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지명의 수용 

연평도 임경업 장군 사당.
연평도 임경업 장군 사당.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황해도 민요에 「연평도난봉가」란 노래가 있다.

「난봉가」는 대표적인 황해도 민요로 여러 종류가 있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보통 「난봉가」라 하면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아우러는 말이다. 

「긴난봉가」 뒤에 따라오는 소리가 「자진난봉가」이다. 「긴난봉가」에 잇대어 빠른 굿거리장단으로 부르며 보다 많은 사설을 노래한다.

황해도지방에서는 대소연(大小宴)을 막론하고 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고 한다. 유절형식(有節形式)으로 이루어졌으며 대개 두 장단이 한 구를 이룬다.

가사는 대개 사랑에 관한 것이 많으며 풍광을 읊거나 인생무상을 노래한 것도 있다. 「자진난봉가」에 이어 「사설난봉가」를 부른다. 

「타령난봉가」는 「병신난봉가」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병신’은 장애자를 낮추어 부르는 뜻이 있으므로, 즉 어감이 좋지 않으므로 「타령난봉가」로 부르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과거에는 「별조난봉가」라는 말도 사용하였지만 어울리지 않는다. 「긴난봉가」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며, 일종의 사랑가이며 굿거리장단으로 흥겹게 부른다. 

「사설난봉가」는 비교적 빠른 장단에 사설을 엮어가며 부르는 노래로 가사의 해학성이 뛰어나다. 노랫말을 두 번씩 반복하여 부른다.

첫 번째 사설은 비교적 리드미컬하나, 두 번째 반복되는 사설은 빠른 속도로 엮어나간다. 말을 몰아서 엮어나가는 가락과 장단이 무척 흥겹다. 노랫말 역시 오래된 것과 새롭게 창작된 것이 뒤섞여 있다. 

「연평도 난봉가」는 황해도 지방의 아낙들이 부르는 토속 민요로 고기를 잡으러 간 남편을 기다리기나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소리다. 물바가지를 엎어 놓고 장단을 맞추었다고 한다. 매우 흥겹게 부른다. 「나나니타령」이라고도 한다. 「연평도 난봉가」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나나나나 산이로구나 아니 놀고 뭘 할소냐]

소연평산은 칡산이요 연평산은 춤산이로다

긴작시 강변에 아가씨나무 바람만 불어도 다 쓰러진다네

낟가리봉에 엿 사다 붙인거 슬슬 동풍에 다 녹아 나리네

살림살이를 하려니 바가지 한 쌍이 없고 도망질을 하려니 가자는 님이 없네

우리집 새서방 재간이 좋아서 게딱지 타고서 낚시질 간다네

날 다려 가렴아 날 다려 가렴아 한양의 낭군아 날 다려 가렴아

소연평 꼭대기 실안개만 돌고 이내 맘 속엔 정든 님만 돈다

이 노랫말 중에 해석이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긴작시 강변에 아가씨나무 바람만 불어도 다 쓰러진다네”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긴작시’는 무슨 뜻일까?  

대답은 연평도 지명 속에 있다. 연평도 북쪽 해안에는 ‘긴작시’라는 지명이 있다. 긴모래톱(長砂地)이라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그렇다면 ‘아가씨나무’는 무슨 뜻일까. 아까시나무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까시나무는 1900년대 초에 북아메리카에서 수입된 수종(樹種)이다. 「연평도난봉가」는 1900년대 이전에 불렸던 노래이므로 ‘아가씨나무’가 아까시나무를 말하는 것일 수는 없다. 

그런데 연평도에서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조선조 인조(仁祖) 때 임경업(林慶業) 장군이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가 있는 세자를 구출하기 위해 배를 타고 연평 바다를 지나던 중 식수와 부식을 구하기 위해 연평도에 기항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때 임경업 장군은 군사와 주민을 시켜 가시나무를 무수히 꺾어다가 지금의 당섬(堂島) 남쪽 ‘안목’에 꽂아놓고 간조 때 이름 모를 물고기를 무수히 포획하였다고 한다. 이 고기가 조기이며 이때부터 조기잡이가 시작되었고, 지금도 연평도에서는 임경업 장군을 기리는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이 전설로 유추해보면 ‘아가씨나무’는 ‘가시나무’가 변해서 된 말임을 알 수 있다.

즉 이 노래는 “긴작시 해안에 아, 가시나무, 바람만 불어도 다 쓰러진다네”로 해석되는 것이며 나쁜 날씨를 우려하거나, 어떤 일이 잘 안될 것을 염려하는 마음을 담은 속뜻을 가진 노랫말인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