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리바바 그룹 페이스북]
10일 공식 퇴임하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 [사진=알리바바 그룹 페이스북]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알리바바 창업주이자 중국 IT업계의 신화를 쓴 마윈(馬雲·55)이 10일 회장자리에서 물러난다.

이날은 마윈이 알리바바 창업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마윈은 알리바바에서 손을 떼고 교육을 중심의 자선 사업 분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알리바바는 중국 IT업계의 대표주자로 15억 중국인의 생활에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 영향력의 기업이다.

마윈이 20년 전 항저우(杭州)의 한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함께 자본금 50만 위안(약 8천300만원)으로 시작한 알리바바의 현 시가총액은 4600억 달러(한화 549조원)에 달한다.

'중국판 포브스' 후룬(胡潤)에 따르면 마 회장과 가족들의 재산은 390억 달러(약 47조원)로 중국 최고 부자다.

항저우 사범대 졸업 후 대학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던 마윈은 IT분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중국에 막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에 주목했다.

중국의 중소기업들이 해외 고객들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온라인 거래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사업 초기 B2B 거래에 주력했지만 이후 중국의 인터넷 보급의 확산을 계기로 2003년 알리바바는 B2C 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淘寶)로 사업 중심을 옮겨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당시 이베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지만 알리바바는 입점 상인들로부터 거래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 운영으로 이베이를 추격했다.

[사진=알리바바그룹 페이스북]
[사진=알리바바 그룹 페이스북]

‘이베이가 대양의 상어일지 몰라도 나는 장강의 악어’다.

마윈의 이같은 공격적 경영 때문에 이베이는 중국에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알리바바는 전자 상거래에 만족하지 않고 2004년 전자결제 플랫폼인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를 선보이면서 중국에서 일찌감치 '결제 혁명'을 선도했다.

즈푸바오는 타오바오와 폭발적 시너지를 내면서 중국 전자 결제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이후 마윈은 2014년 미국 시장에서의 상장에 성공하면서 또 한번의 도약을 약속했다.

알리바바는 미국 시장 상장으로 아마존, 구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수의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20년 전 마 회장을 포함해 18명으로 시작한 알리바바의 임직원은 지난 3월 말 현재 10만1000여명에 달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알리바바는 지속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2018년 기준 알리바바의 매출액은 3453억 위안(57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알리바바는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 외에도 허마셴성을 앞세운 신유통, 금융, 클라우드, AI 반도체 제작, 영화 제작 등 콘텐츠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중국 IT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마윈의 성공 비결은 통찰력과 용병술, 끈기와 인내심으로 요약된다.

마윈은 인터넷 세상의 도래를 미리 예측하는 통찰력으로 시대를 앞서갔다.

그리고 ‘나는 똑똑한 사람을 이끄는 바보’라고 할 만큼 인재를 중시하는 용병술과 리더십을 실천했다.

[사진=알리바바 그룹 페이스북]
[사진=알리바바 그룹 페이스북]

실제 마윈은 현 최고 경영자인(CEO) 장융(張勇)을 공동 창업자 그룹이 아닌 외부에서 발탁, 자신의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

장융은 회계 전문가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상하이 사무소와 중국 게임회사에서 재무 책임자로 일하다가 마윈에 의해 2015년 CEO로 영입됐다.

장융은 이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버금가는 쇼핑 축제로 성장한 11월 11일 '독신자의 날' 이벤트를 만들어 궤도에 올려놓았다.

또 타오바오가 가짜 상품으로 골머리를 앓자 가격이 좀 더 비싸도 진품 인증을 받은 고급 상품만 다루는 별도의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인 티몰(天猫)을 론칭해 성공시킨 것도 장융이다.

한편 현재 6%대의 알리바바 지분을 보유한 마윈은 2020년 주주총회 때까지 알리바바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아 있으면서 중요 의사 결정에는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이 이미 수년 전부터 장융에게 주요 경영을 책임지게 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장직 사퇴가 알리바바의 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