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분의1 넘는 5400억원 투자, 차세대 기술로 시장 선점

[사진=SK실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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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원판) 제조사인 SK실트론이 미국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통째로 인수해 미국·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용 소재' 시장에 뛰어든다.

SK실트론은 10일 이사회에서 듀폰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부를 기계장치와 특허권등을 포함 4억5000만달러(약 5366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인수 금액 4억5000만달러는 SK실트론의 매출 1조3000억원의 3분의1이 넘는 금액으로 SK실트론은 현금 및 외부차입을 통해 일시불 현금으로 지불하기로 했다.

이번에 인수한 듀폰의 사업 부문은 차세대 웨이퍼 기술을 확보한 곳으로 세계 반도체 웨이퍼 시장의 일본 기업 독점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웨이퍼는 직경 300㎜의 원형판 모양인 재료로, 이 위에 회로를 그리고 잘라내 손톱만 한 반도체를 만든다.

SK실트론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수출 규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소재 기술 자립 차원에서의 통 큰 결정”이라며 “해외 각국의 인수 승인을 거치고 연내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SK실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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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웨이퍼 시장은 일본 신에쓰와 섬코가 55% 안팎으로 과반 넘게 점유하고 있고 그 뒤를 10%대 점유율인 SK실트론·실트로닉(독일)·글로벌웨이퍼스(대만) 3사가 쫓고 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할 때 독점인 웨이퍼를 악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K실트론은 "실리콘 웨이퍼로는 일본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보고 차세대 기술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iC 웨이퍼는 고경도, 내전압·내열 특성으로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용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SiC 웨이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듀폰을 비롯 소수 업체만이 양산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듀폰이 보유한 ‘SiC 웨이퍼’ 기술은 기존 실리콘에 탄소를 혼합한 새로운 형태로 전력 반도체용 웨이퍼로 불리며, 고전압·고열에서도 견디는 게 특징으로 전기자동차와 같이 전력이 직접 오가는 기기에 최적화된 기술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욜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SiC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전기차, 통신용 전력반도체의 전 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서 2025년 52억달러(약 6조원)로 4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하나금융투자의 김경민 연구원은 “5G시대를 맞아 전방 산업 수요의 폭발적 성장을 앞두고 화합물 웨이퍼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화합물 웨이퍼가 적용되는 분야 중에서, 5G 시대에 수요가 늘어나는 반도체는 파워반도체, 증폭기,RF칩 등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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