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응백 문화에디터.
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9월 19일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자신이 발언한 내용이 한 언론에 공개되면서 류석춘교수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그의 발언 중 문제가 된 것은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말과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는 발언이다. 류교수는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대답을 했다.

"지금 있는 매춘부랑 예전의 위안부를 지금 동급으로 본다는 말씀이신가요?"(기자)

"비슷한 거예요. 그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서 매춘에 들어간 거예요. 현재 매춘을 하고 있는 여자들이 많잖아요."(류석춘)

연세대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수업을 거부하는 등의 반발이 뒤따랐고, 연일 여러 언론에서 이를 크게 보도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연세대 학생과 총학생회, 연세대 출신 정치인들도 류석춘 교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연세대는 23일 류 교수의 전공수업을 정지시키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류 교수는 23일 언론사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그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이영훈 교수 등이 출판한 '반일 종족주의' 내용을 학생들이 알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뿐"이라고 항변한다.

또한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는 발언의 경위에 대해서는 매춘이 식민지 시대는 물론 오늘날 한국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한다면서 "매춘에 여성이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가난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이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에, 수강생들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궁금하면 (학생이 조사를) 한 번 해 볼래요?"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발언은 학생에게 매춘을 권유하는 발언이 절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류 교수 파문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정리하면 사실관계는 이렇게 된다.

(1)류 교수가 강의 시간에 '심도 있게 공부해서 역사적 사실관계를 분명히 파악하자'는 의도에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다루었다.

(2)이 책을 다루면서 류 교수는 매춘이 식민지 시대는 물론 오늘날 한국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매춘에 여성이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가난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루어진다"라고 했다.

(3)학생이 이 설명에 반발하면서 질문을 하자 "궁금하면 한 번 해 볼래요?"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분개한 것은 류 교수의 (3)에 대한 발언 때문이다. 학생이나 언론은 "궁금하면 한 번 해 볼래요?"를 '궁금하면 질문하는 여학생이 직접 매춘을 해볼래요?'라고 받아들인 뉘앙스를 풍긴다. 이게 어디 교수가 할 말인가?

하지만 류 교수는 입장문에서 ( )속에 넣었듯이 그게 진의가 아니고, 내 말이 틀렸거나 의심스럽다면 "궁금하면 학생이 직접 조사(매춘이 아니라)를 한 번 해볼래요?"라고 했다는 거다.

아마도 류 교수가 평생을 재직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매춘을 해보라고 권유하지는 않았을 거다. 류 교수가 입장문에서 밝힌 대로 이 발언은직접 조사를 해보라고 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렇게 되면 류 교수는 학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이 강의를 진행한 게 되는가? 유행하는 책을 심도있게 공부하고자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교재로 선택했고, 자신이 '실증적으로' 공부한 대로 위안부의 '매춘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고, 궁금하면 학문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직접 조사해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잘못인가?

하지만 내가 보기에 류 교수는 세 가지 모두에서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

첫째, 교재 선택의 문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수업 교재로 다룰만한 책인가?

이 책은 실증주의라는 포장을 치기는 했지만, 학문이라고 보기 어려운 저급한 책이다. 상당수 글은 개인적인 억하심정과 진영 논리에 의한 반발심과 억지 주장이 가득한 책자에 불과하다.

이런 책을 토론 주제로 삼은 류 교수의 저의는 무엇인가? 학생이 반발하고 녹음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교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 불신에는 류 교수의 그 동안의 정치적 행위나 처신 등이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 과정에서도 류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 위해 이 책을 토론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닌가? 그게 첫째 잘못이다.

둘째, 매춘이 자의반타의반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말은 매춘 동기에 대한 일반화이다. 이 일반화를 설명한 이유는 논리적으로 보면 일제 강점기의 매춘, 나아가 종군위안부에 대한 성 착취를 자의반타의반인 매춘으로 범주화시키기 위해서이다. 더 나아가 이런 논리는 종군 위안부는 자의가 반이었다라는 것으로 귀착된다.

종군위안부의 반은, 혹은 종군위안부가 된 동기의 반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는 논리로 귀착된다는 말이다. 이게 한국의 명문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명문 일리노이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모교에서 교수가 된 자의 생각인가? 그게 둘째 잘못이다.

셋째, 류 교수의 주장대로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 발언의 진의를 믿는다고 해도, 강의 도중의 말이 의심스러우면 '조사 한 번 해봐라' 하는 게 학부 수업 교수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

정년을 1년 앞 둔 내(류 교수)가 그 동안 조사해서 축적한 자료가 얼마나 많은데. 나(류 교수)는 이렇게 많은 조사를 했고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네(학생)가 무얼 알아? 내가 말한 대로 받아들여, 니(학생)가 조사하면 얼마나 하겠어?

이런 발언은 교수가 논리적으로 궁색할 때, 권위를 빌리고 그 동안의 성과에 기대는 치졸한 방법이다. 대학원 박사과정 정도에서는 "그래 의심스러우면 자네가 한 번 연구해 보게"라는 정도의 발언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학부 학생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미 교수가 몰락했다는 뜻이다.

그가 반박문에서 "저는 오랜 동안 연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강의실에서는 물론이고 강의실 밖에서도 학생들과 어울려 자유로운 토론과 소통을 통해 젊은 세대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항상 노력했다"고 하지만, 그 말은 그 자신 스스로의 생각일 뿐이다. 그는 권위주의에 가득 차 학생들의 논리적 반발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이다.

교수가 보기에 학생은 미숙하다.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지도 못한다. 그러기에 교수는 오히려 학생들의 미숙한 질문을 잘 해석해서 답변해야 한다. 적어도 명문 연세대의 교수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사회의 온갖 현상을 설명해내야 하는 사회학과 교수라면 더욱 그렇다. 바로 이것이 그의 세 번째 잘못이다.

연세대 교정에 시비가 세워져 있는, 연세대의 전신 연희전문을 졸업한 시인 윤동주를 생각한다. 영원한 청년 윤동주...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의 나이로 죽어간 윤동주를. 그 싸늘한 감방에서 별도 헤아리지 못하고 죽어간 윤동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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