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필자가 혼자 잡은 갑오징어.
이날 필자가 혼자 잡은 갑오징어.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한국의 바다에 서식하는 오징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이중 가장 흔하게 접하는 오징어가 바로 살오징어(피둥이 골뚜기)다. 살오징어는 동해에서 많이 잡히지만, 요즘에는 서해에서도 많이 잡힌다.

살오징어와 비슷하지만 다리 길이가 한 치 밖에 안 된다고 해서 ‘한치’라 부르는 오징어는 ‘창오징어’다. 제주와 남해와 동해에서 루어 대상어이기도 한 무늬오징어도 있다. 무늬오징어는 흰오징어라고 한다.

오징어는 옛말로는 오적어(烏賊魚)라 하였고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소개되어 있다. 정약전은 오징어 “고깃살의 맛은 감미로워서 회나 포에 모두 좋다. 오적어의 뼈는 상처를 아물게 하며 새살을 돋게 한다”라고 했다.

오징어에 뼈가 있는 것은 갑오징어다. 때문에 정약전이 오적어라 한 것은 바로 현재의 갑오징어를 말하고, 요즘도 흑산도에서는 갑오징어를 그냥 오징어라 말한다.

정리를 하지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많이 보는 그 오징어를 일반적으로 ‘오징어’라 한다.

제주에서 많이 나는 다리가 짧고 맛이 부드러운 오징어는 ‘한치오징어’,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낚시로 잡는 ‘무늬오징어’가 있다. 과거부터 오징어라 불러왔던 몸속에 뼈가 있는 것이 바로 ‘갑오징어’다.

먹물을 두려워 말라.
먹물을 두려워 말라.

갑오징어는 서남해에서 주로 잡힌다.

특히 서해의 오징어는 주꾸미 낚시 때 손님 고기로 곧잘 낚인다. 4, 5월 고군산군도나 여수 일대에서 소위 ‘대포알’이라 말하는 대형 갑오징어 낚시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실제 봄철의 갑오징어 낚시는 마릿수 조과가 대단히 어렵다.

한 10여 년 전 봄, 고군산군도에 갑오징어 낚시를 가서 하루 종일 고작 세 마리를 잡았고, 한 5년 전 봄에는 여수로 갑오징어 낚시를 가서, 대포알만한 녀석 딱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이다.

배에서 많이 잡은 꾼도 세 마리 정도였으니, 봄철 갑오징어 낚시는 그야말로 비효율적인 낚시다. 

이에 반해 가을철 군산, 대천, 무창포, 오천, 안면도 등에서 출조하는 배의 갑오징어 낚시는 마릿수 조황을 노릴 수 있다. 갑오징어 낚시는 주꾸미낚시 채비와 동일하다. 같은 채비에 조금 때는 주꾸미가, 사리 때는 갑오징어가 잘 잘 잡힌다고 생각하면 쉽다. 

특이한 선명(船名), 주꾸미 갑오징어 전문 낚싯배 밥 말리호. 
특이한 선명(船名), 주꾸미 갑오징어 전문 낚싯배 밥 말리호. 

9월 28일 사리 물 때, 오천항 밥말리호로 주꾸미 겸 갑오징어 낚시를 출조했다.

주꾸미 철 주말이면 새벽이면 오천항은 그야말로 파시를 이룬다. 새벽 3, 4, 5시에 오천항으로 가는 도로에는 출조하는 꾼들의 차가 줄을 선다.

처음 가는 낚시꾼은 오천항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과 배들을 보면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오천항은 새벽부터 축제 분위기인 것이다. 김밥집에 김밥이 동이 나고 주차할 곳이 모자라 종종 시비가 멀어지기도 한다.

오천항에서 출조하는 주꾸미 배만 100여척은 충분히 더 될 것 같이 보인다. 늦게 가면 주차할 곳도 없기 때문에 4시 경에 오천항에 도착한다.

김밥과 갑오징어 라면을 먹고 출조할 때까지 차에서 잠이나 자려고 해보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거의 30년을 낚시를 다녔지만, 낚시 전날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지려나, 하고 마음이 설레는 것이다.

배를 대는 곳으로 가보니 누군가가 갯지렁이 통을 버려두고 갔다. 열어보니 싱싱한 갯지렁이가 그대로 담겨 있다. 낚시꾼이 미끼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

서둘러 차 트렁크로 가서 가지고 다니는 카드 채비 바늘과 주꾸미 낚싯대를 세팅한다. 7호 봉돌을 달고 접안한 어선 로 낚싯대를 내리니, 바로 입질이 오고 귀여운 고기 한 마리가 달려 올라온다.

