산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혁신 사이클 변화, 신기술과 조직 역량, 혁신을 위한 새로운 협업 패턴, 글로벌 경쟁자와 새로운 시장 진입자 출현 등의 혁신 생태계 변화가 수반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추진 동인으로는 신규 수요, 디지털 기술 발전, 플랫폼의 출현 등이 있으며, 장애 요인으로는 조직 차원의 기술과 역량 부족, 디지털 기술 습득 및 데이터 접근의 한계, 연구개발을 위한 펀드 부족 등이 꼽힌다.

선결과제로는 기업 내 디지털 전문 인력의 양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로드맵 수립과 편익 분석,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플랫폼 확립 등이 언급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구성원들의 전사적인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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