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사회주택 아파트 단지.
베트남의 사회주택 아파트 단지.

[뉴스퀘스트=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다낭에 온지 한 달이 채 안된 지난 3월말, 사무실 사람들과 다낭시의 농촌지역인 화방구(Hoa Vang district)로 출장 가던 중이었다.

모든 것이 궁금하였던 당시, 나의 눈에 약간 허름하게 보이는 아파트 건물 한 채가 들어왔다. “혹시 저 아파트는 뭔가요?”, “사회주택(Social Housing)입니다.”

사회주의 국가라서 주택에 ‘소셜’이란 말을 쓴 것인가? 잠시 의아해 하면서 “그게 무슨 뜻인가요?”하고 물었다. 사회주택이란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었다. 동료는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지원한 저렴한 주택을 사회주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사회주택에 대한 관심이 많다. 예컨대 「서울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조례」를 보면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관련 사회경제적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제2조제1항)을 사회주택이라 한다.

베트남에서 사회주택은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주택이다. 정책대상인 사회주택을 이용할 수 있는 가구에게 일반 주택보다 더 싸게 아파트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주택 정책의 목적이다.

저층의 사회주택 아파트 단지.
저층의 사회주택 아파트 단지.

도시 저소득층 확대와 심화하는 주거 경합

베트남은 짧은 기간 내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도시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 행렬이 가파르다.

농촌 청년의 도시 이주는 물론,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도시에 잔류한다. 기존 주민과의 주거 경합이 심화하는 것이다. 도시 내 저소득층 절대수가 늘어나면서 주거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20년까지 저가형 사회주택 건설 목표치를 세우고 정책을 추진해왔다. 최근의 사회주택 건설 실적을 보면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 6월초에 나온 자료를 보면 정부가 계획한 사회주택 총면적은 4800만㎡이었다. 목표연도(2020년)가 1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사회주택 공급량은 1,250만㎡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목표치의 26%밖에 달성하는 못했다. 정책목표를 확정하고, 사업을 추진해온 정부로서는 체면이 많이 깎인 셈이다.

이농이 줄을 잇고, 도시가 팽창하는 상황에서 도시 서민층에 대한 주거 안전성 제고는 시급한 과제이다. 주택의 절대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청년세대의 주거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주거안정, 주거권 보장은 지속가능한 주거의 관건이다. 주거가 안정되어야 지역사회 발전도 가능하다. 도시지역의 부족한 서민주거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회주택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목표치의 13%에 불과한 사회주택 예산

2018~2020년, 3년간 베트남 정부는 대대적인 사회주택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하지만 몇 가지 정책 실패가 있었다. 정부가 사회주택 건설재원을 적극적으로 배정하지 않았다. 사회주택 건설 컨트롤 타워격인 베트남사회정책은행(VBSP)에 배분한 정부 재원은 목표액의 13%에 불과했다.

더구나 VBSP는 사회주택 건설사업자 유치를 위한 신용 우대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회주택 건설사업자의 낮은 사업수익률을 상쇄할만한 금융 메리트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가 배정한 예산마저도 VBSP는 제대로 지출하지 않았다.

계획은 야심찼으나 실탄이 부족했고, 있는 재원도 적극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 계획은 장밋빛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 전역에 추진된 사회주택 사업 중 약 230개소의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고층의 민간 아파트.
고층의 민간 아파트.

치솟는 부동산, 위협 받는 주거권

베트남의 주택 가격은 엄청 높다. 부동산 활황세로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베트남에는 ‘돈 벌려면 부동산에 뛰어들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 중개업에 참여하는 중개인의 수가 30만 명에 이른다. 베트남중개인협회(VARS)에 따르면 이중에서 중개인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10%, 3만 명에 불과하다. 무자격 중개인의 부동산 거래 참여로 불법, 위법한 거래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시지역 주택가격은 이미 청년부부, 서민층이 구입 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다. 결혼은 앞둔 청년들은 주택 구입을 희망하지만 돈이 부족하다.

베트남 친구 A는 직장 생활 5년, 월급은 75만원으로 동년배 현지인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저축한 돈으로 주택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웬만한 베트남의 도시에서 건평 12평형 2층 주택(지가 포함)을 사려면 1억 원이 든다. 부모 도움 없이 이런 주택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년부부, 서민층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사회주택에 입주하거나, 방 하나 있는 5~6평형 민간주택에 월세로 입주하는 것이다.

주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의 주거공간을 국가는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주거권’이다. 주거권이 위협받고, 소득 대비 과잉 주거비용을 지출하는 가구가 많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참담하게도 0%대, 0.98을 기록했다. 전시가 아닌 평화 시에 이렇게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 것은 지구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130조원의 천문학적 재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출산율이 증가하기는커녕 급속한 하락세만 거듭되고 있다.

청년이 결혼하고, 결혼한 청년들이 자녀를 갖도록 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혼을 앞둔 청년, 결혼하기를 원하는 청년층의 제1의 희망사항인 ‘청년주거지원정책’을 결혼장려, 출산장려 핵심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베트남도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저결혼・저출산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청년주거, 서민 주거권을 확보하는데 정책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베트남의 사회주택 건립 사업자는 민간주택과 비교하면 토지사용비의 약 30~50%를 공제받는다. 사회주택의 낮은 수익률을 보완하고 더 많은 사업자가 더 쉽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이다.

저소득층 주택, 서민주거라는 점에서 초기 사회주택은 도심에서 먼 거리에서 많이 건립되었다. 최근에는 서민의 생활편의 확대를 위해 도심지에도 사회주택이 건립되고 있다.

청년과 서민 주거의 안전성을 증진하기 위해, 그리고 도시지역 인구증가 추이와 연계하여 사회주택 건설을 탄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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