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앞에서 계속)

멱시마을이 궁금해 여기저기 물어봐도 모른다고 한다.

여러 번 수소문 끝에 온양민속박물관 견해1)는 이렇다.

“옛날 강당골 위쪽에 8개 작은 마을이 있었다. 이곳엔 감나무가 많아 추석 전에 익어 맛있는 홍시가 되었다. 그런데 한쪽이 까만 색깔을 띠어 검은 감을 뜻하는 먹 묵(墨)자를 붙여 묵시(墨柿)라 했다가 나중에 멱시로 변한 듯한데, 이 일대 감 맛이 좋아 임금님께 진상하였다” 한다.

또 다른 것은 짚이나 삼으로 엮어 만든 방한용 신발을 멱신이라 해서 멱시로 변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물 한 바가지 마시면 장군이 된다는데

5분가량 내려가서 돌이 쌓인 샘터, 장군약수터다.

옛날 어떤 사람이 산속을 헤매다 목이 마르고 배고파 죽을 지경이었는데 바위에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었더니 장군처럼 씩씩해졌다 해서 장군약수터라 불렀다.

한 바가지 마시고 장군이 되렷더니 물은 말라서 없다. 산딸나무 아래 평상이 놓였는데 여름철 텐트치고 야영하기 좋겠다.

누리장나무는 잎이 넓고 까치박달·박쥐·산뽕·말채나무도 연세가 많다. 벌이 많은지 “말벌조심”, 녹색 테이프로 크게 붙여 놨다.

장군바위.
장군바위.
광덕사 호두나무.
광덕사 호두나무.

계곡은 길게 늘어졌고 물도 졸졸졸 흐르는데 천남성 열매가 빨갛다.

산삼 잎과 꽃을 닮은 예쁜 색깔이 왠지 섬뜩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쪽 별 기운을 받았대서 천남성(天南星)·남성(南星), 호장(虎掌), 반하정(半夏精)이라 하고 환경에 따라 암수를 바꾼다는 독초다.

뿌리를 약재로 쓰는데 둥근잎·점박이·넓은잎·두루미천남성 등이 있다. 늦가을에 캔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려 잘게 썰어 달이거나 가루로 쓴다.

종양·종기에 빻아 바른다. 알뿌리에 녹말이 많아 어린순과 오래 끓여 독성을 빼내 먹는다고 하나 위험하다. 새로 나온 잎은 뱀 머리처럼 꼿꼿하게 선다.

귀하지만 무서운 약초여서 부자(附子, 투구꽃·진범종류의 뿌리 말린 것)와 섞어 독약을 만들었다. 몸속에 출혈을 일으켜 피를 토하게 한다.

사약을 먹고 피를 토하는 것은 바로 천남성의 독성 때문이다. 독성을 잘 활용하면 혈류량을 늘려 막힌 혈관을 풀어 중풍, 뇌졸중, 혈액순환장애 치료에 가능하다. 항암, 반신불수, 간질병, 임파선종양, 파상풍, 뱀에 물린 데도 쓴다.

12시 20분경 임도합류지점(강당골계곡1.2·장군바위1.2·고아덕산정상2.4km). 조금 지나 백양목 두 그루 섰는데 오래전 집터가 있던 흔적이다. 몇 걸음 더 옮겨 작은 바위에 앉는다.

김치, 고추장에 밥 몇 술 비벼서, 빵, 귤, 커피로 행복한 점심. 새로 1시에 멱시마을, 10분 더 내려가 강당사에 닿는다.

강당사와 추사의 현판 관선재

원래 강당사는 영조 때 경연관(經筵官)2)을 지낸 외암 이간이 친구와 학문을 논하던 서원이었다. 1868년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을 피하기 위해 마곡사에서 불상을 가져와 절을 만들었다. 추사 김정희의 관선재(觀善齋) 현판이 걸려 있다.

추사는 예산이 고향이다. 한편 서원은 사설교육기관으로 중종 때 풍기군수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지은 것이 처음이다.

조정의 보조금을 받아 제사와 유학을 장려했으나 당쟁을 일삼으며 백성들을 괴롭히므로 대원군이 전국 6백여 곳의 서원을 없애 47개만 남긴다.

강당사.
강당사.
수암사.
수암사.
어금니 바위.
어금니 바위.

산 너머에는 광덕사, 호도나무 전래비와 근처에 정조 때의 기생 김부용의 묘가 있다.

부용(芙蓉)은 평안도에서 태어나 열아홉에 대감의 소실로 사별하자 수절한다. 부안 이매창, 송도 황진이와 더불어 이름난 기생이며 여류시인이었다.

광덕 호두는 껍데기가 얇고 알이 차서 천안의 명물인데, 전국 생산량의 1/3정도가 이곳에서 나오고 고려 충렬왕 때 유청신(柳淸臣)3)이 원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호두를 처음 들여와 심은 곳이다. 700년 묵은 호두나무가 있다. 오랑캐 복숭아를 뜻하는 본딧말 호도(胡桃)가 호두로 바뀌었다.

오후 1시 반에 원점회귀. 오후 2시 10분 수암사 어금니 바위를 찾는다. 공사를 하느라 산을 파헤쳐 놨는데 위치를 잘 몰라 다시 올랐다 내려와서 겨우 절집 안에 있는 바위를 찾았다.

옛날 심술궂은 구두쇠 부잣집에 스님이 왔는데 마음씨 고운 며느리가 쌀을 시주하려 하였으나 시아버지는 거름을 주어 쫓아 버린다.

불쌍히 여긴 며느리가 뒷문으로 나가 다시 쌀을 주었다. 감동한 스님은 이 집에 재앙이 닥치니 당장 따라 오라면서 절대 돌아보지 말라고 하지만,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나며 대궐 같은 집은 불길에 휩싸이므로 며느리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바위 모습이 어금니를 닮아 어금니 아(牙)자를 써서 아산의 이름도 이 바위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자세히 보니 부처 같기도 하고 아이를 업은 것 같다.

아산시 염치 읍내 농협, 오후 3시 삽교호방조제에 들렀다가 호남고속도로를 달려간다.

<탐방길>

● 설화산(정상까지 3킬로미터, 1시간 40분 정도)

외암마을 주차장 → (40분 *외암마을 관람시간 포함)외암골 → (10분)정자 → (30분)기도처 → (10분)능선갈림길 → (10분)설화산 정상

● 광덕산(정상까지 3.2킬로미터, 1시간 50분 정도)

강당골 주차장 → (10분)강당사 → (45분)마리골 → (10분)소나무 쉼터 → (15분)임도 → (30분)광덕산 정상

* 2명이 걸은 평균 시간(기상·인원수·현지여건 등에 따라 시간이 다름).

<주석>

1) 온양민속박물관 신탁근 고문님.

2) 고려·조선시대 왕의 학문지도를 위하여 인품과 학식이 높은 문관으로 1~9품까지 여럿을 두었음. 가장 명예로운 벼슬.

3) 서울경제신문(2015.5.12. 오피니언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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