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앱티브와 4조8000억원 규모 합작법인 설립...세계 자동차업계 지각변동 주도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수소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수소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조4000억원을 출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업체 앱티브(APTIV)사와 공동으로 미국에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23일(현지시간) 각각 2조4000억씩을 투자해 4조80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은) 그렇게 해야 다른 자동차회사에 공급이 가능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기술을 쫓는 ‘추격자’ 입장에서 ‘개척자’로 역할을 바꿔 자율주행 분야의 최고 업체로 도약 할 것이라는 포부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앱티브 케빈 클락 CEO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2020년 자율주행 플랫폼 완성...2024년 양산”

정 부회장은 레벨 4~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해 "2022년 말쯤 (자율주행 플랫폼을)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이라며 "이는 성능 뿐 아니라 원가의 측면에서도 만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이 이 조인트벤처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도록 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앱티브사와 함께 하는 이유에 대해 정 부회장은 "단지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 뿐 만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앱티브사는 안전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는 앱티브사와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좋은 기술을 이용하더라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자동차 회사로서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차량에 현대차그룹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수소전기차를 접목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는 "향후 자율주행차가 레벨 4~5 수준으로 가면 전력 소모가 클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배터리 전기차로는 한계가 있다"며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에도 적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는 서로 맞물려 개발될 것"이라며 "수소전기차는 자율주행차의 좋은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자율주행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 대해 "고속도로 환경에서는 자율주행 시대가 빨리 올 것이고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자율주행이라면 보수적으로 봐서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라며 "지역별로 보자면 인도와 같은 시장은 조금 느릴 것이고,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와 같은 곳은 빠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간쯤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새로운 길' 간다

현대차그룹이 협업이나 일부 지분 투자가 아닌 거액을 들여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 특히 소프트웨어를 단순 공급받을 경우 자율주행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앱티브와 함께 최상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인지와 판단, 제어 등 크게 3개 부문인데, 이런 세 가지 과정이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각종 하드웨어와 연계해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복잡성과 고난이도를 고려하면 다양한 정보와 부품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경쟁력을 판가름한다고 보고 있다.

구글 등 ICT 기업들이 자율주행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도 이들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앱티브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두권 업체이면서도 현재까지 글로벌 합종연횡에 나서지 안았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최상의 파트너를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앱티브 역시 자동차 개발, 제조 역량과 세계 5위의 생산능력 등을 갖춘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됐다.

[자료=현대자동차그룹]
[자료=현대자동차그룹]

양측이 설립하는 합작법인은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와 적극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을 마련해 '개방형 협력 구조'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 협력은 주로 자동차 업체가 ICT 기업을 완전히 인수하거나 또는 소수 지분을 확보하는 형태를 보였지만,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50대 50의 공동 운영체계를 갖춰 차별화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신설법인과의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신설 합작법인은 설립 인허가,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미국 보스턴에 설립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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