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마친 이원기씨 해외공장 '슈퍼바이저'로 보람찬 '인생 2막'
30여년 근무 노하우 활용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해결사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중인 이원기씨. [사진=포스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중인 이원기씨. [사진=포스코]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이른바 '100세 시대'를 맞아 일반 회사에서 정년 60세를 마치고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에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무엇인가 보람된 일을 해보고자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포스코에서 30여년 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 후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그 동안 회사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며 '글로벌 스승님'으로 거듭난 이원기씨의 스토리를 포스코 뉴스룸이 26일 전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약 100㎞ 떨어진 작은 도시 찔레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에 포스코가 2010년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으로 세운 크라카타우포스코(PT.KRAKATAU POSCO) 일관제철소가 위치해 있다. 

조강 기준 연간 3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이곳에는 현지인 직원 2223명과 한국인 직원 150명 등 총 2378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한국인 직원 가운데 정년퇴직 후 먼 타국에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 '슈퍼바이저'들이 있다.

포스코의 슈퍼바이저는 제철공정 전문기술자로 지식, 기술, 경험이 풍부해 현장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현지 저숙련 직원들을 코칭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슈퍼바이저 89명 중 77명은 포스코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퇴직 후 다시 슈퍼바이저 자격으로 재취업한 이들이다.

지난 2015년부터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 중인 이원기씨는 1978년 23세의 나이로 포스코에 입사해 32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지난 2010년 퇴직했다.

정년을 마치고 나면 노후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지만 그는 포항제철소 화성부에서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안정적인 조업을 돕는 슈퍼바이저로서 인생 2막을 선택했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중인 이원기씨가 현지 직원과 함께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슈퍼바이저로 근무중인 이원기씨가 현지 직원과 함께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이 씨의 찔레곤에서의 생활은 순탄하게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찔레곤은 인도네시아 수도에서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소규모 도시로 말이 통하는 한국인들도 거의 없고, 음식과 기후 등 우리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에 60세를 넘은 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해외에 공장을 짓고 성공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크라카타우포스코 역시 가동 직후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이 씨는 초기 조업 2년 동안 설비에서 문제들이 자주 발생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말한다. 현지 직원들과의 다른 문화, 사고방식의 차이, 언어장벽 등이 문제 해결을 방해했던 것.

하지만 지금은 현지 직원들과 영어로 소통하고 공장 교대 활동을 주재하며, 교대조 업무를 직접 지시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지 직원들과 원활하게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은 포항제철소 근무 당시 설비와, 신기술 도입 등 업무에 관여하면서 영어가 기본이라는 것을 느껴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아온 결과라고 한다.

이제는 현지 직원들이 그를 ‘사부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이 씨는 포항제철소 입사 이후 정년퇴직까지 약 30여 년간 화성부에 근무하며 코크스 공장 전문가로 성장했다.

30여 년간 체득한 그의 기술력과 노하우는 가동 초기 크라카타우포스코 설비를 정상화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나아가 그는 현지 직원들과 함께 코크스 오븐 설비를 개선해 오븐에서 발생하는 가스누출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코크스 오븐이 위치한 공장 부지가 평지보다 낮아 물이 고이면 악취가 나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가 솔선해 부지에 나무를 심고 가꿔 깨끗하게 재탄생시켰다.

이 씨의 이런 열정과 확연하게 달라져가는 공장 부지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현지 직원들도 환경개선 활동에 적극 참여해 지금은 공장일대가 푸른 풀과 나무가 우거진 녹지로 탈바꿈했다.

가동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크라카타우포스코를 보면서 이 씨는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직원들이 땀을 쏟아가며 여기까지 와준 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이렇게 이뤄놓은 공장을 앞으로도 꾸준히 더 발전된 공장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원기씨가 앞장서 조성한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정원. [사진=포스코]
이원기씨가 앞장서 조성한 크라카타우포스코의 정원.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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