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의 초가을.
천수만의 초가을.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수도권의 낚시꾼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배낚시는 우럭과 주꾸미를 대상으로 하는 낚시다.

우럭의 경우는 연중 내내 가능하고, 연안부터 먼 거리의 침선까지 다양한 패턴으로 낚시가 이루어진다.

주꾸미는 가을철만 하는 낚시로 2018년부터 5월11일부터 8월 31일까지가 금어기로 설정되어 있다.

이 기간 동안 주꾸미를 포획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사실상 예년에도 주꾸미 낚시는 8월 20일 경부터 시작했으므로, 낚시꾼 입장에서는 한 열흘 정도 시즌이 늦춰진 것일 뿐이다.

갑오징어를 잡고
갑오징어를 잡고

주꾸미 낚시철이 되면, 인천 남항, 오천항, 대천항, 홍원항, 무창포항, 비응항 등 서해 전북 이북의 거의 모든 항구에서 주꾸미 낚싯배가 출항한다.

특히 오천항이나 비응항에서 출항하는 배는 거의 수백 척에 달해, 연도 앞바다나 원산도 부근을 배로 뒤덮는다. 인기가 있는 낚싯배는 주말과 조금 물때가 겹칠 경우 서너 달 전에 예약이 꽉 찬다.

9월, 10월, 11월 이 세달 동안 주꾸미낚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것이다. 주말에 주꾸미 낚시 좀 데려가 다오, 라고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가 없을 정도로 배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다. 주꾸미 낚시가 인기 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주꾸미 낚시는 초보자도 한 두 시간만 요령을 익히면 어느 정도 조과를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비교적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항구 가까운 연안에서 낚시가 이루어지므로, 기타 원거리권 항해의 피곤함이 없다.

생미끼가 아닌 애기나 애자와 같은 루어를 사용하기에 생미끼를 다루는 부담이 없다. 또한 주꾸미는 간단한 요리 과정을 통해 대부분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변신하는 것도 인기 요인 중의 하나다.

9월 3일 오천항으로 첫 주꾸미 출조를 했다. 주꾸미 낚시의 대가인 송인호 선장은 출항하면서 포인트에 도달하기 전 꾼들에게 주꾸미 낚시에 대한 요령을 설명한다. 주꾸미 낚시를 오래 다녔지만, 송선장 만큼 이론과 실기에 강한 선장은 잘 보지 못했다.

프로 낚시꾼 출신이라 역시 주꾸미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한 것이다. 송선장의 말을 요약하면 애기 바늘이 예리해야 한다와 챔질을 잘하라는 거다.

주꾸미는 몸통에 올라타거나, 다리를 감기에 그것을 감지하고, 재빨리 챔질을 하라는 것이다. 슬쩍 들어주는 챔질이 아니라, 입질이 느껴지면 감성돔 낚시처럼 센 챔질을 해야 주꾸미에 바늘이 박혀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론은 쉽지만 주구미가 올라타는 감을 잘 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숙련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초보자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조과는 보장되는 것이 주꾸미 낚시이기도 하다.

가을장마라고도 하는 정체 전선의 영향으로 간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20여분도 되지 않아 포인트에 도착했다.

주황색 애기를 10호 봉돌과 함께 달고 낚시를 시작한다. 곧 주꾸미가 애기를 올라타는 것이 느껴진다. 챔질을 하고 감으니 귀여운 주꾸미가 올라온다. 2019년의 첫 주꾸미다. 여기저기서 간간히 주꾸미가 올라온다.

주꾸미 낚시는 거의 온 종일 입질을 받고, 잡아내는 재미로 하는 낚시다. 시즌 초반에는 좀 실력이 되면 200여 마리는 보통 잡는다. 하지만 모든 낚시가 그렇듯이 주꾸미 낚시도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어느 분야나 고수가 있듯이 남들보다 월등히 더 많이 잡는 꾼들이 있다.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자신이 왜 옆 사람보다 잘 잡히지 않는지, 어떤 꾼들은 왜 계속 잡아내는지 열심히 관찰하지 않는다.

그래도 상관없다. 재미로 하는 낚시니까 조금 잡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주꾸미 낚시도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배 후미에서 낚시를 하면서 송선장이 낚시하는 모습을 힐끔거린다. 일종의 커닝인데, 이런 커닝이 낚시 실력을 향상시킨다.

선상에서 먹는 갑오징어 회.
선상에서 먹는 갑오징어 회.

줄이 흐르면 배를 잡고, 여러 일을 하면서도 송선장은 연신 주꾸미를 올린다. 내가 두 마리를 잡을 때 세 마리는 잡는 것 같다. 주꾸미가 올라타는 감을 더 잘 파악하기에 그럴 것이다.

감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감도가 좋은 낚싯대, 1호줄 정도의 낚싯줄, 무게가 덜나가는 봉돌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봉돌 무게가 너무 가벼우면 채비가 늦게 내려가고, 봉돌이 바닥에 닿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으므로 자신이 바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무게를 선택하는 것이 요령일 것이다.

슬그머니 송선장에게 가서 송선장의 채비를 살핀다. 채비가 없이 원줄에 도래 하나를 달고 도래에 봉돌과 애기를 직결했다.

보통은 이단 채비나 삼단 채비에 애기를 다는 데 비해 송선장은 원줄에 도래을 묶고 그 도래에 바로 봉돌과 애기를 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감이 좋을 수밖에 없다. 봉돌도 7호 정도로 보인다. 역시 고수의 채비다.

송선장을 흉내 내어 직결하여 7호 봉돌을 달고 낚시를 해본다. 역시 조과가 더 좋았다. 하지만 7호가 너무 가벼워 물이 좀 흐르면 바닥 확인이 상당히 어렵다. 10호로 바꾸어 다니 문제가 해결되었다. 송선장보다는 좀 못하지만, 거의 비슷하게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갑오징어도 간간히 올라왔다.

이날 잡은 총 조과.
이날 잡은 총 조과.

오전 10시쯤 송선장은 자신이 잡은 주꾸미를 쪄 와서 배 위에서 선상 주꾸미 파티가 벌어진다. 시즌 초반의 주꾸미가 사실은 더 야들야들 맛있다.

그래서 꾼들 사이에서는, 이맘때의 주꾸미는 처가에도 안준다, 라는 말을 한다. 갑오징어도 두어 마리 회를 쳐 먹는다. 이 맛에 주꾸미 낚시를 한다. 주꾸미 낚시는 먹기 위해 하는 낚시인 것이다.

갑오징어와 주꾸미 통찜.
갑오징어와 주꾸미 통찜.

이날 온 종일 입질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이 지나서는 피크타임이 왔다. 끝날물과 초들물 때로 보이는데, 집어넣자마자 연신 입질이 이어졌다.

수많은 배들이 보령화력발전소 앞 바다에 모여 주꾸미 낚시에 열심이다. 초들물이 지나자 입질이 뜸해졌고, 이미 잡을 만큼 충분히 잡았다. 이날 잡은 총 조과는 갑오징어 15마리를 포함 약 5kg 정도였다.

갑오징어는 통찜으로 주꾸미는 데쳐서, 구이로, 볶음으로 여러 사람이 먹을 것이다. 주꾸미 낚시는 보통 11월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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