우럭 새끼다. 방생. 연이어 입질이 와서 잡으니 망둥이. 또 방생. 세 번째는 뭔가 입질을 해서 채서 올리는데 묵직하다. 숭어나 농어라면 요동을 치는데, 그냥 딸려 온다. 올리니 돌게다. 득템. 쿨러에 넣어 둔다. 

6시가 지나 배에 오른다.

이미 낚싯대를 세팅해 놓았으니, 출항을 기다리는 동안 애기를 하나 달고 내려 본다. 그런데 이게 뭔 일이람. 바로 주꾸미가 붙는다. 잠깐 사이에 6마리를 잡는다.

이윽고 출항. 한 30분을 달려 천수만 한가운데 죽도 부근으로 간다. 배가 목적지에 가는 동안 송인호 선장은 친절하게 초보자들을 위해 낚시 요령을 설명한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 첫 채비를 내린다. 

간간히 주꾸미도 올라오고 갑오징어도 올라온다. 주꾸미는 채비에 올라타는 느낌이 드는 반면, 채비에 갑오징어는 올라타기도 하고 붙잡기도 하고 살짝 건드리기도 한다는 느낌이 든다. 어느 경우나 이 느낌이 오면 챔질을 잘해야 한다.

크게 챔질을 하고 일정한 속도로 감아올리면 된다. 몇 번 해보면 누구나 할 수는 있다. 실제 이날 처음 출조한 초보 여성 조사도 곧잘 갑오징어를 낚아 냈다. 

효과적인 갑오징어 채비, 원줄에 양면 도래를 직결했다. 
효과적인 갑오징어 채비, 원줄에 양면 도래를 직결했다. 

갑이가 붙는 감을 파악하는 게 좋은 조과를 올리는 관건 중의 하나다.

골프에 평균타가 있듯이 갑오징어 낚시도 평균타가 있다. 실력만큼 잡는 것이 바로 갑오징어 낚시다. 그 실력의 요체는 감을 잘 파악해 붙은 갑오징어를 떨구지 않고 올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비의 세팅, 채비 세팅 등도 상당히 중요하다.

12시가 지나 중날물에서 끝날물, 드디어 갑오징어의 본격적인 물때가 찾아온다. 한 1시간 30분가량 정신없이 갑오징어가 올라온다.

이 물때에만 한 40여 마리를 잡는다. 씨알은 들쭉날쭉. 제법 큰 녀석도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잡고 이윽고 물이 서자 입질이 사라진다. 배를 옮겨 추가로 이삭줍기를 하다가 4시에 철수를 한다.

이날 총 조과는 갑오징어 67수, 주꾸미 2키로 가량. 대박 조황이다.

낚시 도중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는 현지에서는 ‘광도다리(강도다리가 아님)’라 이름하여 정식 학명은 알 수 없는 가자미류 물고기 한 마리가 에기를 물고 올라 오기도 했다. 

어부들이 ‘광도다리’라 부르는 가자미류. 학명은 무엇일까?
어부들이 ‘광도다리’라 부르는 가자미류. 학명은 무엇일까?

갑오징어 채비는 2단으로도 사용하지만, 1단으로 원줄에 도래 달고 봉돌과 에기를 직결.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2단보다 조과가 좋았다.

2단이 좋은지 1단이 좋은지는 꾼의 실력에 따라 다르다. 감을 잘 파악할 수 있으면 2단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이지만, 어지간한 실력파가 아니라면 1단 채비가 더 효율적이다. 고기에 대한 욕심 혹은 운보다는 자신의 실력이 조과를 좌우하는 게 바로 갑오징어 낚시다.   

갑오징어는 회로 통찜으로 국으로, 여러 가지 요리가 가능하다. 다 맛이 좋다. 딱딱한 뼈가 있어 갑오징어라 이름하지만, 맛에 있어서 갑질을 하기에 갑오징어라 이름 붙였다는 꾼들 사이에 떠도는 미확인 속설도 있다.

이날 잡은 갑오징어는 여러 사람의 입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다.  

돌게를 덤으로 넣어 끓인 갑오징어 국. 회를 뜨고 남은 다리 등을 넣어 끓인다.  
돌게를 덤으로 넣어 끓인 갑오징어 국. 회를 뜨고 남은 다리 등을 넣어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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